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과 진주의 '자주통일민중전위'와 제주의 'ㅎㄱㅎ' 모두 김명성으로부터 지시 받은 단서김명성은 北노동당 산하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반미 투쟁', '윤석열 규탄' 등 지령공안당국, 두 간첩조직 수년간 추적… '보안수칙 지켜라' 등 적발 피하기 위해 논의한 정황
  • ▲ 북파 공작원. ⓒ연합뉴스
    ▲ 북파 공작원. ⓒ연합뉴스
    간첩단사건을 수사 중인 공안당국이 경남 창원과 진주의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와 제주의 'ㅎㄱㅎ'이 모두 북한의 대남공작 조직인 노동당 산하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김명성으로부터 지령을 받았다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은 북한 측이 공작원 한 명을 중심으로 두 지하조직을 구축하고 연계활동을 기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16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방산업체가 밀집한 창원·진주에 거점을 둔 자통은 2016년부터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 북한 공작원 김명성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의 'ㅎㄱㅎ' 역시 2017년부터 비슷한 방식으로 김명성과 접촉했다고 한다. 

    김명성은 두 지하조직에 '반미 투쟁' '민노총 등 침투·장악 및 세력 확대' '윤석열 대통령 규탄' 등의 지령을 전달했는데, 공안당국은 이 같은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지하조직에 영향을 미친 북한 공작원 김명성은 노동당 산하 문화교류국에 소속돼 있다. 김명성은 북한정권 초기부터 대외연락부→사회문화부→225국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간첩 남파 등 대남공작 임무를 수행해왔다. 

    앞서 2021년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충북동지회'도 2017년부터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조모 씨와 이모 씨로부터 지령을 받으며 활동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공안당국은 북한 문화교류국이 장기간 계획에 따라 여러 지하조직을 전국 각지에서 운영한 것으로 의심하고 현재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개 북한은 2개 이상의 간첩조직을 운영할 때 조직 간에 서로 알지 못하게 하면서 상부에서 각각 지휘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들키면 USB 부수고 삼켜라"… '윗선' 지시 주고받아 

    공안당국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활동했다는 혐의가 있는 '자통'과 'ㅎㄱㅎ' 등을 수년간 추적수사해왔다. 수사 과정에서 당국은 자통 조직원들이 적발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원들이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가 적발된 것은 보안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 "들키면 USB(휴대용 정보 저장장치)를 부수고 삼켜라" 등의 말을 서로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언급한 'RO'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하 혁명조직을 꾸린 뒤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활동을 한 사건을 지칭한다. 해당 사건으로 이 전 의원은 2015년 1월 징역 9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고, 문재인정부 당시인 2021년 12월 형기 만료 1년5개월을 앞두고 가석방됐다. 

    '자통'은 주로 창원·진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세력 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공안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에 침투해 사람을 포섭하고, 젊은 세대 교육도 하며 활동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이행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공안당국은 '자통'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세력을 넓히려 한 정황도 추적 중이다. 제주의 'ㅎㄱㅎ' 역시 북한으로부터 민노총 산하 제주 4·3통일위원회 장악 등의 지령을 받았다고 한다.
  • ▲ 국가정보원 요원이 지난해 12월19일 북한의 지령을 받고 반정부 활동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는 진보정당 간부 A씨의 제주시 자택 압수수색 상황을 외부에서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 국가정보원 요원이 지난해 12월19일 북한의 지령을 받고 반정부 활동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는 진보정당 간부 A씨의 제주시 자택 압수수색 상황을 외부에서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공안당국, '북한 지령문' 등 물증 다수 확보… 수사 대상자들은 진술 거부

    현재 당국은 '자통' 활동을 한 경남진보연합 소속 A씨, 통일촌 회원들 등 5명을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혐의 등으로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ㅎㄱㅎ'에서 활동한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출신 강모 씨 등 3명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당국은 '자통'과 'ㅎㄱㅎ'이 모두 북측에서 지령과 함께 돈을 받았다는 정황도 파악하고 이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 대상자들은 연령대가 주로 50~60대이며, 이들은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국은 '북한 지령문' 등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물증 등을 다수 확보했다고 한다. 

    '자통'과 'ㅎㄱㅎ'이 수사망을 피하려고 암호화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  '사이버드보크(Cyber Dvoke)' 등을 활용해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령을 받고 이행사항을 북한에 보고한 단서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국은 두 지하조직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수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자통'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ㅎㄱㅎ'사건은 제주지검이 각각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수사 상황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두 사건을 통합 지휘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