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컴퍼니 제작, 윤석화 연출…5월 1~23일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 ▲ 연극 '해롤드와 모드' 기자간담회.ⓒ신시컴퍼니
    ▲ 연극 '해롤드와 모드' 기자간담회.ⓒ신시컴퍼니
    "2003년 '해롤드와 모드' 첫 출연 당시 여든 살까지 이 작품을 하겠다고 했는데 어느덧 정말 80세가 됐다. 끝날 때는 사뿐하게, 가볍게 무대에서 내려오고 싶다. 한 배우가 극 중 나이 80을 향해 왔으니 잘 왔다고 생각한다."

    올해 팔순을 맞은 배우 박정자가 귀여운 괴짜 할머니로 변신한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에서 삶을 아름답게 살아갈 줄 아는 80세 '모드' 역을 맡아 관객과 만난다. 이번 출연은 일곱 번째로, 그의 마지막 '모드'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박정자는 22일 오후 열린 '해롤드와 모드' 기자간담회에서 "80이 되면 모드처럼 성숙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미성숙하다. 어떤 이들은 '90세까지 하지'라고 이야기하지만 더 이상 욕심은 없다. 처음 연극을 시작했던 마음으로 좋은 무대를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는 1971년 작가 콜린 하긴스의 동명영화로 먼저 알려졌으며, 이후 1973년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자살을 꿈꾸는 19세 해롤드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80세 모드를 만나 진정한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1987년 김혜자·김주승 주연으로 초연됐다. 박정자는 2003년 첫 출연 후 연극 5번, 뮤지컬 1번 총 6번의 공연에서 주인공 '모드'를 연기했다. 이번 '해롤드와 모드'는 박정자와 인연이 깊은 박명성 프로듀서가 제작을, 배우 윤석화가 연출로 나선다.
  • ▲ 연극 '해롤드와 모드' 기자간담회.ⓒ신시컴퍼니
    ▲ 연극 '해롤드와 모드' 기자간담회.ⓒ신시컴퍼니
    박정자의 첫 공연에 제작자로 참여했던 윤석화는 "10년 전 선생님이 마지막 연출은 네가 맡아달라고 하셨다. 그때는 까마득했는데 이렇게 현실로 다가왔다"며 "연출로서 반추해보니 첫 무대의 모드가 가장 맑고 사랑스러웠다"고 밝혔다.

    이어 "선생님이 첫사랑으로 회귀하길 바라면서 연습을 시작했다. 경험과 깊이는 따라갈 수 없다. 이미 제 이야기를 들은 듯 2003년 모드로 돌아가 계시더라. 무대가 미니멀한데, 배우들의 연기가 오롯이 보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 중 '모드' 박정자를 제외하고 '해롤드'는 매번 새롭다. 지금까지 '해롤드' 역은 이종혁·윤태웅·김영민·조의진·강하늘 등의 배우들이 거쳐갔다. 올해에는 한국 연극계의 유망주 임준혁과 오승훈이 번갈아 연기한다.

    박정자는 "더블 캐스팅은 처음인데, 두 명의 해롤드를 만나서 계 탔다. 이런 인연을 통해 그들의 무대를 지켜볼 것"이라며 "역대 해롤드를 다 초청할 생각이다. 이 작품이 끝나면 또 다른 '해롤드와 모드가 무대'에 올려지겠죠. 기대하겠다"고 전했다.
  • ▲ 연극 '해롤드와 모드' 포스터.ⓒ신시컴퍼니
    ▲ 연극 '해롤드와 모드' 포스터.ⓒ신시컴퍼니
    박정자에게 모드는 "삶의 롤모델"이라고 말할 만큼 애정이 남다르다. '이 세상에 주인은 없다. 오늘 이 세상에 있다가 내일이면 떠날 텐데 소유한다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해?'라고 이야기기하는 모드를 사랑한다.

    박정자는 "모드는 '무공해' 할머니다. 80의 생일날 스스로 삶을 선택하는 그 용기가 부러웠다. 모드 같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라면 싸울 일도 욕심을 부릴 일도 없다. 많은 관객들이 무대를 바라보면서 '나도 80의 모드처럼 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1962년 '페드라'로 데뷔한 박정자는 내년이면 연기 인생 60년이 된다. "아침에 눈 뜰 때, 계단을 오를 때,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그 모든 순간이 감사하다. 코로나19라는 힘든 상황 속에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200% 감사하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는 5월 1일부터 23일까지 대치동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