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꾸려진 서울고법 형사2부, 김경수 지사 변론 재개… 檢 "잠정결론, 다시 쟁점화 안 돼"
  •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4일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항소심 속행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권창회 기자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4일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항소심 속행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권창회 기자
    검찰이 24일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불법 댓글조작을 벌인 혐의를 받는 김경수(52)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공판에서 "이미 전임 재판부가 결론내린 것을 다시 언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변론 재개 이후에는 재판부가 석명을 요구한 김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50) 씨의 공모관계가 쟁점이 돼야 하며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봤다"는 전임 재판부의 잠정결론을 다시 쟁점화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는 이날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지사의 항소심 속행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은 지난 2월 법관 사무분담으로 담당 재판부의 재판장이 차문호(52·사법연수원 23기) 부장판사에서 함상훈(53·21기) 부장판사로 변경된 뒤 열리는 첫 기일이다. 김 지사는 이날 짙은 네이비색 슈트와 청록색 넥타이를 매고 법정에 나왔다.

    재판부 바뀐 후 첫 재판… 공판절차 두고 공방

    이날 공판에서는 변론 재개 이후 공판절차 진행과 관련한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이뤄졌다. 앞서 전임 재판부는 지난 1월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김경수 지사의 킹크랩 시연은 상당부분 입증된다'면서도 추가 재판 의사를 내비쳤다.

    당시 재판부는 "특검이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에서 열린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회를 봤다는 사실을 상당부분 입증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그럼에도 드루킹 김동원 씨와 댓글조작을 공모했다는 것을 판단하기 위해 추가적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전임 재판부가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에 관해서는 잠정결론을 내린 만큼 전임 재판부가 요구한 '김 지사와 드루킹 간 공모관계'라는 석명사항과 관련한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이 요구한 김동원 씨와 킹크랩 개발자인 우경민 씨를 대상으로 한 증인신문을 다시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이날 "2016년 12월9일 킹크랩 시연회 당시 시간과 순서 등에 대해 좀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항소심 1년간 이미 쟁점에 대한 심리가 충분히 이뤄졌다"며 "만약 프레젠테이션(PT) 등을 통한 변론이 이뤄진다고 하면 전임 재판부가 요구한 8개 석명사항에 대해서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지난해 결론 내린 것을 언급하며 논쟁을 위한 논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 "PT 내용 제한 없다"… 검찰 요구 사실상 거부

    재판부는 다음 기일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절차 진행과 입증계획과 관련한 양측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결론냈다. 다만 PT의 내용에 제한을 두지는 않겠다고 했다. 전임 재판부가 '사실'로 잠정결론내린 '김경수 지사의 킹크랩 시연 참석 여부'를 변호인 측이 다시 거론할 길을 열어준 셈이다.

    재판부는 "재판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PT를 하는 것이 저희가 심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주장할 것인지 들어볼 것"이라고 했다. 이어 "PT 내용도 검찰 측은 석명에 대해서만 하겠다고 하지만 제한은 두지 않겠다"며 "재판부 입장에서는 전체 내용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 씨와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기사 7만6083개에 달린 댓글 118만8866개의 공감·비공감 신호 8840만1224회를 조작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드루킹 지인이자 경제적공진화를위한모임(경공모) 회원인 필명 '아보카' 도모 변호사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혐의도 받는다.

    김 지사의 다음 공판기일은 총선 이후인 4월27일로 예정됐다. 재판부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일정을 잡기가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