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전력으로는 북한군, 한국군 상대 안 돼… 동족에게 핵 안 쏜다는 망상 깨야”
  • ▲ 2018년 6월 김영철이 가져온 김정은의 친서를 들어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6월 김영철이 가져온 김정은의 친서를 들어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27차례 친서를 보내면서도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는 불평불만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그러면서 “한국군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내 상대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군사전문가들은 “한국에도 핵공격을 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김정은, 지난해 8월5일 친서에서 “한국군, 현재도 미래도 내 상대 안 돼”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책 <격노(Rage)>가 미국에서 15일(이하 현지시간) 출간된 것으로 알려졌다.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주고받은 27번의 친서 가운데 일부가 소개됐다. 이 중에서도 김정은이 지난해 8월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은 친서에서 소규모로 열린 한미연합훈련 ‘동맹 19-2’를 문제 삼았다.

    김정은은 “한반도 남쪽에서 벌어지는 연합훈련은 누구를 상대로 하는 것이며, 누구를 저지하려는 것이며, 누구를 공격하려는 의도냐”며 “더욱 내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미군이 한국인들의 이런 편집증과 과민반응에 편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 불쾌한 감정을 당신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 매우 불쾌하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당신이 언젠가 말했듯이 우리는 특별한 수단이 필요 없는 강한 군대를 갖고 있고, 한국군은 우리 인민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한국군은 내 상대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친서 내용은 한미연합군이 ‘동맹 19-2’ 훈련을 실시한 데 따른 불만을 내비친 것이라는 국내 언론의 해석이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해 7월 “미국이 한국과 합동군사연습 ‘동맹 19-2’를 실시한다면 미북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담화를 내놓은 바 있다.
  • ▲ 2017년 7월 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4형' 발사 현장을 찾은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7월 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4형' 발사 현장을 찾은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군사전문가들 “한국군이 북한에 상대가 안 되는 조건, 핵무기 사용”

    한편 군사전문가들은 “한국군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내(김정은) 상대가 안 된다”는 말에 주목했다. 김정은이 한국군 전력을 모를 리 없는데 “상대가 안 된다”는 말을 내뱉은 것은 ‘비대칭전력’ 사용을 전제로 해야만 설명이 된다는 지적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남북 군사력을 비교해보면 재래식 전력 면에서는 한국군이 북한군을 월등히 능가한다는 사실을 세상이 다 안다”며 “그럼에도 김정은이 ‘상대가 안 된다’고 말한 것은 결국 유사시 한국에 핵무기를 쓰겠다는 의지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동족에게는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믿음을 김정은이 직접 깨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도 “김정은의 말은 핵무기 사용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군과 정면대결했을 때 승산이 없는 북한군으로서는 최고의 비대칭전력인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전략은 당연한 것이라고 신 국장은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사용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트럼프에게 자신의 무력을 과시·위협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이런 북한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신 국장은 덧붙였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핵무기를 사용하면 적화통일의 목표인 한국경제가 사라지게 되는데 사용하겠느냐”고 반문하며 “그보다는 한국군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밥 우드워드의 책을 아직 보지 않았으므로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현재 한국군의 기강 해이나 정치성향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서 한 말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