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10개 국가에 경제지원하고 전략적 군사기지 만들겠다는 포석…치안, 쿼드, 오커스에 맞불"이 같은 중국 협정 체결 시 잘하면 신냉전, 최악의 경우 세계대전 초래할 수도"…미크로네시아 반대포괄적 개발 비전 합의 불발됐지만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우군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협의 계속할 것"
  • ▲ 왕이 외교부장이 포괄적 개발 비전 협정 체결을 위해 남태평양을 방문했다ⓒ알자지라 방송 캡처
    ▲ 왕이 외교부장이 포괄적 개발 비전 협정 체결을 위해 남태평양을 방문했다ⓒ알자지라 방송 캡처
    남태평양 10개 국가에 경제지원하고 전략적 군사기지 만들겠다는 포석…치안, 쿼드, 오커스에 맞불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포섭해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불을 놓으려던 중공의 야욕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30일 중공은 피지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에서 '포괄적 개발 비전' 협정을 체결하려고 했으나 일부 국가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포괄적 개발 비전'이란 중공이 남태평양 도서국들에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그 대가로 ▲중국 공안의 현지 경찰 훈련 ▲지역 내 사이버 안보 관여 ▲정치적 관계 확대 ▲바다지도 작성 ▲천연자원 접근권 보장 ▲공자학원(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중국어 및 중국문화 교육기관 설치) 설치를 요구하는 협정이다. 즉, '차이나머니'를 약속하고 남태평양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 전략적 군사기지로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태평양 도서 일부 국가들이 ▲남태평양이 미중경쟁의 각축장으로 변질 ▲중국 영향력에 편입되는 것을 우려해 반기를 들었다.구체적으로 이번 회의에서 몇 개 국가가 반대표를 던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AP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파누엘로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이 최근 다른 태평양 섬나라 정상에게 서신을 통해 "이 같은 합의가 잘하면 신냉전, 최악의 경우 세계대전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크로네시아가 반대한 나라 중 한 나라라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피지도 지난달 26일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반대표를 던진 국가 중 하나일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중국은 '포괄적 개발 비전' 협정 체결을 관철시키기 위한 논의를 앞으로도 진행할 계획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합의를 위한 더 깊은 논의와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합의 최종 도달을 위한 중요한 한걸음을 내디뎠다"며 "각측은 계속 적극적이고 실질적은 토론을 해서 더 많은 공동인식에 도달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 ▲ 왕이 중국외교부장과 솔로몬제도과 안보협정을 체결했다ⓒ알자지라 방송 캡처
    ▲ 왕이 중국외교부장과 솔로몬제도과 안보협정을 체결했다ⓒ알자지라 방송 캡처
    포괄적 개발 비전 합의 불발됐지만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우군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협의 계속할 것"

    이처럼 중공이 남태평양 섬나라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중공군의 우군으로 끌어들여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는 군사적 요충지로 만들기 위함이다.

    중공군은 그동안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위협을 받고 있었다. 여기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쿼드 (미국·인도·일본·호주 안보협의체) ▲오커스(영국·미국·호주 안보동맹)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출범됐다.

    이에 중공은 이번 '포괄적 개발 협정'을 통해 태평양 섬나라들과 안보·경제 협력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려고 했다가 불발됐다.

    그러나 중공은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를 자기편으로 끌어오는데 성공했다.지난달 26일 중공과 안보협정에 서명한 솔로몬제도는 남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다. 

    미국의 태평양 군사거점인 괌과 호주 중간사이에 위치한 솔로몬제도가 중국의 세력권에 편입되면 미국의 괌과 호주의 다윈기지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중공군이 솔로몬제도까지 해·공군력을 확장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커져가는 중공군의 국력을 고려하면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 중공은 지난달 27일 키리바시에도 접근했다. 그 이유는 미국이 키리바시에 건설한 활주로 때문이다. 중공군이 키리바시 활주로를 개조해주는 것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활주로를 사용하게 되면 미국 태평양 함대를 감시할 수 있게된다.작년 5월부터 키리바시는 해당 사업과 관련해 중공의 지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중공의 이번 회의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베이징이 '지구전'으로 태평양 섬나라들을 포섭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중공이 각국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민감한 분야에서 협조를 구하는 '선이후난'(어려운 것은 뒤로 미루고 쉬운 것부터 처리함)식 단계적 접근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편, 지난달 31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공이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우려하며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