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샌프란시스코조약·미중수교 통해 동아시아 지배… 남북 분단도 美의 신식민주의 탓국내 반중정서, 모두 신식민주의와 인종차별주의 탓…언론 보도 탓에 반중정서 확산 주장
  • ▲ 2020년 1월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퍼졌던 '노 차이나' 로고. 국내 좌파들이 무조건적 반일정서를 추구하며 만든 '노 재팬'을 패러디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20년 1월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퍼졌던 '노 차이나' 로고. 국내 좌파들이 무조건적 반일정서를 추구하며 만든 '노 재팬'을 패러디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추천한 책 한 권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하순 출간된 <짱깨주의의 탄생>이다. 책을 살펴보니 내용 대부분이 서방진영의 중국 공산당 체제 비판 논리를 반박하는 것이었다.

    "샌프란시스코조약 최대 피해자는 남북한… 분단은 신식민주의체제의 산물"

    총 15부로 이뤄진 책은 650여 쪽에 이른다. 각 장의 제목은 ‘함부로 말해도 되는 중국’ ‘흔들리는 전후체제’ ‘한국 보수주의의 위기의식과 중국’ ‘짱깨주의의 탄생’ ‘짱깨주의의 프레임Ⅰ: 유사인종주의’ ‘짱깨주의의 프레임Ⅱ: 신식민주의체제 옹호’ ‘짱깨주의의 프레임Ⅲ: 자본의 문제를 중국의 문제로’ ‘짱깨주의의 프레임Ⅳ: 신냉전체제 구축’ ‘중국 담론의 유통경로’ ‘한국 언론의 짱깨주의적 보도 테크닉’ ‘진보진영에서도 짱깨주의는 유통된다’ ‘한국 진보진영의 중국 담론’ ‘샌프란시스코체제의 위기’ ‘다자주의 시대를 열 기회가 왔다’ ‘평화체제와 중국’이다.

    1부부터 4부까지는 한국사회의 성격을 규정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먼저 냉전 이후 지금까지 신식민주의를 바탕에 깐 ‘샌프란시스코체제’와 ‘키신저 체제’가 동아시아 질서를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조약 체결을 통해 일본에 전쟁범죄를 묻지 않는 대신 수직적·종속적 관계를 맺고, 한국 또한 냉전 질서를 이유로 수직적·종속적 지배 아래 두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그러면서 “중국은 이 체제에서 철저히 배제됐다”고 말한다. 그런데 저자는 ‘중국’을 말할 때 1949년 중국 본토를 점령한 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을 구분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은 중공이 아니라 대만이라는 점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저자는 이어 “남북한은 샌프란시스코체제의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한반도 분단을 두고는 “군사독재적인 괴뢰정부가 세워진 미국의 신식민주의 체제”의 산물이라는 니시카와 나가오 일본 리쓰메이칸대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해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키신저체제’라는 말을 제시했다. 1972년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 저우언라이 국무원 총리가 협약한 뒤 이어진 미중관계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질서가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중국은 국가 간 분업체계에 적합한 저임금 노동력과 거대한 시장을 가지고 있어 미국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해 줄 것으로 판단되었다”고 짚는다.

    이 논리는 미국에서는 1990년대 클린턴정부 때 가장 많이 통용됐고,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부터 통하지 않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시 행정부 시절이던 2006년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1조 달러(약 1286조원)를 넘으면서부터 ‘패권경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2020년 7월 트럼프정부가 텍사스 휴스턴 소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할 때까지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한 미중관계가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보수세력들이 기획한 반중정서 심화… 유사인종주의 행태"

    저자는 이처럼 국제질서가 이어지는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자 기득권을 상실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낀 한국 보수세력이 반공주의를 기반으로 한 반중정서, 즉 ‘짱깨주의’를 만들어 선동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2017년 이후 보수세력과 극우세력이 한 배를 탔고, 주류언론 또한 반중정서에 편승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그 사례로 사드 배치 논란과 코로나 사태를 제시한다.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면서 일어난 중국의 한국기업 탄압, 그리고 이 때문에 반중정서가 팽배해진 것이 실은 보수세력의 기획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2020년 3월부터 국내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할 때 ‘우한폐렴’이라고 부른 것도 보수세력과 그에 편승한 언론의 선동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 ▲ 2019년 10월 경희대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 중국인 유학생이
    ▲ 2019년 10월 경희대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 중국인 유학생이 "짱깨라고 하면 기분나쁘다. 그말 쓰지 말라"고 하자 아래 댓글에 홍콩 유학생이 "중국인은 짱깨가 아니라 그냥 개다"라고 꼬집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저자는 그러면서 이런 반중정서는 ‘유사인종주의(유사인종차별주의)’이자 ‘식민주의적 인종주의(유색인종 차별주의)’를 토대로 한다며 비판을 이어 나간다. 특히 저자는 2019년 10월 경희대 대나무숲에서 화제가 된 중국 유학생과 홍콩 유학생의 ‘짱깨 논란’을 인종차별주의 사례로 제시했다. 

    저자는 그러면서 당시 자신을 홍콩 유학생이라고 밝힌 사람을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학생”이라고 단정했다.

    국내외 반중정서를 인종차별주의와 신식민주의 틀로만 해석

    책은 650쪽에 걸쳐 중국 공산당이 국영매체를 통해 선전해온 것과 유사한 논리를 펼친다. 책 앞부분에서 국내 반중정서 확산과 팽배의 원인을 미국의 신식민주의 체제에 종속된 한국, 그리고 중국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주의로 풀이한 저자는 중반부부터는 한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이 오리엔탈리즘에 바탕으로 두고 편협하고 왜곡된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해석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중국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펼치는 패권주의적 행태들을 변호하는 듯한 시각도 드러낸다. 중국은 서방진영이 주장하는 것처럼 ‘독재국가’가 아니며 동북공정이나 문화공정, 한반도를 겨냥한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 등과는 별개로 한반도 지배 야욕이 전혀 없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또한 중국이 한국·일본·베트남을 대상으로 ‘문화공정’을 펼치는 것, 남지나해 공해상의 무해통항권을 무시하고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것,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고 공산당 당헌에 자기 이름을 집어넣은 것 등을 서방언론이 비판한 것을 두고는 “서방의 신식민주의적 시각, 오리엔탈리즘적 사고로만 중국을 본 탓”이라는 요지로 반박한다.

    책 후반부에서 저자는 한국과 서방의 중국을 대상으로 한 왜곡된 시선을 언론이 확산시켰다고 주장한다. 언론이 중국을 향한 분노와 혐오를 조장하고, 극소수 중국인이 저지른 잘못과 범죄를 전체 중국인이 그러는 듯 일반화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같은 패권주의적 행태를 두고 미국이 하면 ‘전략적 행동’이지만 중국은 ‘부도덕한 행동’이라 부른다며 언론을 비판한다.

    저자는 그러나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저지르는 온갖 범죄와 사회적 혜택의 부적절한 수혜, 중국 공산당 간부와 관영매체의 한국 도발과 비난, 폄하,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도발 옹호 등에 관한 설명이나 비판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런 점 때문에 한 블로거는 "굳이 사볼 필요까지는 없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文 전 대통령, 책 추천하며 “언론의 눈이 아닌 스스로의 눈 갖는 것이 중요”

    문 전 대통령은 이런 내용의 책을 추천한 셈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트위터에 “오랜만에 책을 추천한다. 책 추천이 내용에 대한 동의나 지지가 아니다”라며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이며 우리 외교가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다양한 관점 속에서 자신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념에 진실과 국익과 실용을 조화시키는 균형된 시각이 필요하다”며 “언론이 전하는 것이 언제나 진실은 아니다. 세상사를 언론의 눈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눈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여옥 전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짱깨주의의 탄생>을 쓴 저자와 이 책을 추천한 문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전 전 의원은 이 책을 가리켜 “혐중정서는 미국의 기획이고, 동북공정은 북한 붕괴의 대비책이라 주장하는 좌파들의 몰염치한 선전서”이자 “이런 책을 추천한 문재인은 위험한 인물이고 공산주의자이며 중국 공산당의 지지자, (저자인) 김희교는 중국 공산당의 선전원”이라고 비난했다.

    전 전 의원은 저자가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영국의 식민지 근성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위험한 발상을 주장했다며 “이런 책을 읽으라고 추천한 문재인은 모화주의자, 사대주의에 절어 있으며 친중 행각을 넘어 짱깨주의로의 연대에 나설 작자, 사대주의자이자 친중 행각을 벌이는 위험한 인간”이라고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