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5일 '8년 전 보도' 빌미로 현모 기자 '정직 6개월' 징계… 노조 "판결 악용한 꼼수, 보복성 징계"
  •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앞 광장. ⓒ정상윤 기자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앞 광장. ⓒ정상윤 기자
    MBC가 부당해고 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한 현모 기자에게 '8년 전 기사'를 이유로 또 다시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MBC 측은 징계 과정에서 '해고만 안 시키면 되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보복성' 징계를 내렸다는 주장도 내부에서 제기됐다.

    17일 MBC 노조 측에 따르면, MBC는 15일 MBC 정상화위원회(정상화위)의 요청으로 현 기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고 '정직 6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MBC판 적폐청산위원회로 불리는 정상화위는 지난해 1월 법원(서울서부지법) 판결로 '징계 요구권' 등 주요 운영규정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였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서울고등법원이 '출석·답변 강제' 이외의 정상화위 활동에 대해선 서부지법의 효력 정지 처분을 취소하면서, 이달 초 현 기자의 징계를 인사위원회에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정상화위, 현 기자 징계 요청 → 중징계 결정

    정상화위가 현 기자의 징계를 요청한 이유는 부당해고로 법원 판결이 내려진 '8년 전 기사' 때문이다. 정상화위는 2018년 4월 18일 "2012년 10월 'MBC 뉴스데스크'와 'MBC 뉴스투데이'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던 '안철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보도가 사실상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사람은 현 기자였다. 뒤늦게 현 기자의 리포트를 문제삼은 정상화위는 "▲제보 검증이 부족했고 ▲사실 확인에 오류가 있으며 ▲공정성을 외면하는 등 MBC 방송강령과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 윤리강령을 위반한 점이 인정된다"며 현 기자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이에 MBC는 같은 해 5월 11일 인사발령을 내고 현 기자를 사규 및 취업규칙 위반으로 해고 처분했다.

    현 기자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리포트를 쓰지 않았고 ▲반대의견을 가진 학자를 인터뷰했으며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난 이후에 해고 처분이 내려진 것은 과잉징계"라며 MBC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지난해 5월 "MBC가 현 기자를 조사하는 근거가 된 정상화위원회 운영규정의 출석·답변·자료 제출 의무권과 징계 요구권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며 "노조나 근로자의 유효한 동의를 얻지 못했으므로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현 기자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세력에 편승하거나 동조해 보도했다고 볼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고, 반대의견을 가진 학자도 인터뷰했다는 점 등을 들어 "MBC의 해고 처분 역시 재량권을 넘은 과잉징계"라고 판단했다.

    2심도 원심과 동일한 판결이 나와 패소한 MBC는 승소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상고를 포기했다. 이에 2일 현 기자의 복직이 확정됐다. 결론적으로 MBC 측은 복직을 확정한 지 10여일 만에 현 기자를 또 다시 징계한 셈이다. 더구나 '부당 해고'라는 법원 판단을 피하기 위해 '해고'보다 한 단계 수위를 낮춰 '정직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은 '보복성'이자 '꼼수'라는 지적이다.

    "복직한 부당해고자에게 정직 6개월 '만행'"

    MBC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측이 해고 처분을 과잉징계로 판단한 법원 판결을 교묘하게 이용해 '해고만 아니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꼼수를 부렸다"며 "복직이 확정된지 채 보름도 되지 않은 시점에 해고 바로 아래 단계 징계인 정직 6개월 처분을 내린 것은 대단히 악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현 기자가 정직처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또 이긴다면 사측은 정직 바로 아래 단계의 징계를 내리는 식으로 현 기자의 복직을 계속 가로막을 공산이 크다"며 "과거 조능희 기획조정본부장이 PD수첩 광우병 보도로 두 번 정직당하자 '문제는 계속 무효 판결이 나도 (사측이) 끝까지 간다는 것이다. MBC는 전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던 게 고스란히 반복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기사는 무려 8년 전에 보도됐고, 더구나 '두 논문의 특정 문장들이 유사한 것은 사실이고, 현 기자는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교수를 섭외해 인터뷰했으며 정치적 의도를 갖고 보도한 것으로 볼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법원 판결까지 나왔다"며 "같은 사람의 일터를 또 한 번 빼앗아 긴 법정투쟁을 벌이도록 내몰아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최승호 MBC'의 내로남불과 적폐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현 기자가 중징계 대상이라면, 자유한국당에 전화해 녹음하고 비례자유한국당 전화라고 거짓 보도한 이모 기자는 왜 징계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지원금 160만원을 PC방에서 게임과 도박으로 날리고 식료품을 훔친 사람을 '현대판 장발장'이라고 보도한 기자들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는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취재기자로 입사한 여기자에게 영상편집 업무를 하라며 과도한 스트레스를 줘 결과적으로 태아 사산을 유발한 직원은 왜 징계하지 않은 지 최승호 사장에게 묻고 싶다"고 개탄했다.

    "'정치노조 편' 안 섰다고 기자 두 번 죽이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 기자가 '정치노조' 편에 서지 않았다고 '보복성' 징계를 거듭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16일 '최승호 MBC, 보복의 칼춤 언제 멈출건가'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현 기자는 8년 전 일로 또다시 징계를 당해 두 번씩이나 '보복의 칼춤'에 희생됐다"며 "최승호 사장 체제에선 '정치파업' 불참이 그토록 중죄인가. '정치노조' 편에 서지 않았다고 기자를 두 번 죽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현 기자를 해고한 기준이면, 앞서 '자유한국당에 전화를 하니, 비례자유한국당 통화 연결음이 나왔다'고 거짓 보도한 기자와 식료품 훔친 사람을 '현대판 장발장'이라고 왜곡보도한 기자들 모두 중징계가 마땅하다"며 "하지만 징계는 소문조차 들리지 않는다. 당사자들이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소속이어서 그런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민노총 무죄' '비민노총 유죄', '파업 무죄' '비파업 유죄'의 잣대를 댈 것이냐"고 지적한 박 의원은 "최승호 사장은 손에 피를 묻히고 집에 돌아갈 건가. 당장 보복의 칼춤을 멈추고, 현 기자에 대한 정직 6개월 처분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MBC로 복직한 현 기자는 인사위원회의 중징계 결정에 반발해 이의신청을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