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위원장선거 나선 후보들 ‘제1노총 탈환 위해 투쟁 공약’… 노동계 "민노총 닮아가나" 우려
  • ▲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노동개악에 반대하며 시위 중인 모습. ⓒ뉴시스
    ▲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노동개악에 반대하며 시위 중인 모습. ⓒ뉴시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선거를 앞두고 출마자들이 한목소리로 ‘제1노총’ 지위 회복을 외치며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간 대화와 협상을 강조해온 한국노총이 제1노총 지위 회복을 위해 투쟁일변도로 변해간다고 우려했다.

    한국노총은 17일 원주지역을 마지막으로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를 끝내고 21일 오후 1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제27대 한국노총 위원장선거를 치른다. 기호 1번 김만재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과 기호 2번 김동명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경합한다.

    한국노총, '제1노총' 자리 빼앗긴 후 첫 선거

    이번 선거는 한국노총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제1노총 지위를 내준 뒤 열리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노동계 안팎의 주목을 받는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전국노동조합조직현황’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조합원 수 기준으로 2018년 말 민주노총에 추월당했다. 당시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96만8035명으로 한국노총(93만2991명)보다 3만5044명 많았다.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에 제1노총 자리를 빼앗긴 것은 1995년 민주노총이 탄생한 이후 처음이다.

    후보자들은 일제히 한국노총의 제1노총 지위 회복과 관련해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기호 1번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노조 조직화’를 주장하며 제1노총 지위 회복을 공약으로 강조한다. 그는 “(민노총에) 제1노총의 지위를 빼앗겼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한노총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만재 위원장은 “노사관계를 공격적으로 개편하고 조직활동가를 양성하겠다”는 등의 강경발언을 이어갔다.

    기호 2번 김동명 화학노련 위원장 역시 선거 포스터에 ‘즉각적인 비상체제 운영으로 제 1노총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표면적이고 현상적 위기는 제1노총 지위를 잃은 것이지만 근본적 위기는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라며 “그 이유가 뭐냐, 한국노총이 타협에만 매달렸기 때문이고 현장을 무시하는 의사결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강경한 투쟁의지를 내비쳤다.

    노동계 "민주노총 성향까지 닮아간다" 우려

    노동계에서는 한국노총이 제1노총 자리 탈환을 위해 민주노총과 성향까지 닮아간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노총 관계자는 “조합원 수에서 밀린다고 그간 내세워온 한노총의 특색인 대화와 타협을 버리고 투쟁을 외치는 것은 민노총 2중대가 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23년간 강경투쟁을 앞세워온 민노총과 한노총 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한국노총이 추구해온 합리적 노동운동,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 투쟁과 사회적 대화를 병행하며 한국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노총의 운동노선은 여전히 옳다”며 “사회적 책임은 상생의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