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콘텐츠·국가장학금 예산만 추경 포함… 등록금 반환 두고 대학·학생 입장차
  • ▲ '2021년 제1회 추경안'에 '대학 등록금 반환' 관련 예산이 포함되지 않아 등록금을 둘러싼 대학과 학생의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8일 등록금반환운동본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서 '대학생 등록금 반환 요구'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2021년 제1회 추경안'에 '대학 등록금 반환' 관련 예산이 포함되지 않아 등록금을 둘러싼 대학과 학생의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8일 등록금반환운동본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서 '대학생 등록금 반환 요구'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대학의 비대면 강의가 계속되자 대학생들 사이에서 '등록금 반환' 요구 움직임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편성된 교육 분야 추가경정예산(추경)에는 대학생 등록금 반환 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등록금을 둘러싼 대학과 학생들 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들은 비대면 강의로 인해 수업의 질이 낮다는 불만을 터뜨리며 등록금 반환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학은 계속되는 재정난으로 등록금 반환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등록금 반환 여력은 대학이 만들어야"

    교육부는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1년 제1회 추경안'에 교육 분야 예산 총 1646억 원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학교 방역인력 지원 사업 380억 원,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의 보충학습을 지도할 온라인 튜터 사업 487억 원, 특수학교 보조 인력 지원 110억 원 등 유‧초‧중‧고교 관련 예산만 1000억 원에 이른다.

    대학생들을 위한 예산은 총 669억 원이다. 먼저 대학 비대면 강의 콘텐츠 제작 등을 지원하는 전문 인력 3000명 배치 사업에 419억 원이 편성됐다. 아울러 코로나19로 부모가 실직하거나 폐업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대학생 1만 명에게 근로장학금을 지원하는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사업'에도 250억 원을 증액했다.

    정의당과 일부 대학생들은 작년과 같이 추경에 대학 등록금 반환을 위한 간접 지원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대학 혁신 지원 사업'에 Ⅳ유형을 신설해 실질적인 자구 노력을 펼치고 있는 일반대와 전문대에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 사업'으로 총 1000억 원을 지급했다. 이를 포함해 전국 234곳의 대학이 특별장학금 지급 등의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총 2227억 원을 돌려줬다. 반면 올해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정부의 지원책이 없는 형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6일 본지에 "올해 추경의 경우 등록금 반환 관련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고, 대학에는 비대면 강의 환경 개선을 도와준다"며 "등록금 반환 문제가 수업의 질 저하에서 비롯된 만큼 비대면 강의의 인프라‧콘텐츠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등록금 반환 여력은 대학이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등록금 동결시켜 놓고 반환 문제는 '대학이 알아서' 하라니...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학은 난감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유학생 수 감소와 매년 입학생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등록금 수입의 하락, 10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 등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어 등록금 반환은 힘들다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 관계자 A씨와 다른 대학 관계자 B씨는 한목소리로 본지에 "등록금 동결과 같은 정부 정책 방향으로 인해 대학의 재정난이 가중됐는데 등록금 반환 문제를 대학에만 떠넘기는 건 잘못됐다"며 "지난해에는 여론이 들끓으니 정부에서 지원해 주고 올해는 그렇게 시끄럽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최석윤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 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코로나19로 대학이 기숙사나 식당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할 수 없는 데다 방역과 비대면 강의 인프라 구축에도 적지 않은 비용을 쓰고 있어 등록금 반환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등록금을 면제 또는 감액할 수 있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사립학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마련됐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학교시설의 이용 및 실험·실습 제한, 수업시수 감소 등 대학의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각 대학은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학생들과 논의한 뒤 등록금 환불 여부와 감액 규모를 정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이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아 협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

    대학생들 "강의 질 나아진 게 없어... 등록금 반환해야"

    대학생들은 코로나19 2년 차인 올해도 비대면 강의의 질이 작년에 비해 전혀 개선된 게 없다면서 대면 강의 때와 같은 등록금을 받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2021 등록금 반환 및 등록금 부담 완화 요구 온라인 서명운동'에 현재까지 1만2000명 이상 참여했다. 그러나 전국 290곳의 대학 가운데 올해 1학기에 특별장학금 형식으로 등록금 반환을 결정한 대학은 숭실대‧고려대‧연세대 등 10여 곳에 불과하다.

    서울 소재 대학 미대에 재학 중인 조예슬(22) 씨는 본지에 "우리 같은 실기 과목 중심의 학과는 다른 학과보다 등록금을 100만 원이나 더 내는데 지금처럼 학교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비용까지 학교가 가져가는 건 말이 안 되는 거 아니냐"며 "대학은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등록금을 다시 책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