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준석 가처분 인용 결정…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회귀'주호영 "비상상황 판단은 정당이 하는 것"… 국민의힘, 이의신청이준석 측 "역사적 판결"… 법원, 본안 소송에서 종합 판단할 듯
  •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리위 징계 과정과 비대위 전환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정상윤 기자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리위 징계 과정과 비대위 전환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정상윤 기자
    당 혼란을 조금씩 수습하며 차기 지도부 선출을 준비하던 국민의힘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법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되는 등 사실상 비대위가 해체되면서 다시 한번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회귀했다. 당 지도부는 법원의 결정에 분개하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법원 가처분 인용에 이준석 리스크 현실로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가 발생했다며 지난 10일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배현진 의원 등이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하고도 최고위에 참석해 비대위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 개최를 의결한 점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전국위 의결 중 비상대책위원장 결의 부분이 무효에 해당한다며 "전국위 의결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이 도과되더라고 채권자(이준석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표가 제기한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의 절차상 하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실체상 하자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비대위로 전환해야 할 정도로 당이 '비상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소집과 안건 의결 자체는 절차상 하자는 없었지만, 비대위 전환은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당 비상상황 판단과 주호영 비대위 출범 등에 관한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한 만큼 본안 소송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비대위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지도부는 이 전 대표 중징계 뒤 꾸려진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다시 돌아왔다.

    다만, 국민의힘은 비대위 자체는 유효한 것으로 가처분 결정문을 해석하고 '당 대표 직무대행'이 아닌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비대위 역시 무효라고 주장하며 사퇴하지 않은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다시 최고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혼란 재수습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27일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지도부, 법원에 이의신청 제기

    당 지도부는 법원의 결정에 반발하며 곧바로 이의신청을 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매우 당혹스럽다"며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의 비상상황에 대한 판단은 정당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며 "당내 의견을 수렴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상범 의원은 "법원 결정은 비대위원장 직무집행만 정지한 것이어서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비대위는 유효하다"며 며 "비대위 발족, 비대위원들의 임명도 유효하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이의신청을 제기했다"며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고등법원에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준석 전 대표 측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정은 사법부가 정당 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 파괴행위에 대해 내린 역사적인 판결"이라며 "국민의힘은 법원의 결정을 엄중히 이행해야 한다.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사퇴하지 않은 최고위원으로 최고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준석 컴백 당헌 개정안'을 제안했던 하태경 의원은 이 사태의 책임은 당 지도부에 있다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하 의원은 페이스북에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안팎의 호소를 무시하고 정치로 해결할 기회를 걷어찬 결과, 법원에 의해 당의 잘못이 심판받은 것"이라며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된 방송 출연을 취소하며 잠적에 들어갔다. 몇몇 언론에 "법원 판단에 감사드린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국민의힘이 당 혼란을 수습하고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에 대비하기 위해 1박2일간 진행된 연찬회를 마무리한 날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겠다며 집권당의 전열을 정비한 날 법원발(發) 혼란이 재발한 것이다.

    민생 정당 외친 날 혼란 재발생

    국민의힘 의원 일동은 이날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연찬회를 마치면서 "국민의힘이 지금의 대한민국 위기 속에 민생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 못하고 당내 갈등으로 심려만 더 끼쳐 드렸다"며 "사죄드리고 철저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윤석열 정부와 함께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민생의 한숨, 서민의 땀, 사회적 약자의 눈물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