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 텔레그램방도 조용… 조강특위 출범도 순연野, '술자리' 의원 감찰 착수… 李 사법 리스크 속 정쟁 중단
  • ▲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이런 엄중한 시기에 '말실수' 하면 끝이다."

    31일 한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이 한 말이다. 여야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축제' 사고와 관련해 애도 메시지를 내는 한편, 당내 '설화'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당 조직에 음주와 행사 자제를 지시하면서 특히 당 의원 및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말실수를 주의해 달라며 '입단속'을 하면서 특별한 정치 이슈 없이 조용한 한 주를 맞이할 전망이다.

    "여야 정치인들에 위로와 사고 수습 최우선 호소"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야 정치인들에게 호소한다.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어떤 정치적 유불리를 판단하지 말고, 위로와 사고 수습을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한다"며 "그것이 정치가 할 일"이라고 경계했다.

    권 의원은 이어 "비극적 사고가 혼란과 갈등, 정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이러한 움직임에 경계하는 것 역시 초당적 협력에 포함된다"며 "여야의 갈등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젊은이들이 죽어간 참사 앞에서는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4년 세월호 이후 8년 만에 국내에서 큰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긴장감이 역력하다. 정부 출범 초기임에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를 웃도는 상황에서 이번에야말로 잇따른 구설수로 분위기를 냉각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국가애도기간 만큼은 확실히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며 "참사 속에서 정치적 이익을 도모해보려는 행동은 잔인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사고 재발 방지에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닌, 정치적 기회를 얻으려는 발언은 무도한 짓"이라며 "우리 당 의원들 텔레그램방도 조용하다. 몇 달 전부터 계획된 행사들도 줄취소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당분간 지역 순회도 중단할 듯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당의 '톱 2'인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만 모두발언을 했다. 매번 모든 비대위원이 한마디씩 하면서 30분 이상 진행됐던 회의 시간을 줄인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태원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하면서 당초 다음달 1일로 예정됐던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출범은 추후로 미뤄질 예정이다. 국민의힘 조강특위는 69개 사고 당원협의회(당협)을 대상으로 공모 절차를 진행해 당 지역조직을 재정비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공모 대상 당협에는 이준석 전 대표체제 당시 내정된 곳도 포함돼 참사 수습 국면에서 당 내부에서부터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비대위의 지역 방문 일정도 아직 아무런 계획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지난 13일 TK 지역(대구·경북)과 29일 충남을 방문한 바 있다. 

    주중에는 정진석 비대위원장 개인 일정으로 일정을 잡지 않고, 다음주부터 부산 또는 호남을 찾을 계획이었으나,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바로 다음주부터 곧바로 지역 순회를 재개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비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애도기간이 끝난 후 주말 사이를 지켜본 후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전날 시·도위원장, 당협위원장, 지자체장, 광역 및 기초의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각별한 언행 주의 △불필요한 공개활동이나 사적 모임 자제 △음주행위, SNS 글 자제 △정치 구호성 현수막 철거 등을 당부했다.

    민주당, 이재명 사법 리스크 국면에서 정쟁 최소화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회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 불참하며 극한으로 대립하던 더불어민주당도 설화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조여오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속 현 상황에서 정부 대책에 협조하지 않는 등 정쟁을 거듭할수록 손해라고 계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1인시위를 잠정중단한 상태다. '김진태발 금융위기 진상조사단'도 31일 강원도청 등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보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 윤리감찰단에 이태원 참사 이튿날 당원 등과 술자리를 가진 자당 서영석 의원 감찰을 지시했다.

    다음달 3일로 예정된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감사도 여당과 소통해 1주일가량 연기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30일 공지를 통해 △당국이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격려하면서 국회와 당 차원의 요청에 무조건적인 협력 △불필요한 공개활동이나 사적 모임 자제 및 음주나 취미활동 중단 △의원을 비롯한 소속 지방의원, 보좌진 등의 발언이나 SNS 글 신중하게 게시 등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