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뒤늦게 중기중앙회 방문…박용만 상의회장, 이인영에 "한일 거래 지켜달라"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박성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박성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9일 경제계와 노동계를 잇따라 만나 최저임금 및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한 의견수렴에 나섰다. 그동안 민주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반발하는 기업의 견해를 대변하는 데 소홀했지만,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현장 애로사항을 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김기문 회장과 서승원 상근부회장, 중소기업단체협의회장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중소기업인들은 최저임금제도 개선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완책, 개성공단 재가동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현안과제 45건을 건의했다.

    이 대표는“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을 중심에 놓고 있다”며 “어제는 ‘2차 중소기업정책심의회’가 열렸는데 중소기업을 위한 예산 지원과 정책 발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대부분이 중소기업정책”이라며 “오늘 업계가 건의한 현안과제 45건을 꼼꼼히 살피고 당정 협의로 해결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해찬, 최저임금 인상 불만 청취

    중소기업계에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는 9~11일 내년도 최저임금 집중심의를 앞두고 노동계는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19.8% 인상)을, 경영계는 8000원(4.2% 삭감)을 제시한 상태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상황으로 중소기업들이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새 최저임금 시행 6개월 만에 다음 연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해, 심의 과정에서 임금수준이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최저임금 결정 주기를 최소 2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을 만나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원내대표는 " 우리 경제인들은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는지 지혜를 구하고자 찾아왔다"며 "완전히 국회가 정상화된 것은 아니지만 차일피일 미루면 못 찾아뵐 것 같아 서둘러 경제단체와 노동단체·종교단체 등 사회의 어른들을 찾아뵙고 말씀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인영, 한일관계 악화 쓴소리 들어

    이에 박 회장은 일본의 통상보복조치에 대한 한일 정치권의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치와 외교가 기업활동을 뒷받침하기는커녕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최근 일본 상황을 보면서 우리 기업들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며 "내 나라 말을 못 쓰던 시절에도, 심지어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저희는 기업을 지켜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정치가 기업으로 하여금 약속을 어기게 하는 것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답을 못 내리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경제교류는 단순한 교류가 아니라 약속이며 거래다. 국적이 무엇이든 간에 모든 기업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라며 "일본 기업은 특히 약속을 대단히 소중히 여기는 기업이다. 한·일 기업들이 약속과 거래를 상호 간에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원내대표와 박 회장은 모두발언 이후 약 24분간 비공개로 대화를 가졌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이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에서 "굉장히 위기이지만 이번 기회에 소재·부품·장비와 관련된 산업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겠느냐"며 "그동안은 여러 경제적 이유 때문에 가까운 일본에서 조달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여러 조건 때문에 (자체 육성을) 할 수밖에 없는 요건이 됐으니 이번에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박 회장은 "벤처기업 등 새로 자수성가하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야 하는데 관련법 미비와 소극적 행정관료, 기득권의 저항, 융복합시대에 대한 이해의 부족 등 때문에 벤처기업들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이분들을 위한 일하고 싶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