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5G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 사용… 美 상·하원 7405억 달러 국방수권법 합의
  • ▲ 경기 평택시 소재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기 평택시 소재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상·하원이 7405억 달러(약 802조2500억원)에 달하는 2021회계연도 미국 국방예산법안(NDAA. 이하 국방수권법)에 합의했다. 

    법안에는 주한미군 주둔 규모 유지와 화웨이·ZTE 등 중국업체 장비를 사용하는 나라에 미군 주둔 재검토, 북한군의 화생방무기 대응 방안 보고서 작성 등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 의회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하려면 3가지 조건 만족해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3일(이하 현지시간) 3652쪽 분량의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입수했다”며 “상·하원이 4개월 동안 협상 끝에 합의한 법안에는 한국과 독일 주둔 미군의 규모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바꿀 수 없도록 제한하는 조치가 담겼다”고 전했다. 

    특히 주한미군의 경우 법안에 규정한 3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규모를 변경할 수 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역내 동맹국들(한국·일본 포함 태평양 국가들)의 안보를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으며 ▲한국·일본을 비롯한 동맹국과 주한미군 감축(또는 철수)과 관련한 적절한 논의를 거쳤다는 사실을 의회에 입증할 때만 주한미군 병력규모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해도 의회에 보고한 날로부터 90일 동안은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국방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가 미국의 국론으로 정해져도 석 달의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의미다. 

    “미국 의회는 트럼프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한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을 우려해 2018년부터 매년 국방수권법에 이에 관해 의회의 감독권을 강화하는 조치를 포함시켰다”고 방송은 강조했다. 

    새로운 변수 “중국산 장비 사용국, 대대급 이상 미군 주둔 재검토”

    하지만 법안에는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와 관련한 새로운 변수가 포함됐다. “위험한 5G 또는 6G 통신망을 사용하는 국가에는 미군 장비나 병력의 영구 주둔을 재검토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올해 처음 포함된 내용으로 “화웨이·ZTE 등 ‘위험한 장비 공급자’가 제공한 통신망 설계 또는 장비를 이용하거나 통신망 구축을 고려 중인 나라에는 미국 국방장관이 미군 병력·장비·작전에 미칠 위험을 고려해 의회에 보고하라”고 명시했다.

    법안에 따르면 ‘사드(THAAD, 종말고고도요격체계)’와 같은 주요 무기가 배치됐거나, 육군 대대급, 해군 전대급, 공군 비행중대급 부대가 주둔한 나라가 화웨이·ZTE의 통신장비를 사용할 경우 주둔을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법안 발효 1년 내에 주둔국 내 작전상 위험도를 평가하고 미군 재배치(병력감축)를 포함한 위험 경감조치를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 ▲ 지난 10월 TV조선은
    ▲ 지난 10월 TV조선은 "군 생활관에 설치한 4만8000여 개의 AI 스피커에 화웨이 백도어 칩이 들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TV조선 관련보도 화면캡쳐.
    한국에서는 LG유플러스가 5G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 지난 10월에는 국군 병사들의 생활관에 설치한 4만8000여 AI 스피커에 ‘백도어’로 악명 높은 화웨이 부품이 들어간 사실이 밝혀졌다. 이 서비스 공급자는 KT다. 

     일본의 경우 지난 11월30일 소니의 인터넷 서비스 ‘뉴로히카리’용 광통신 모뎀에서 해킹용 ‘백도어’가 발견됐다. 이 모뎀은 중국 화웨이 제품으로 밝혀졌다. 소니 네트워크의 ‘뉴로히카리’는 저렴한 가격에 속도가 가장 빨라 이용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은 미군 주둔 재검토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방수권법은 미군이 주둔 중인 나라가 화웨이·ZTE 통신장비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미국과 주둔국 사이에 어떤 합의가 이뤄졌는지도 고려해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즉, 한국과 일본이 화웨이·ZTE 장비를 퇴출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미군 주둔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수 있다. 일본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 수개월 동안 미국 측의 요구를 받을 때마다 “민간기업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며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북한 생화학무기 대응책 마련도 명시… 트럼프, 법안 거부 의사 밝혀

    방송에 따르면, 2021국방수권법에는 북한 화생방무기 위협에 따른 미군의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내용도 처음 포함됐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이 지난 10월 ‘북한 생화학무기 대응을 위한 미군 준비태세’라는 보고서에서 권고한 사안들과 관련, 미군의 대응 계획 보고서를 작성해 1년 내에 의회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계획 실행은 법안 발효 1년6개월 이내로 못박았다.

    “법안은 이르면 12월 둘째주 상·하원 표결을 통해 의회를 무난히 통과할 전망”이라고 전한 방송은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국방수권법안에 거대 IT기업(빅테크)을 보호하는 통신품위법 제230조(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제3자가 게시한 콘텐츠에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조항)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