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이재명과 한 시간 넘게 회동… 金 "특별한 얘기 안 해"국힘 내부서 "이해 잘 안 가", "약속받았단 의혹"… 평가절하
  • ▲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종현 기자
    ▲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종현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와 전격적으로 회동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회동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김 전 선대위원장의 행보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인, 대선 30일 앞두고 이재명과 회동

    김 전 선대위원장은 7일 서울 광화문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이재명 후보와) 특별한 얘기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6일 오후 8시부터 이 후보와 1시간 넘게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이 30일가량 남은 시점에 제1야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인사가 여당 대선주자와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커졌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사람 한 번 만난 것 가지고 뭐 그렇게 관심이 많으냐"며 "잡담도 했고 특별히 관심 가질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 후보 측에서 갑자기 연락이 와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에게서) 지원 요청이 온 것이냐'는 질문에 김 전 위원장은 고개를 저었다.

    국민의힘에서는 회동의 의미를 축소했다. 이미 야인(野人)인 김 전 위원장이 누구든 만날 수 있다면서도 직접적으로 선거운동은 돕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회의 후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이) 자연인이니까 찾아오는 사람을 쫓아낼 수도 없고, 오겠다는 분을 거절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양식이 있는 분이니 하루아침에 태도를 돌변할 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한 국민의힘 인사도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은 만나자고 하면 (누구나) 만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도 만날 사람"이라며 "만나는 것 자체로 본인(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것이니 (이재명 후보와)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이 이재명 후보를 우회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안 그래도 조금 전 제가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에게) 전화 드렸다"며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여쭤보니 '그냥 찾아와서 만났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딱 잘라 말씀하시더라"고 전했다.

    "특별한 의미 부여할 것이 없다는 말이었다"고 강조한 하 의원은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 말을 볼 때) 민주당에서 희망사항으로 꿈꾸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재명에 약속받았다는 오해 살 수 있어"

    다만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이번 행보가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서운하기보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보통 정치고수가 어떤 행보를 했을 때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은 실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재선 의원은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이 이재명 후보 측으로) 돌아간다면 본인의 명성에 상당히 상처, 타격이 될 수 있는 상황까지 간다고 본다"며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이) 자발적으로 나설 분은 아니지만, 설령 (이재명 후보를) 도와 주겠다고 했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고 본인이 얼마나 국민에게 우습게 보일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재명 후보의 이미지가 개선되기보다 숨어 있던 각종 비리와 가족의 문제까지 나오고 있다"며 "당초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이) 이재명 후보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보다 더 악화한 상태에서 그쪽을 지지하겠다고 한다면 무언가 약속을 받았다는 의혹,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정권교체를 주장하시던 분이 정권 연장 쪽에 선다면 그 진정성을 심각하게 의심받을 수 있다"며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 같이 귀한 정치적 자원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현상은 피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편, 이 후보는 민주당 당사에서 김 전 위원 등과의 만남과 관련 "대한민국이 퇴보할 것인지 걸려 있는 중요한 국면이기 때문에 모든 가능한 자원과 인재를 총동원해야 한다"며 "평소 제가 잘 아는 분들이고, 자주 전화로도 상의하는 분들이다.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