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핵심부서 2급 간부와 5급 직원, 같은 여직원 성추행… 10개월 뒤에 파면·징계美 LA선 국정원 직원 부총영사, 현지 계약직 성추행하고 '원대복귀'… 이후 또 '쉬쉬'
  •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지난해 7월 국회서 후보 청문회를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지난해 7월 국회서 후보 청문회를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국가정보원(원장 박지원)이 성추행을 저지른 고위간부와 직원을 파면 등 징계한 사실이 알려졌다. 

    국정원은 오는 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자세한 경위를 보고할 계획이라지만, 범행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나서야 징계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같은 부서 여직원 상대로 고위간부와 고참직원이 성범죄

    중앙일보는 8일 국회 정보위원회를 인용해 “국정원이 최근 2급 간부 A씨를 파면하고 5급 직원 B씨에 대해서는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같은 부서 여직원을 사무실 등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내부 감찰조사를 받았고, B씨 또한 지난해 9월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당시 3급이었으나 이후 2급으로 승진해 대북 관련 핵심부서에서 근무 중이었다.

    이 사건은 지난 5월13일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 알려졌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당시 인사업무를 담당하던 국장급(3급)이었다. 

    A씨는 휴일에 여직원을 사무실로 불러내 성추행했고, 열흘 뒤 다시 차 안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다. 이런 일을 저지른 뒤에도 A씨는 이후 2급으로 승진해 ‘대북업무’를 수행했다.

    B씨는 지난해 9월 A씨와는 별도로 여직원을 성추행했다.

    이 사건이 국정원 상부에 보고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국정원은 그럼에도 2개월 동안 자체 감찰 등을 이유로 A씨와 B씨를 직위해제하지 않았다. 

    A씨는 사건 11개월 만에, B씨는 8개월 만인 지난 5월에야 직위해제됐다. 각각 파면 처분과 징계를 받는데도 한 달씩이나 걸렸다.

    지난해 LA 총영사관서도 국정원 간부 성추행… 외교부 “다루기 어려워”

    비슷한 일은 지난해 6월 미국 LA에서도 벌어졌다. LA 총영사관에 근무하던 국정원 소속 고위 공무원 J부총영사가 현지 계약직 여직원을 성추행한 것이다. 

    현지 교민매체에 따르면, J부총영사의 추행은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J부총영사는 사건 이후 4개월간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은 사실이 지난해 10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폭로로 드러났다.

    사건 직후 피해 여직원은 한국 경찰에 J부총영사를 고소했다. 외교부는 7월 경찰로부터 “해당 사건을 수사한다”는 통보를 받고서야 사건을 인지했다. 

    경찰은 J부총영사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황당한 일은 그 후 벌어졌다. 

    경찰이 J부총영사를 수사하기 시작했음에도 외교부는 징계하지 않았다. 경찰 통보를 받고 열흘 뒤 국내로 복귀조치한 것이 전부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J부총영사가) 국정원 직원이라서 (우리가) 다루기 쉽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J부총영사는 귀국 후 국정원으로 돌아가 별다른 징계도 받지 않고 공무원 신분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그가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공직사회 성비위, 문재인정부 들어 증가 추세

    국정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국회 정보위에 직원 징계현황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세부내역은 제출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때까지 ‘대외비’로 국회 정보위에 징계 사유를 제출했던 것과 대조됐다.

    2013~15년 국정원의 직원 징계 사유를 보면, 음주운전 58건, 기타 예산 유용 및 기강문란 등 22건, 품위손상 19건, 보안위반 10건, 직무태만 7건이었다. 현행법 위반도 주로 도로교통법이었다. 성범죄를 사유로 한 중징계는 없었다. 반면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대중에게 알려진 고위간부 성범죄만 2건이다.

    공직사회의 성비위가 문재인정권 출범 후 정부부처 전반에서 증가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7월23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성비위로 인한 부처별 국가공무원 징계현황’을 공개했다. 

    2015~19년 성매매·성폭력·성희롱 등으로 징계받은 공무원은 1049명이다. 그 중 682명(65%)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징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