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체포영장' 기각하면 강제수사 동력 차질… 직접 기소할 땐 공수처와 마찰 우려
  •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의 피의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처리 방안을 두고 검찰이 고심 중이다. 이 지검장이 검찰의 소환을 네 차례나 거부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탓이다. 

    소환조사를 거부하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가 현직 중앙지검장인 데다 혹여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경우 수사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검찰 역시 신중한 모습이다.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16일 이 지검장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수원지검이 이 지검장에게 출석을 요구한 것은 그때가 네 번째였다. 

    이 지검장은 2월17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같은 달 24일 재차 소환통보에도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어 25일 다시 소환통지를 보냈지만, 이 지검장은 출석 대신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서만 공개했다. 이 지검장은 4차 소환에도 출석을 거부했다. 

    강제수사 돌입 가능성… 바로 기소할 수도

    이 지검장은 해당 사건 수사가 공수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고집한다. 공수처는 지난 3일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을 검찰로부터 이첩받았지만 지난 12일 "수사 여건이 안 된다"며 검찰로 재이첩했다. 

    이에 이 지검장은 4차 소환을 거부하며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김 전 차관 사건을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다시 이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수원지검은 5차 소환 통보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강제수사를 고심하는 상태다. 

    통상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불응할 경우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에 착수한다. 체포영장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를 필요로 하는 구속영장에 비해 요건이 비교적 덜 까다로운 편이다. 이 지검장이 이미 네 차례나 검찰 소환에 불응했기 때문에 체포영장 청구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며 "사건의 핵심인물인 피의자가 소환을 거부한다면 체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을 대상으로 한 강제수사는 전례가 없는 만큼 검찰이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수사동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돼 보강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검찰이 이 지검장을 대상으로 한 직접수사 없이 바로 기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인은 "네 차례나 소환을 거부하면서 공수처에서 수사받겠다고 고집부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그를 기소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욱 황제면담' 논란도 지속

    그러나 이 경우 기소는 직접 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공수처와 검찰 간 마찰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면서 "공수처의 공소 제기 대상 사건이므로 검찰이 수사 후 공수처로 송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지난 14일에도 "수사 부분만 이첩한 것으로, 공소(기소 여부) 부분은 여전히 공수처 관할 아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 이정섭 부장검사는 "공수처장께서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송치하라'고 수사지휘성 문구를 떡하니 기재해 놓았다"며 "이후 쏟아지는 질문에 수습이 되지 않으니 '사건을 이첩한 것이 아니라 수사 권한만 이첩한 것'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를 내세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지검장과 김 처장의 면담과 관련한 논란도 지속된다. 김 처장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재이첩 이전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과 함께 이 지검장을 면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면담조서 등이 누락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김 처장이 고발된 사건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