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등교 개학과 온라인 개학 병행 검토"… "맞벌이 부모 등 대책 없어” 비판
  • ▲ 전국 초·중·고교 개학이 4월6일로 예정된 가운데,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을 검토하고 나섰다. ⓒ정상윤 기자
    ▲ 전국 초·중·고교 개학이 4월6일로 예정된 가운데,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을 검토하고 나섰다. ⓒ정상윤 기자
    전국 초·중·고교 개학이 4월6일로 예정된 가운데,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을 검토하고 나섰다.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등교 개학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온라인 수업을 정규 수업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적 대안이 나오지 않아 '대책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온라인 수업 기반이 부족한 데다 기준도 모호해 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5일 교육부-시도교육청-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하 KERIS)-EBS 간 온라인 업무협약을 진행하면서 “감염증 상황에 따라 4월6일 개학 방식에 등교 개학과 온라인 개학을 병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감염증 확산으로 개학이 불가능한 지역이나 개학 이후 학교 내 확진자가 발생해 등교중지 조치가 이뤄질 경우 원격수업을 통해 학교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유 부총리는 “원격교육을 수업일수·시수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장 의견을 수렴한 뒤 운영 기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4월5일(예정)까지 온라인 개학이 가능한 원격수업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전국 시도교육청은 온라인 수업의 일반화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원격교육 시범학교’를 선정, 운영한다. 시범학교들은 다음 주부터 한 주간 가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모든 수업을 정규수업처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교육당국에 보고할 예정이다.

    교육당국, 온라인 개학 위한 '원격수업 체제' 구축

    원격 수업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가장 낮은 단계인 '과제형'은 교사가 학습자료와 퀴즈를 올리고 학생이 과제를 제출하는 식이다. '단방향 콘텐츠 활용 수업'은 교사가 자체 제작한 영상이나 외부 강의 영상을 활용해 퀴즈를 풀고 토론을 하는 방식이다. 

    '실시간 쌍방향 원격 강의'는 실제 수업과 가장 흡사하다. 화상회의처럼 학생이 교사의 얼굴을 보면서 수업을 듣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다만 이 시스템은 네트워크 연결 등 인프라 구축 문제로 일부 학교에만 시범 적용하고 있어 당장 모든 학교로 확산하기는 어렵다.

    교육 현장에서는 온라인 개학을 우려하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인프라가 미비하고, 수업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개학이 10여일 남은 상황에서 학습 콘텐츠도 부족한 상황이라 온라인 수업 시 대부분 기존 영상 콘텐츠를 활용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 역시 온라인 개학의 개념과 진행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특히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의 원격교육 자체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교육부가 기존 개학 연기 대책으로 내놓은 '온라인 학습방'이나 EBS 특강조차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수업 인프라 부족… 학부모 "원격교육 신뢰 못해"

    교육부는 지난 23일부터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EBS 2주 라이브 특강’을 진행했지만, 이날 홈페이지 마비 사태가 일어나 혼선을 빚어졌다. 영상 시청 가능 인원이 40만 명인데, 이 이상의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 중인 초등학생 5학년 학부모 김모 씨는 "아이에게 EBS 특강을 듣게 했는데, 계속 접속 장애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 수준에서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하니 염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정부가 더 효과적이고 촘촘한 대체 교육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e학습터는 하루 900만 명, EBS 온라인 클래스는 하루 150만 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도록 서비스 안정화에 대비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 경우 걱정이 더욱 크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최모 씨는 "아이가 아직 입학도 하지 않았는데 개학이 계속 연기되더니 이제는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해 망연자실했다"며 "맞벌인데 아이를 맡길 곳도 마땅하지 않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학부모는 또 "아이가 스마트기기를 다루기 익숙하지 않아 옆에서 지도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방안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며 "처음 개학 연기 발표 이후 한달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교육부는 뭘 한 건지 모르겠다. 대책 없는 대책에 화가 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온라인 학습 사각지대 우려… 교육부 "대책 수립 중" 

    저소득층, 농어촌 학생, 장애 학생 등 스마트 기기 접근성이 취약한 계층을 위한 보완책도 필요하다. 교육부는 스마트 기기가 없는 학생 수를 13만2000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교육부는 원격교육 여건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을 제대로 파악해 교육청과 학교가 보유한 스마트기기를 대여해주는 식으로 지원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각 또는 청각장애가 있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대책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수업이 지속되면 학교 급식으로만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저소득층 학생도 피해가 커진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들 학생에 대한 지원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개학 연기에 따른 저소득층 급식 지원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교육부가 이미 온라인 개학을 대비한 여러 구체적 대안을 내놔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특히 온라인 학습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어 “학교에서 점심 한 끼만을 먹어야 하는 저소득층 학생들도 교육부가 정확히 파악해 지원해야 한다”며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학습 공백과 지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사회와의 연계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