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원장, 원전 감사 담당 국장 교체… 감사원 "문책성 인사 아니다" 해명
  • ▲ 최재형 감사원장. ⓒ이종현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 ⓒ이종현 기자

    감사원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감사 중인 담당 국장을 최근 교체했다. 감사가 지지부진하자 최재형 감사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월성 원전 감사를 맡았던 이준재 공공기관감사국장을 산업·금융감사국장으로 발령냈다. 이 자리에는 유병호 심의실장이 새로 부임했다. 헌법기관장인 최 원장이 총선일에 쉬는 이례적 휴가를 나흘간 쓰고 복귀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인사다.

    최 원장은 이날 실·국장회의를 열고 "(감사원은) 정부의 중요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라며 "성역 없는 감사는 공직사회에서 누구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문제제기조차 금기시되는, 감사할 경우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영역에 대한 감사"라고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8일 보도했다.

    최 원장은 이어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馴致·길들이기)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며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검은 것을 검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장이 사냥개처럼 달려들고, 뒤에선 줄 잡고… 이래선 안 돼"

    최 원장은 "원장인 내가 사냥개처럼 달려들려 하고, 여러분이 뒤에서 줄을 잡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성역에 도전하지 않은 감사원 조직에 우회적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 부담이 되는 감사를 주저하는 간부들을 질책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인사는 월성 원전 감사의 법정기한이 지난 2월 말을 지나 4·15총선 이후로 미뤄지면서 논란을 빚은 직후 이뤄졌다. 해당 국장은 임명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아 이례적 인사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감사원 안팎에서는 "감사원장이 총선을 의식해 감사 발표를 미루고 도피성 휴가를 갔다" "'원전 감사'에 개입하려는 외압에 대한 항의성 휴가"라는 말이 나돈 것으로 전해졌다.

    월성 원전 1호기 폐쇄와 관련한 감사는 지난해 9월 국회 요청에 따라 진행됐다. 국회법에 따라 감사원은 한 차례 기간 연장을 포함해 최대 5개월 안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법적 기한을 2개월 넘기고도 통보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지난달 9·10·13일 세 차례에 걸쳐 감사보고서를 감사위원회에 올려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보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야권은 "감사원이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의식해 감사 결과 발표를 총선 이후로 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심의하는 감사위원회는 현재 대부분 친정부 인사로 채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감사원장을 제외한 감사위원 6명 중 1명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 김진국 전 민변 부회장이고, 1명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신이다. 총리실 국정운영실장(1급)으로 있던 임찬우 위원도 지난 2월 감사위원이 됐다.

    감사원 "문책성 인사 아냐… 감사원장 휴가도 항의성 아냐"

    감사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상우 전 산업·금융감사국장(행시 36회)이 감사교육원장(고위감사공무원 가급)으로 승진하면서 공석이 발생해 이준재 전 공공기관감사국장(행시 37회)이 직제상 선임인 산업·금융감사국장으로, 유병호 전 심의실장(행시 38회)이 공공기관감사국장으로 연쇄적으로 보직이동한 것"이라며 "문책성 인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감사원장은 통상적으로 내부 회의에서 감사원이 공직사회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줄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하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며 "이러한 당부의 말씀은 특정 감사 사항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