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11일 한민호 승소 판결… 한민호 "법원의 상식적 판결 고맙다"
  • ▲ 한민호 전 문체부 국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정문에서 국방부에게 '한미연합훈련 사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강민석 기자
    ▲ 한민호 전 문체부 국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정문에서 국방부에게 '한미연합훈련 사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강민석 기자
    SNS에서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문재인정부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파면된 한민호(59)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이 정부를 상대로 낸 파면처분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 

    한 전 국장은 이번 판결이 "상식에 지극히 부합"한다며 "이를 계기로 공무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안종화)는 11일 한 전 국장이 문체부를 상대로 낸 파면처분취소청구소송에소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한 전 국장이 지난해 3월 소송을 낸 후 1년 반 만이다.

    SNS에 文정부 비판글 올려 2019년 10월 파면

    한 전 국장은 문체부 사행산업감독위원회 사무처장(2급·국장급)으로 일하던 2019년 10월 정부의 대북정책과 대미·대일외교, 원전정책 등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파면됐다. 국가공무원법의 성실의무(56조)와 품위유지의무(63조)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한 전 국장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페이스북에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죽창가' 영상을 올리자 "나는 친일파"라고 적으며,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비롯된 당·정·청의 '반일(反日) 몰이'를 꼬집었다. 

    문재인정부의 외교정책과 관련해서는  "동맹을 소홀히 하면 나라가 망한다" "70년 전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의 100분의 1이라도 북한 여성들의 인권유린에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징계 절차에 착수, 한 전 국장을 파면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는 "한 전 국장이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된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개전의 정(改悛의情·형법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가짐을 이르는 말)이 없다"고 파면 사유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한 전 국장은 절차를 밟아 복직이 가능하게 됐지만, 정부가 이에 불복해 항소할 가능성도 있다. 한 전 국장의 정년퇴직일은 내년 6월30일로, 정부가 한 전 국장을 복직시킨 후 징계위원회를 다시 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소송 당사자인 문체부는 1심 판결문을 확인한 뒤 항소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정부 시즌2 막기 위해서라도 할 말은 해야"

    한 전 국장은 12일 통화에서 "법원의 상식적인 판결이 고맙다"며 "판결문을 아직 보지 못했지만, 판결은 상식에 지극히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실의무 위반은 말도 안 된다. 품위유지의무 위반은 사실상 시비 걸기"였다고 강조한 한 전 국장은 "파면은 나랏돈을 횡령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나 내리는 징계이지, 정책을 비판한 사람에게 내릴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 전 국장은 "지금 공무원들은 자신에게 해가 될까봐 나라의 기반을 흔드는 정책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며 "나라가 망하는데 공무원들이 입을 다물면 충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문재인정부는 문제가 많다. 문재인정부 시즌2를 막기 위해서라도 할 말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역설한 한 전 국장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100만 공무원들이 긍지를 갖고 아닌 것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 국장은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해 교사로 일하다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문체부에서도 요직으로 꼽히는 미디어정책관·체육정책관 등을 역임했고, 2017년 8월부터 국무총리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냈다. 2019년 10월 파면된 후 지난해 4·15총선을 앞두고 우리공화당에 '1호 인재'로 영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