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부장판사 2일 페이스북에 '정치판사' 공개비판… "법원 간섭, 사법부에 독인 걸 명심하라"
  • ▲ 오는 4월 21대 총선 출마 등 정치에 나선 판사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김태규(53·사법연수원 28기)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이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던졌다. ⓒ김태규 부장판사 페이스북 캡쳐
    ▲ 오는 4월 21대 총선 출마 등 정치에 나선 판사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김태규(53·사법연수원 28기)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이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던졌다. ⓒ김태규 부장판사 페이스북 캡쳐
    오는 4월 21대 총선 출마 등 정치에 나선 판사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현직 부장판사가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던졌다. 최근 양승태 사법부를 공격했던 이탄희·이수진 전 판사가 총선을 앞두고 줄줄이 여당행을 택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김태규(53·사법연수원 28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2일 페이스북에 '건국 이후 최악의 사법파동과 그 일부 주역의 향후 거취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먼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건국 이후 최악의 사법파동"이라며 "이전의 사법파동과 성격을 달리했다"고 평가했다. 주도세력이 법원 내 주류적 위치를 차지한 상태였고, 법원 수뇌부의 지지를 받거나 견해를 같이했다는 주장이다.

    "수뇌부, 법원 내 이념 분화 양상 옹호하거나 묵인"

    김 부장판는 "공격 대상은 법원을 떠났거나, 법원에 잔류하고 있더라도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비주류들"이라며 "사법파동의 한가운데에서 어떤 권한을 행사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이들에 대해 과거 행위를 문제 삼고 책임을 물으며 척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법원은 두 토막이 났고, 법원 내 이념 분화의 양상까지 비쳤으며, 일부 법관은 동료 법관들에 대해 '법관 탄핵'까지 거론했다"며 "법원 수뇌부는 사태를 수습하기보다는 주류를 옹호하거나 주류의 행위를 묵인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특이한 현상을 두고 '법원 자살'이라는 표현까지 썼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은 정권이나 사법부 수뇌부의 압력에 대해 저항하는 의미가 있었고, 그래서 법원 내부의 법관들도 대체로 동조하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기는 했어도 그 방향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는 크지 않았던 듯하다"고도 지적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제기하며 내부개혁에 목소리를 높였던 판사들이 정치에 발을 들인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이 건국 이래로 가장 혹독한 사법파동을 겪었는데, 그 당시 그 무대 한가운데 섰던 법관들 중에서 일부가 선거철이 오니 정치를 하러 가셨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고, 피선거권에 제한이 없는데 정치를 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나"라면서도 "그분들은 몸에 투영된 법관의 이미지가 채 가시기도 전에 서둘러 정치에 입문하셨다"고 비꼬았다.

    "법관 이미지 채 가기도 전에 정치 입문하셨다"

    김 부장판사는 "정치인의 길을 가셨으니 이제 법원에 대해 간섭하시는 것이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살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가 비판한 법관은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이탄희·이수진 전 판사로 보인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제기해 관심을 받은 이탄희(42) 전 판사는 1월19일 민주당에 '10호 영입인재'로 입당했다.

    이수진(50)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1월27일 민주당에 입당하며, 자신을 '사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소개했다. 이 부장판사는 "법관으로 양심을 지키고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무분담과 인사평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블랙리스트 판사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 외에도 김형연 법제처장과 김영식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 4명의 판사가 총선을 앞두고 여권과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