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감지 카메라' 국회뿐… 국방부는 위병이 '체온측정' 나머지 15개 기관은 손소독제 뿐
  • ▲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 7일 오전 현재 이곳은 열감지 카메라 또는 체온 측정 등 별다른 방역절차 없이 내외부인들이 자유롭게 통행하고 있다.ⓒ뉴데일리 사진부
    ▲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 7일 오전 현재 이곳은 열감지 카메라 또는 체온 측정 등 별다른 방역절차 없이 내외부인들이 자유롭게 통행하고 있다.ⓒ뉴데일리 사진부
    28번째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11일 국내에서 발생했다. 30세 중국인 여성인 이 환자는 11일 오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25번째 확진자에 이어 '무증상 감염'으로 의심되는 이유다. 

    주춤하던 우한폐렴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서울시청 등 주요 정부시설이 철저한 방역대책 없이 허술하게 운영된다는 사실이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손소독제가 문 대통령이 강조한 '과하다 싶은 대책'인가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에는 외교부·통일부·여성가족부 등 3개 부처와 행정안전부 일부 조직, 그리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자치분권위원회·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9개 위원회가 입주해 있다. 본지 취재진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이곳 정부서울청사를 비롯해 청와대·국방부·국회·서울시청 등 주요 정부시설 5곳에 입주한 16개 정부기관과 서울중앙지법 등 모두 17곳의 '우한폐렴 방역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상황은 정부가 강조하던 철저한 방역대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부서울청사와 서울시청은 출입구에 손소독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수칙 안내 포스터가 고작이었다. 취재진 등 400명의 인원이 출입하는 청와대 춘추관도 다르지 않다. 손소독제와 포스터 외에 '체온계를 비치해 놓았다'는 안내문이 하나 더 붙어 있을 뿐이었다. 

    국회에는 입구에 열감지 화상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지만 전문 방역인력을 통한 직접 발열검사는 없었다. 그나마 국방부는 출입구에서 직접 체온계로 발열 상태를 측정하고, 손소독제 사용을 권하는 등 비교적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전염병 대처에 모범이 돼야 할 정부기관들이 방역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한폐렴 관련 "과하다 싶을 정도의 강력한 대책"을 여러 차례에 걸쳐 주문했다. 그러나 이를 실행해야 할 정부기관들은 사실상 별다른 대책 없이 방치 수준의 대책으로 일관하는 모습이었다. "강력한 대책"을 요구한 대통령의 지시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발열검사 장비도, 체온계도 없어… 손 소독제만 덩그러니

    정부서울청사는 하루에도 수많은 이들이 오가는 주요 기관이다. 그러나 '우한폐렴'에 대비한 발열검사는커녕 체온계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정부 인력과 민원인의 방역은 사실상 손소독제 하나에 맡긴 셈이다. 그나마 본지 취재진이 10일 오전 10시30분부터 30여 분 동안 지켜봤지만, 중앙 출입구 안내창구에 비치된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한두 명에 불과했다. 정부서울청사 별관을 사용하는 외교부 역시 다르지 않았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오가는 청와대 춘추관도 사정은 비슷했다. 10일 오전 춘추관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탁자에 우한폐렴 관련 안내문과 손소독제 2개가 놓여  있었다. "체온계가 안내 데스크에 있으니 필요하면 방문하라"는 안내문이 있었지만, 취재진이 이날 오후 4시를 전후해 약 30분간 지켜본 결과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했다. 체온계를 사용하는 사람은 1명도 없었다.

    박원순 "감시 카메라 확대" 지시… 서울시청, 설치 안 해

    별다른 방역 절차가 없기는 서울시청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드나드는 서울시가 청사에 마련해 놓은 것은 손소독제와 우한폐렴 예방수칙 안내 포스터뿐이었다. 지난달 26일 박원순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긴급대책회의'에서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하다"며 "공공장소에 화상 감시 카메라 확대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열흘 넘게 지난 10일까지도 서울시 청사에는 감시 카메라가 보이지 않았다. 10일 취재진이 서울시청 대변인실 관계자에게 '시장이 직접 강조한 감시 카메라가 시청에서조차 보이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이 관계자는 "알아보겠다"는 대답뿐, 하루가 지난 11일 오후 3시까지 아무런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국회 본관 비치 손소독기, 작동 안 돼

    국회 본관도 8일까지는 출입문에 자동 분무식 손소독기를 비치한 게 고작이었다. 그나마 하나는 손을 집어넣어도 작동하지 않았다. 9일부터는 열감지 화상 카메라가 국회 본관 출입문부터 설치되기 시작했지만, 체온을 꼼꼼하게 측정하는 전문 방역인력은 없었다. 손소독제도 비치만 했을 뿐 그 누구도 출입자에게 사용을 권하지 않았다. 

    하루 수백 명이 이용하는 국회 본관 1층 카페테리아식 구내식당도 별다른 통제 없이 운영됐다. 이 식당 실무책임자인 최모 영양사는 '음식을 진열해놓고 각자 덜어 먹는 방식으로 인해 비말감염 우려가 커보인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식당 이용객들에게 강제로 마스크를 씌울 수도 없고, 그런 것까지 문제가 된다면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최 영양사는 "배식 중에 주걱과 집게를 자주 교환하는 등 더욱 철저히 관리하려 애쓴다"며 "그 외에는 배식대 앞에서만이라도 말을 자제하는 등 식당을 이용하는 분들이 스스로 잘 통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방부, 출퇴근·점심시간에만 검사 집중

    조사 대상인 17개 정부기관 중 방역에 가장 적극적인 기관은 국방부였다. 국방부는 출입구 앞에서 위병이 직접 체온계로 출입자들의 체온을 점검했다. 직원이 직접 나서서 손세정제 사용을 권하기도 했다. 

    국방부에는 출입구가 세 곳이다. 10일 현재 출입자들의 발열검사는 밖에서 보이는 출입문이 아닌, 청사 안 세 군데의 출입구에서 이뤄진다. 청사로 들어가려면 이곳에서 신분증과 소지품을 확인한 뒤 발열검사를 마쳐야 한다.

    다만 특정 시간에는 검사가 허술한 모습이 보였다. 국방부를 출입하는 본지 취재진이 7일부터 10일까지 출입구를 오가며 살핀 결과, 출퇴근시간과 점심시간 등 출입자가 몰리는 시간에만 검사가 집중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그 밖의 시간대에는 안내요원이 외부 출입자를 놓치기도 했다. 열감지 카메라는 보이지 않았다.

    조사 대상 17개 정부기관 중에서 △열감지 카메라 촬영과 △체온 의무 측정 또는 △방역 전담인력 배치 등 바이러스 차단에 주효한 방역활동을 철저하게 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방청석 가득 찬 법정... 방역은 오로지 마스크 하나뿐

    법원의 풍경은 어떨까?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사모펀드 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55)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58·구속) 씨의 3차 공판이 있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424호 법정의 30여 방청석은 가득 찼다. 눈에 띄는 부분은 마스크를 쓴 방청객들. 법원은 그동안 법정 내에서 마스크와 모자 착용 등을 불허했지만, 한시적으로 이를 허용했다. 

    하지만 열감지 시스템은 없었다. 법원 측은 "1월 말 대응책을 마련했고 현재 체온계를 교체하는 과정"이라고 해명했지만, 방청객 각자가 준비한 마스크에 감염병 차단을 의존하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