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남도 소식통 “노루 피, 전염병 치료약으로 거래…‘백두혈통’ 위한 농장서 빼돌려 조달”의약품 모두 평양으로 몰려… 청진시 등 지방도시 약국, 판매할 약 없어도 24시간 개점
  • ▲ 평양역 앞에서 지나가는 시민에게 손소독제를 발라주는 방역요원.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평양역 앞에서 지나가는 시민에게 손소독제를 발라주는 방역요원.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평양 위주로 코로나 방역을 펼치면서 의약품을 구하지 못한 지방주민들 사이에서 노루 피가 코로나 치료약으로 거래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지방에 있는 약국들도 김정은 지시에 따라 24시간 개점하지만 팔 약이 없는 실정이다.

    평안남도 소식통 “노루 피, 혈액 상태와 분말 형태로 판매”

    평안남도 주민들은 “요즘 코로나 치료에 특효약이라며 노루 피를 불법 판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방송에 전했다. 

    한 소식통은 “만성적인 의료용품·약품난이 지속되는 우리나라(북한)에서는 홍역이나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 등 전염병이 퍼질 때마다 노루 피가 전염병 치료제로 둔갑해 팔리고 있다”며 “이번에도 코로나가 급하게 확산하자 또 노루 피가 코로나 치료제라며 주민들 사이에서 암거래되고 있다”고 알렸다.

    이 소식통은 “주민들 사이에서 고열 증상 환자가 나타나면 방역당국이 즉시 ‘유료 격리시설’에 격리조치한다”며 “때문에 환자들은 열이 나면 어떻게든 해열제 등을 구입해보려 하지만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보니 암시장에서 노루 피를 구매해 복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루 피, 작은 병에 담아 판매… 원료 공급처는 '백두혈통' 식자재 조달 목장

    노루 피는 혈액 상태와 분말 형태로 거래된다. 작은 약병에 담겨 거래되는데 혈액 형태는 북한돈 1만원(약 2200원), 분말은 북한돈 5000원(약 1100원)에 팔린다. 노루를 잡은 뒤 뽑은 피는 비닐봉지에 담아 운반해 약병에 다시 담아 상품으로 만든다.

    소식통은 “혈액은 노루를 잡은 직후 받아낸 것이어서 24시간 안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비싸고, 건조분말은 노루 혈액을 말린 것과 암컷 노루가 새끼를 낳을 때 딸려 나오는 태(胎·태반)를 말려 가루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고 설명했다.

    현재 거래되는 노루 피가 나오는 곳은 평안남도 운곡지구에 있는 ‘주석목장’이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운곡 주석목장’은 김정은 등 김씨 일가와 백두혈통 가계, 노동당 고위 간부들의 식자재를 생산·공급하는 목장이다. 이곳에서 사육하는 사슴의 사향, 노루가 새끼 낳을 때 나온 태(태반)로 보약을 만들어 평양에 상납한다. 그런데 목장 근로자들이 이를 빼돌린다는 것이다.

    평안북도 소식통 “지방 약국도 24시간 문 열지만 파는 약이 없어”

    지방에 사는 북한주민들이 코로나에 걸려도 해열제나 진통제, 항생제 대신 노루 피를 사 마시는 이유는 약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의 말이다.

    평안북도의 소식통은 “지난 12일 최대비상방역체계가 시행되면서 전국의 모든 약국이 24시간 문을 열고 운영하는데 평양과 지방의 약품 공급에 큰 차이를 보여 지방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 “신의주 내 약국들도 24시간 운영하지만 해열제나 진통제 같이 필요한 약이 없다”며 “예비약품은 도 병원과 시 병원, 군 병원에만 조금씩 공급하고, 일반 약국에는 진열대가 텅 비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약이 없는데도 약국을 24시간 열어놓는 이유를 묻자 소식통은 “총비서(김정은)가 2호 약품(예비물자)을 풀어 전국의 인민들에게 적시공급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약이 없다고 약국을 닫으면 최고존엄의 지시를 어기는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그나마 신의주 시내의 일부 약국에는 감기약으로 쓰는 동약(한약)이 조금씩 구비돼 있지만 군(郡)급 약국은 완전히 비어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평안북도 병원 의사 “평양 병원과 약국에는 의약품 정상 공급… 환자도 치료”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북한 당국이 예비약품을 풀어 공급하겠다고 했을 때 지방 주민들의 기대가 컸다고 한다. 하지만 약품이 주로 군대와 평양에만 집중공급되자 주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고열과 기침 등 코로나 증상을 보여도 약조차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는 지방 주민들은 수도에만 집중된 당국의 비상방역대책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지인인 도(道) 병원 의사에게 들은 이야기도 방송에 제보했다.

    이 의사에 따르면, 청진시를 비롯해 함경북도에도 코로나 증상 환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이 병원에 와도 약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이다. 반면 평양의 병원과 약국에는 의약품이 정상공급되고 있으며 발열환자들은 격리시설에서 집중치료를 받는다.

    소식통은 이어 “일부 방역 관련 간부들은 ‘평양에서도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지방의 발열환자 수를 그대로 보고하면 (김정은) 장군님께서 걱정하신다’고 환자 발생 건수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다”면서 “때문에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시행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환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늘어만 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