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지우기" 비판여론 조기 차단 포석… 김종인-이해찬 3일 회동, 정국현안 논의
  •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21대 국회의원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당의 쇄신과 미래를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비대위 출범부터 비대위원 구성까지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 잡음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김종인 비대위 출범 후 첫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김 위원장은 "간혹 과거와 같은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 있다고 해도 너무 시비 걸지 말고 다들 협력해서 다음 대선을 치를 수 있는 데 협력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시비'라는 말이 나오자 장내 의원들은 물론 기자들까지 술렁였다.

    김종인 "이 짓 해야겠다 생각한 적 없어"… 회의장 술렁

    김 위원장은 이어 "솔직히 말해서 꼭 이 짓을 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통합당) 의원들이 여러 의견이 있는 것을 잘 안다"며 "그렇지만 어떤 개인적 목적을 따져서 이 자리를 맡은 게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정치가 균형 잡힌 발전을 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밝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비대위 구성 당시부터 이어진 당내 반대 목소리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강론'을 주장하는 중진 의원들이 이제 막 출범한 비대위를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기 때문이다.

    장제원 "金 비대위, 보수 가치마저 부정하는 상황"

    장제원 의원은 이날 의총 전 페이스북에 "(김종인 비대위는) 보수의 가치마저 부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강·정책도 모두 뜯어고친다고 한다"고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어 장 의원은 통합당의 정강·정책을 소개하며 "어디를 뜯어고쳐야 하는가. 유사 민주당, 심지어 유사 정의당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가치 지향점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전날에는 김종인 비대위의 출범을 알리며 "언로 차단을 통한 1인지배체제 강화가 우려된다. 의사결정방식 또한 권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의총에서 전날과 마찬가지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40년간 정치권을 생각해볼 때 현재 상황에서 파괴적인 혁신을 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통합당의 현재 당면한 문제를 직시해서 대선에 적절하게 임할 수 있게 된다면 제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우한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대책과 별개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여당의 대책이 미흡하다고 꼬집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병균으로 인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상한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는 데 있어 특단의 조치를 하지 않으면 상황이 어렵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경제가 지속발전할 수 있느냐에 대해 정치권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날 의총에는 통합당 소속 의원 103명 가운데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반대한 조경태·장제원 의원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의총 도중 회의실을 빠져나오던 김 위원장은 '당내 일각에서 보수 색깔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시비 걸지 말라는 발언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허허"하고 웃으며 답변을 피했다.
  •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후 국회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고 있다.ⓒ박성원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후 국회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고 있다.ⓒ박성원 기자
    강기정, 축하 난 들고 와 3차 추경 압박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약 5분간 접견했다. 강 수석은 김 위원장의 취임 축하 난을 전달하면서 3차 추가경정예산안 통과 협조를 요청했다. 

    강 수석은 김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1차 추경은 10조원 이상 집행했고 2차 추경은 거의 95~100% 집행했기 때문에 3차 추경도 6월에 꼭 좀 통과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을 때 상당한 재정이 투입될 거라 생각했다. 3차 추경에 대해 협조할 건 협조를 하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그러나 국회 개원 시점과 관련해서는 신경전을 벌였다. 강 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 5일 개원연설을 하려고 연설문 문장도 다듬고 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지난 30년 동안 국회 관행대로 하면 된다. 거대여당이 포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려는 여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3일 오전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김 위원장 측이 먼저 회동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