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이용·윤한홍·김기현 반대표… 유상범·박수영 기권 '尹心 개입' 논란에… 주호영 "쓸데없는 편 가르기" 선 그어
  • ▲ 주호영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주호영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우여곡절 끝에 45일간의 대장정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내년 1월7일까지 진행되는 국정조사는 2016년 박근혜정부 당시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이후 6년, 참사 발생 26일 만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참사라는 점에서 국정조사 실시 전부터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국회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고 '국정조사정국'에 임하게 됐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은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24일)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의 안건이 처리됐다"며 "국정조사 실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면서 국민의힘 특위 위원 한 사람 한 사람은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국정조사에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의원은 "이태원사고와 같은 비극적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최우선"이라며 국정조사에 임하는 결의를 다졌다.

    이어 "그동안 미흡했던 사회적 재난에 대한 예방과 그 대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가 시스템을 정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힌 이 의원은 "이를 통해서 유가족과 부상자분들, 그리고 현장에서 한 분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셨던 분들에 대한, 그리고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조사계획서가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전까지의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이 '강제수사가 먼저'라며 국정조사 반대 방침을 고수함에 따라 야3당의 주도로 전례없는 여당 불참 국정조사로 이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를 제안했고, 민주당이 이를 수용해 국정조사는 급물살을 탔다.

    이후 순탄하게 진행될 줄 알았지만 지난 24일 본회의 전 첫 회의를 갖기로 했던 국정조사특위에서는 시작부터 파열음이 이어졌다.

    당초 오전 11시 회의를 열고 국정조사계획서를 채택할 예정이었지만, 국민의힘이 기존 합의안과 달리 대검찰청을 조사 대상 기관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며 회의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이에 무기한 연기됐던 첫 회의는 이날 오후 3시30분쯤에야 속개됐다. 여야 간 신경전 끝에 원안대로 대검찰청을 조사 대상에 포함하되, '마약 수사와 관련한 부서의 장'만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그러나 국정조사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본회의에 상정된 국정조사계획서 의결 과정에서 친윤계(친윤석열계) 혹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반대 혹은 기권표를 던지며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본회의에서 국정조사계획서는 재석 의원 254명 중 찬성 220명, 반대 13명, 기권 21명으로 통과됐는데, 반대와 기권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 중에는 '핵관 중 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용·윤한홍·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등 친윤계 의원이 포함됐다. 유상범·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기권했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에 불참했다.

    장 의원은 본회의 직후 회의장을 나서며 반대표를 던진 이유로 "반대하니까 반대했다"고 짧게 답했고, 김기현 의원은 "죽음을 자꾸 정쟁화해서 제2, 제3의 가해 행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서 반대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친윤그룹이 반대 및 기권표를 던진 것을 두고 대통령실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본회의 의결 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 후 국회를 나서며 "대상이 아닌 기관을 부르는 부분은 목적에 어긋난다. 그런 것들이 있으니까 논란이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며 "대통령실이 많이 빠진 것이 뭐가 있나. 경호처 하나 빠졌는데"라며 불편한 심중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서둘러 당내 여론에 윤심이 작용했다는 논란을 일축하는 모습이다.

    주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에서 "언론이 쓸데없는 것을 가지고 자꾸 편 가르기 한다"며 "의원들 소신에 따라 반대표를 던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실제 제 생각도 반대에 가까웠는데 (민주당이) 일방처리해서 국정조사를 한다는 것을 저지하려고 고육지책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전주혜 국민의힘 비대위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병수·조경태·한기호 의원, 이런 분들도 다 반대표를 던졌다"며 "몇 명이 찬성을 안 했다고 해서 대통령실의 움직임이 있는 것이냐. 이렇게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국정조사정국에서 친윤계의 반발이 짙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전 위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충분한 협의 시간이 됐다면 수월하게 마무리됐겠지만 24일까지 해야 된다고 민주당이 몰아세우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