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한동훈, 기자와 공모" 대서특필… 다음날 "사과" 읍소… 공영노조 "보도 참사" 비판
  • ▲ 지난 18일 KBS '뉴스9'가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 지난 18일 KBS '뉴스9'가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9' 방송 화면 캡처
    '한동훈(47) 검사장과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정황이 확인됐다'는 KBS '뉴스9' 보도가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보도 직후 "공모성 대화를 한 적이 없다"는 당사자들의 해명과 실제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KBS가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 거꾸로 'KBS가 검언유착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검사장 측에선 "KBS가 취재원을 밝힐 때까지 KBS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지 않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KBS 내부에서도 "이번 보도로 KBS의 신뢰도가 추락했다"며 자성을 촉구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채널A와 검찰 간 '검언유착 의혹'의 불똥이 이젠 공영방송 KBS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동훈-이동재 녹취록이 공모 의혹 증거?


    KBS공영노동조합(이하 공영노조)은 20일 배포한 성명에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검언유착' 의혹으로 구속된 사건과 관련,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의 소환이 임박했다는 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이 사건의 불똥이 엉뚱하게도 KBS 보도본부로 떨어졌다"며 지난 18일 보도된 KBS '뉴스9'의 기사를 거론했다.

    공영노조가 거론한 기사는 이날 "이동재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나눈 대화 녹취가 이 전 기자 구속에 결정적인 '스모킹 건'이 됐다"며 '뉴스9'가 보도한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목의 법조 기사였다.

    KBS "한 검사장, 유시민 취재 '돕겠다'는 취지로 말해"


    이 기사에서 '뉴스9'는 "지난 2월 이 전 기자는 한 검사장에게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유시민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했다'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라는 취지의 말도 (두 사람이) 했다"며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유시민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KBS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튿날 '뉴스9'는 이 전 기자 측이 당시 한 검사장과 '공모하는 대화'를 나눈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을 사과드린다"고 해당 기사가 오보였음을 인정했다.

    공영노조 "하루 만에 항복… 이게 무슨 난센스냐"


    이에 대해 공영노조는 "KBS 보도본부 취재팀이 하루 만에 굴욕적인 '셀프 항복선언'을 했다"며 "대체 이게 무슨 난센스이고 코미디 같은 일이냐"고 비판했다.

    공영노조는 "KBS 사회주간·사회부장·법조팀장·보도본부장·국장은 방송 당일(18일) 대체 뭘 했느냐"며 왜 취재 대상자들의 반론권을 반영하지 않았는지를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그대들의 주특기는 일단 지르고 보는 건가? 확인되지 않은 팩트를 일단 떠들고 보는 게 그대들의 취재방침인가? 그게 그대들이 KBS에 입사해 배워온 취재방식인가?"라고 지적한 공영노조는 "KBS 보도본부가 소설을 쓴 것인지, 정권의 프로파겐다 스피커로 전락한 것인지 김종명 보도본부장과 엄경철 국장은 즉각 진상을 파악하고 해명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1노조 "'스모킹 건'이라는 대화 녹취, 취재 과정 공개해야"


    KBS노동조합은 '보도참사 부른 대화 녹취 정체 밝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KBS 보도본부가 오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대화 녹취'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다"며 "문제의 녹취를 누구로부터 입수했는지, 취재진이 입수했다는 '스모킹 건'의 정체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노조는 "검언유착의 증거라며 보도한 '대화 녹취'가 허위로 드러날 경우 KBS 신뢰도 자체에 치명타를 가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KBS 취재진이 크로스 팩트 체크도 하지 않고 보도할 정도면 '대화 녹취'가 매우 신빙성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KBS노조는 "그러나 KBS 보도본부는 어떤 논쟁도 없이 하루 만에 보도가 잘못됐다고 사과했다"며 "취재 당사자에게 대화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을 만큼 신빙성 있는 '대화 녹취'를 전달한 다수의 취재원이 과연 누구였을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허위보도 취재원 안 밝히면 고소 취하 없어"


    한편, 이동재 전 기자는 19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KBS는 취재원 등으로부터 녹취록 내용을 구두로 전달받아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나, 2월 13일 자 부산 만남 녹취록에는 '총선', '검찰총장' 및 '야당'에 대한 언급 자체가 전혀 없고, 한동훈 검사장이 '돕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하지 않았다"며 KBS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한 검사장 측도 같은 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KBS의 보도는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대화가 있었던 것처럼 꾸며낸 완전한 허구이며 창작에 불과하다"며 "KBS 기자 등 허위 보도 관련자들과 허위 수사정보 등을 KBS에 제공한 수사기관 관계자, 악의적으로 유포한 사람들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엄중히 수사해달라"고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냈다.

    한 검사장 측 김종필 변호사는 20일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KBS가 19일 방송에서 사과를 하며 '다양한 취재원들을 상대로 한 취재를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고 했지만, 다양한 취재원을 취재했으면 허위 내용이 취재될 리가 없다"며 "KBS 주장을 받아들여 KBS가 다양한 취재원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 객관적 팩트와 다르다는 것이었다면 결국 KBS가 다양한 취재원에게 이용당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법조계 "KBS야말로 검언유착 아니냐" 의혹 제기


    김 변호사는 "언론사로 하여금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한 취재원이라면 굳이 언론사가 보호해야 할 취재원이 아닌 것"이라며 "KBS는 허위 녹취록 내용을 방송하게 한 취재원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그걸 밝힐 수 없다면 KBS 역시 해당 취재원과 공모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고소 취하 여부는 KBS가 해당 취재원이 누구인지 정확히 밝힌 이후에나 생각해 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법조계 분위기를 취재한 조선일보는 "이 전 기자에 대해 (강요미수 혐의로)구속영장을 발부한 발부한 법원의 판단에 논란이 커지던 와중, 검찰 수사팀의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관련 보도가 나온 것을 두고 '이것이야말로 KBS의 검언유착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