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대사가 우리 정치논쟁에 끼어들어… 이런 글 실어준 언론은 무슨 생각인가” 중앙일보도 구설
  •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안보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1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사드(THAAD·종말고고도요격체계) 배치는 한국의 주권 문제”라며 “중국은 우리를 겨냥한 장거리 레이더부터 철거하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의 기본 위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중국과 대등한 외교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싱하이밍 “한미 동맹이 중국의 이익 해쳐서는 안 돼…한국, 줄 잘 서야”

    싱하이밍 대사는 16일 중앙일보에 ‘윤석열 인터뷰에 대한 반론’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기고문에서 싱 대사는 “한미동맹이 중국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면서 “한중관계는 결코 한미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싱 대사는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의 안보상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중국 인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윤석열 전 총장이 전날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을 비판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전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의 주권 영역”이라며 “(사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면) 중국은 먼저 한반도를 겨냥한 장거리 레이더부터 먼저 철거하라”고 말한 게 마음이 들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싱 대사는 “(윤석열 전 총장이) 인터뷰에서 중국 레이더를 언급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자신은 한국 친구로부터 중국 레이더가 한국에 위협이 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게 싱 대사의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사드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쳤고, 앞뒤가 모순되는 당시 한국 정부(박근혜 정부)의 언행이 양국 간의 전략적 상호 신뢰를 해쳤다”고 싱 대사는 주장했다.

    싱 대사는 또한 “천하의 대세를 따라야 창성한다는 말이 있다. 중국은 이미 5억 명에 가까운 중산층 인구를 갖고 있고 향후 10년 동안 22조 달러(약 2경 5102조원) 규모의 상품을 수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돈을 많이 쓸 중국에 줄을 서야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싱 대사 주장 본 외교전문가들 “내정간섭 발언…중국 정부의 의중”

    싱 대사의 주장을 두고 외교전문가들은 “내정간섭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싱 대사의 기고문은 외국 대사가 현지 정치에 개입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대선 과정에서 후보 발언에 대해 현지 주재 대사관이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성현 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 언론을 상대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면서 “싱 대사의 기고문은 외교활동의 일부이고 중국 정부의 의중을 100% 담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고문 문구 하나하나를 중국 정부로부터 승인받았을 것이라는 게 이 전 센터장의 지적이었다.

    경희대 주재우 교수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가 본국 지시 없이 개인적인 주장을 기고하는 행동과 주재국에 대한 내정간섭적 발언을 하는 것은 금기”라면서 싱 대사의 이번 기고문은 중국의 의중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주재국이 만약 인류 보편적 가치나 평화를 훼손할 경우에나 예외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주재국의 전직 대사나 주재국에 애정을 가진 장관을 활용하는 선을 넘지 않을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무엇보다 중앙일보가 싱 대사의 기고문을 무슨 배경에서 실어줬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주 교수는 싱하이밍 대사가 현재 공식 대선주자도 아닌 ‘자연인 윤석열’의 주장을 콕 집어 비난한 데 대해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며 “이런 글을 게재해 준 언론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중앙일보는 주한 중국대사가 우리 정치논쟁에 거침없이 끼어드는 내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면서 “그 어느 나라의 주요 언론사도 이런 논조의 자국 주재 대사의 글을 게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역시 적은 항상 내부에 있었다”면서 “중국에 대응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내부의 적이 이제는 언론으로까지 확산돼가는 현실을 보니 씁쓸하다”고 평했다.

    한편 외교부(장관 정의용)는 싱 대사의 기고문과 관련해 "발언을 신중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초치를 한다거나 하는 대응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