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진미위 운영규정,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해당""'근로자 과반' 동의 없이 변경하면, 근로기준법 위반"
  • 4년 전 'KBS판 적폐청산위원회'로 불리는 '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의 운영규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KBS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취업규칙을 변경한 혐의로 기소된 양승동(사진) KBS 사장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14일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1·2심에서 벌금형(300만원)을 선고받은 양 전 사장이 낸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진미위 운영규정, 근로자 과반 동의 없어 절차상 하자"


    앞서 KBS 공영노동조합은 "사실상 '보복성 징계'를 위해 사내에 설치된 진실과미래위원회가 KBS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지 않고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만들어 운영했다"며 2018년 11월 양 전 사장(당시 KBS 사장)을 단체협약 위반 등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사건을 접수한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은 "양승동 KBS 사장이 진실과미래위원회를 만들면서 근로기준법상 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를 위반했다"고 판단, 2019년 5월 서울남부지검에 양 전 사장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에 검찰은 2020년 8월 양 전 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으나, 약식명령 청구를 접수한 재판부가 "사안의 성격상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다"며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재판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고의성' 인정돼"


    1심 재판부(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는 지난해 4월 열린 선고공판에서 양 전 사장에게 검찰 구형량보다 2배 늘어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진실과미래위원회의 운영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이 규정은 공사 소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시 구체적인 징계사유를 정하고 있어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진미위 운영규정은 △근로자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여함과 동시에 △조사대상에 제한이 없고 △징계시효가 지난 사안도 조사할 수 있으며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징계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한 점 등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4부)는 지난 2월 열린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운영했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1심과 같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한 데 대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고, 원심과 비교해 양형 조건이 바뀐 것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유지한 배경을 설명했다.

    양 전 사장은 2018년 6월 '진미위'를 만들면서 ▲허위진술 등 조사를 방해한 자 ▲조사 불응 혹은 자료 제출을 거부한 자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한 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임·직원 징계사유를 진미위 운영규정에 추가했다.

    이 같은 운영규정을 토대로 진미위는 KBS 임·직원 19명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이후 수차례 열린 인사위원회를 통해 박근혜 정부 때 보도국장을 역임한 간부가 해임된 것을 비롯해 총 17명이 해임·정직·감봉 등의 징계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