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로 갈라진 민심, 거대 양당 체제 회귀…과거 약속 어기고 연동형 비례제 백지화
  •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동 대응을 위한 ‘아세안+3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동 대응을 위한 ‘아세안+3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기간 '중간 평가' 격인 4·15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을 확보하는 기록적 압승을 거뒀다. 남은 2년간 국정운영 역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국의 정치 지형이 지역주의·거대 양당 체제로 더욱 공고해진 것은 풀지 못한 과제로 남게 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 땅에서 좌우를 나누고 보수 진보를 나누는 분열의 이분법은 이제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한다"며 "영남, 호남, 충청 전국에서 고르게 지지 받는 지역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압승을 거두자 "지역주의와 색깔론 같은 분열의 정치는 이제 끝났다"며 "3당 합당 이후 30년 가까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 이뤄졌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저로서는 제가 정치에 참여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를 이룬 셈"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방선거 전국 압승 땐 "지역주의 정치 끝나"

    그러나 2년 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 호남에서 일방적으로 압승하고 TK(대구·경북) 25개 지역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했다. 서울 강남·서초 5개 지역구는 모두 미래통합당이 가져갔다. PK(부산·울산·경남) 40곳에선 8석을 확보하는데 그쳐 지난 20대 국회의 10석보다 2석이 줄어들었다. 문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내세운 지역주의 청산이 실패한 셈이다.

    4년 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북을에서 김부겸·홍의락 후보가, 강남을에서 전현희 후보가 지역주의를 혁파했지만 이번엔 그와 같은 성과가 없었다.

    서울 송파을에서 낙선한 최재성 민주당 후보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부족했다. 함께 뛰어 주시고 성원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도 "강남 3구와 영남은 다시 민주당의 동토가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수도권에서 열세인 미래통합당이 강남에서 전승을 거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정권에 대한 반감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한 정당인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얻은 180석은 이른바 '87년 체제' 이래 가장 많은 의석수다.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의 비례 의석을 합쳐 103석에 그쳤다. 이어 소수 정당인 정의당이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이 3석을 얻었다.

    文 2년 전 "비례성 대표 선거제 강력 지지"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저는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어느 누구보다 일찍 주장을 해왔었고, 아시다시피 2012년 대선과 지난 대선 때 이미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공약했다"며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했었다. 이후 지난해 말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이번 총선에 적용됐다.

    그러나 민주당 위성정당인 시민당이 17석, 민주당 합류를 예고한 열린민주당이 3석을 얻어 국회에서 다당제는 크게 위축되고 양당 구도가 굳어지게 됐다. 4년 전 총선 당시 제3당 국민의당이 38석으로 국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었던 것과 같은 모습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이번 총선은 양당정치의 강고함, 지역주의, 선거 개혁 와해 등 역사적 오점도 함께 남겼다"면서 "고단한 정의당의 길을 함께 개척해온 우리 후보들을 더 많이 당선시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