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서욱, 이인영 국정감사… 북한 SLBM 시험발사를 ‘도발’이라고 지적 못해
  • ▲ 정의용 외교장관, 이인영 통일장관, 서욱 국방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의용 외교장관, 이인영 통일장관, 서욱 국방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두고 국방·외교·통일부장관이 모두 “도발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9월 김여정이 “도발이라는 표현을 하지 말라”는 담화를 내놓은 뒤 문재인정부에서 ‘북한의 도발’이라는 표현이 사라진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욱 국방, 북한 SLBM 시험발사 가리켜 “도발 아닌 개발 중”

    서욱 국방부장관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신형 SLBM 발사를 두고 “도발이 아니라 위협”이라고 말했다. 

    서 장관은 “SLBM과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등은 ‘도발’로 보여진다”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을 두고 “군은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장관은 “우리 영공·영해·영토에 피해를 끼치는 것, 국민들한테 피해를 끼치는 것이 도발”이라며 “이번 (신형 SLBM) 발사는 북한의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서 장관은 그러면서 “군에서는 도발과 위협, 시험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도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북한의 SLBM 발사를 두고 ‘도발’이라는 표현 대신 ‘개발 중’이라고 했다.

    서 장관은 북한의 SLBM 기술력도 낮게 평가했다. “SLBM은 발사 플랫폼(잠수함)과 결합돼야 하는데 (북한은) 초보 단계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힌 서 장관은 “(SLBM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능력도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 “북한 SLBM 발사, 전략적 도발 아냐”

    같은 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의용 외교부장관도 “북한의 이번 SLBM 발사는 전략적 도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북한의 이번 SLBM 발사가 전략적 도발 아니냐”는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의 질의에 정 장관은 “전략적 도발에 대한 기준은 ‘한반도의 전반적인 안보상황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느냐’ 여부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두고 정부가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정 장관은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고 유감 표명을 하는 등 그때 그때 지적한다”고 반박했다.

    정 장관은 이어 “최근 북한이 발사한 일련의 단거리미사일은 우리 군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반도 상황을 관리 중”이라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또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을 두고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가 목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인영 통일 “북한의 의도는 대화 탐색… 결정적 파국 원치 않아”

    정 장관과 함께 국정감사에 나온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북한의 신형 SLBM 발사를 두고 “대화를 탐색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며 “결정적 파국을 원치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최근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깊은 유감을 표했고 동시에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며 “통일부도 NSC가 취한 기본적 입장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을 지속 발사하는데 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까지 하지는 않는가에 대해서는 결정적 파국으로 가지 않으려는 것일 수도 있고 한편에서는 대화를 탐색하는 것일 수 있다는 그런 취지”라고 주장했다.

    지난달부터 정부 발표에서 사라진 ‘도발’ 표현

    국방부장관과 외교부장관·통일부장관의 발언을 두고 세간에서는 “문재인정부가 김여정의 담화 때문에 ‘도발’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3월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쏘았을 때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지난 9월15일 북한이 열차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정부는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 도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도 국방과학연구소의 신형 SLBM 발사시험을 참관한 뒤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은 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9월25일 김여정이 담화를 통해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지 말라”고 위협한 뒤 정부는 더 이상 ‘북한의 도발’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심지어 북한의 극초음속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유감’이라고만 표명했다.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방·외교·통일부장관이 “북한의 신형 SLBM 발사는 도발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기조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세간에서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