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부족에 강의중 음란물 논란도…"교육부가 세부 지침 내려야"
  • ▲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 등 대부분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을 1~2주 추가 연장했다. ⓒ권창회 기자
    ▲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 등 대부분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을 1~2주 추가 연장했다. ⓒ권창회 기자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비대면 강의로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데다, 수업 도중 음란물이 노출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강의의 질 저하로 수업권을 침해 받는다며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들은 재정난을 호소하며 교육부가 구체적 지침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 등 대부분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을 1~2주 추가 연장했다. 온라인 수업은 지난 16일부터 시작해 이달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감염 확산 우려로 당장 대면 강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성균관대와 KAIST 등 일부 대학은 우한 코로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온라인 강의를 무기한 연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대학들이 잇따라 온라인 강의 연장을 결정했지만, 학생들의 불만은 거세졌다. 지난 2주간 온라인 강의에서 접속 장애, 부실 강의 등의 문제가 천태만상으로 나타난 탓이다. 

    "대면 강의 어려워"… 대학들, 온라인 강의 기간 1~2주 연장

    국민대에 재학 중인 2학년 임모 씨는 "비대면 강의라 소통이 어렵고 영상의 질도 떨어져 불만"이라며 "서버 오류나 버퍼링 등 개강 초기에 일어난 잡음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강의 도중 음란물까지 등장한 사태도 벌어졌다. 지난 25일 한국외대 A교수의 사전 녹화 강의에서는 음란물로 추정되는 파일의 정지 화면이 그대로 노출됐다. 수업 중 A교수 컴퓨터 화면 한쪽에 메신저 창이 떴고, 이 대화창에서 상대방에게 문제의 영상을 전송받은 장면이 나온 것이다. A교수는 대화창을 내린 후 수업을 이어갔지만, 이를 목격한 학생들은 반발했다. 

    A교수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일이 발생해 당황스럽다"며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실수로 수업 파일에 오류가 발생했다. 불편함을 끼쳐 미안하다"고 수강생들에게 사과했다. 학교 측은 A교수를 수업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해 징계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온라인 강의 '잡음' 이어져… 수업 도중 음란물 노출까지

    특히 예체능 계열 등 실습과목이 필요한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에 대한 불만이 더하다.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이모씨는 "학교에서 연습실을 사용할 수 없어 수업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며 "실기 비중이 큰 전공이라 일반 계열보다 등록금이 높은데, 한 학기 내내 온라인 강의로 진행된다면 학비가 너무 아까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의 기간이 늘어날수록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는 점차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값등록금운동본부·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등 대학생단체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교육의 질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각 대학이 등록금을 일부 반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희대 학생들도 26일 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수업에 대한 학생 2873명의 의견을 설문으로 수렴한 결과, 94.3%가 등록금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며 "총학생회가 지난 12일부터 학교 본부에 등록금책정위를 개회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는 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등록금 감면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입장이다. 현재 대학 입장에선 법적으로 등록금을 환불할 근거는 없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3조에 따르면, 대학이 수업을 전학기 또는 전월의 전기간에 걸쳐 휴업한 경우 해당 학기나 월 등록금을 면제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미 지난 16일 대학 개강이 이뤄진 만큼 학생들이 등록금을 환불받기는 사실상 불가하다.  

    등록금 환불 요구 '봇물'…대학들 "교육부가 세부 지침 내려달라"

    서울권 사립대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온라인 강의를 한다고 예산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학교도 답답하다"며 "등록금이 동결된 상태에서 유학생 수입이 감소하고 온라인 강의 시설도 확충해야 해서 여건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개강 이후 우한 코로나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대학이 원격수업을 할 것을 권고했을 뿐 기간 등 구체적 지침을 내지 않았다. 앞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등록금은 총장들이 정하는 것이고 반환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며 "다만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나 상환 유예 등 부분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권 사립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교육부가 온라인 수업과 관련한 기준이나 구체적 지침을 주지 않고 모든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고 있다"며 "국가적 재난 사태로 인해 불거진 문제임에도 '나몰라라'하는 교육부 모습에 또 다시 할 말을 잃었다. 교육부가 나서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충청권 4년제 대학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의 조치 없이 대학 차원에서 현재 모든 걸 결정하긴 어렵다"며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온라인 강의 개선이나 등록금 환불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지금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