충북동지회 조직원 보석 이후 'ㅎㄱㅎ' 조직원 압수수색 전후 연락 취해방첩당국, 민노총 간부·충북동지회 조직원 모두 북한 리광진 지휘 받아"북한 측에서 민노총 간부에게 동태 파악해보라 한 것으로 의심할 수도"
  • ▲ 지난 18일 오전 경찰들이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앞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18일 오전 경찰들이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앞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연합뉴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방첩당국 수사선상에 오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현직 간부 2명이 간첩 혐의를 받는 '자주통일충북동지회'(충북동지회), '제주 ㅎㄱㅎ' 조직원들과 교신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구속 수감됐던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이 법원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뒤, 제주 'ㅎㄱㅎ' 조직원들이 당국의 압수수색을 당한 전후 서로 연락을 취했다. 

    방첩당국은 A씨와 충북동지회 조직원 모두가 북한 대남 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옛 225국) 공작원 리광진의 지휘를 받고 있었던 점에 주목한다.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도 리광진과 접촉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ㅎㄱㅎ'은 또 다른 북한 공작원 김명성의 지령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감시망에 놓인 간첩 혐의자들을 대신해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수사 및 재판 진행 상황을 북한에 보고했을 가능성도 방첩당국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민노총 조직국장 A씨는 지난해 6월 7일 충북동지회 조직원인 B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충북동지회 조직원 2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1심에서 보증금을 내는 조건으로 풀려난 직후였다. 두 사람은 과거 민노총에서 함께 간부로 활동한 적이 있다.

    당국, 압수한 외장하드·USB메모리로 정확한 통화 경위 파악할 방침

    A씨는 6개월 뒤인 지난해 12월9일 또 다시 B씨와 통화를 했다. 3주 뒤인 그해 12월20일 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을 지낸 C씨가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이 만든 페이스북 계정에 가입했다.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은 이 계정에 북한 체제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활동을 소개하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C씨는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18일 근무지인 기아 광주공장에 출근했다가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되기 직전 돌연 잠적했다고 수사당국 관계자가 전했다.

    민노총 금속노조 조직국장을 지낸 D씨(현 세월호 제주기억관 평화쉼터 대표)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제주 지역의 반정부단체 'ㅎㄱㅎ' 조직원과 최근 연락한 사실도 밝혀졌다.

    D씨는 A씨와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D씨의 외장하드와 USB메모리 등을 압수한 방첩당국은 정확한 통화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방첩당국의 한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이 구속 수감된 뒤 연락망이 끊어졌을 것"이라며 "리광진을 포함한 북한 측에서 A씨에게 동태를 파악해보라고 한 것으로 의심할 수도 있다"고 했다.

    '北핵심 공작원' 리광진, 1990년대 '모자공작조' 등 여러 차례 국내 침투

    리광진은 1990년대 '모자공작조' 등으로 여러 차례 국내에 침투했던 부부장급 공작원으로 2015년 적발된 '김 목사 간첩 사건' 등에서도 핵심 공작원으로 등장한 바 있다.

    당국은 A씨가 2016년 8월경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할 당시에도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들과 접선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A씨는 당시 보스턴백(여행가방)을 가지고 베이징에 갔고, 이후 베이징에 있던 리광진 등 공작원들이 같은 모양의 가방을 가지고 북한으로 돌아간 사실도 당국에 파악됐다.

    A씨는 2016년 9월 베트남 하노이로 출국한 뒤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최소 1만 달러에 이르는 공작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A씨는 귀국 직후 서울 남대문 등지에서 1만 달러를 원화로 환전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