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생존 당시 靑에 서면보고… "文, 사망 때까지 국방부에 지시 없어"'월북 가능성 낮다' 합참 보고… 文청와대 거쳐 이틀 만에 '월북 추정'"국방부, '답변지침 주체 NSC' 확인해 줘… 北이 부인하자 입장 변경 공문"
  • ▲ 하태경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단장이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하태경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단장이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윤석열정부 들어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의 진상규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운데, 여권을 중심으로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월북 발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해양경찰청을 대상으로 진행한 진상 조사 결과를 중간발표했다.

    국민의힘 TF, '월북 몰이' 정황증거 확보

    TF 위원장을 맡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A씨가 북한에 피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사건과 관련해 "7시간 북한 통신 보고 내용 중 '월북' 단어는 딱 한 문장에만 등장한다"며 당시 문재인정부가 '월북 몰이'를 했다는 근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이어 "(월북 단어 등장) 전후 통신에는 월북 관련 내용이 전혀 없었다"며 "확고한 월북 의사가 있었다면 월북 관련 내용이 상세히 나와야 하고 또 발견된 직후에 언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특히 국방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문서를 확인한 뒤 발견한 당시 A씨의 상태를 강조했다. "'입수한 지 40여 시간이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기진맥진한 상태였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것이 "월북 의도가 있었다는 판단의 신뢰도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중요한 근거"라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A씨는 월북이란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상태가 됐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A씨가 굉장히 기진맥진해서 제대로 된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첩보를 맞춰 보면 아마도 월북이라는 단어를 인식하지 못하고 (북한군 월북 질문이) 그저 '예예' 답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진단했다.

    22일 "월북 가능성 낮다" → 24일 "월북 판단"

    하 의원은 또 당시 사건 직후 합참이 청와대에 최초 보고한 문서 확인 결과 '월북 가능성이 낮다'고 적혀 있었지만, 이틀 뒤인 24일 정부 견해가 '월북 판단'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합참은 실종 당시 시간대(21일 오전 4~11시)에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조류 방향, 주변에 어선이 많은 조업기 등을 근거로 청와대에 월북 가능성이 낮다는 내용의 최초 보고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23일 새벽 1시, 오전 10시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에서 회의가 진행됐고, 해당 회의 이후에 월북과 관련한 정부의 견해가 바뀌면서 이후 보고서에는 월북이 전제됐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23일 2회의 청와대 관계장관대책회의를 거치고 난 후, 24일 오전부터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으로 바뀌게 된다"며 "22일과 24일 사이에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통령기록물이 공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與 "우리 국민 생존 사실 알고 있었다"… 文 수수방관 지적

    하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가 A씨의 생존 사실을 보고받았음에도 사망까지 문 대통령의 어떤 구조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A씨의 생존 사실이 확인된 22일 오후 3시30분 이후 A씨가 사망할 때까지 문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구조 지시도 없었다는 점을 확인해 줬다"고 전한 하 의원은 "22일 저녁 6시30분에 문 대통령에게 서면보고가 있었지만, 국방부는 A씨가 사망할 때까지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은 사항이 없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국방부는 A씨가 북한 해역에서 생존한 채로 발견되었다는 첩보를 인지한 후에 정부 차원에서 가용(가능)한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실종자 구조 및 송환을 북측에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 대단히 아쉽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국군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 A씨의 구조를 위한 어떠한 지시도 국방부에 하달하지 않은 만큼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 등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TF의 판단이다.

    정부가 A씨의 피격 사실을 하루 이상 은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 의원은 "국방부가 22일 A씨가 사살되고 시신이 소각됐다는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입수했다"며 "모든 분석이 끝나 23일 오전 대통령 보고가 이뤄졌는데, 당일 정부는 국민께 A씨의 사망 사실을 은폐했다"고 비판했다.

    "국방부, 시신 소각 발표 전 靑에 보고… 이후 입장 변경 요구"

    특히 국방부의 '시신 소각'에서 '시신 소각 추정'으로 견해가 번복된 배경에 청와대가 있었다고 TF는 지적했다.

    하 의원은 "국방부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주요 쟁점 답변지침'을 하달한 주체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라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며 "북한이 시신 소각을 부인함에 따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가 24일 시신 소각 발표 전 청와대는 해당 내용을 미리 보고받고 발표에 동의했다"고 밝힌 하 의원은 "하지만 25일 북한이 그 사실(시신 소각)을 부정하자 (청와대가) 국방부에 입장 변경을 요구하는 공문을 NSC 사무처 명의로 보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TF가 지난 23일 국방부 조사 후, 국방부가 A씨 시신 소각을 '확인'했다고 했다가 '추정'으로 견해를 바꾼 것이 당시 서주석 NSC 사무처장 지시에 따른 것이라던 주장의 근거를 댄 것이다.

    그러나 서 전 차장은 같은 날 성명에서 "특수정보(SI) 분석을 통해 이미 발표한 '시신 소각' 입장(24일)과 북한 통지문(25일)에 나온 '부유물 소각' 표현 등의 차이 입장을 비교하고, 우리의 입장에 기초하되 차이점은 조사를 통해 밝혀 나가자고 검토한 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하 의원은 또 "23일 오후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발송한 대북 통지문에도 실종자가 발견되면 돌려보내 달라는 뒷북 요구만 했다는 점을 (국방부 등으로부터) 확인했다"고 밝혔다.

    TF 위원으로 참여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도 "(문재인 대통령이) 3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국방부에 하지 않았다"며 "첫 서면보고를 받은 시점에 우리 대한민국 공무원은 살아 있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TF는 활동 종료 시점에 관련자들의 형사고발을 예고했다. 전 의원은 "유족 측에서 고발했지만, 전반적인 상황 종료 시점에 제대로 구조하지 않고 보호하지 않은 '직무유기' '월북 몰이'로 몰아간 직권남용에 대해 관련자들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 의원은 TF 비공개 회의가 끝난 후 "전 의원 개인 의견이고 확정된 내용이 아니므로 내부 검토하겠다"며 "하드 팩트가 나와야 고발 가능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