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자 12개면 백지로… "주간 교수가 총장-이사회 신임 여부 설문 등 문제 삼아"
  • ▲ 지난 27일 발행된 서강학보 692호 1~2면 캡처화면. 서강학보는 학교 측이 편집권을 침해했다며 1~12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 지난 27일 발행된 서강학보 692호 1~2면 캡처화면. 서강학보는 학교 측이 편집권을 침해했다며 1~12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서강대학교의 <서강학보>가 주간교수·대학본부와 의견 충돌로 5월27일자 692호를 전면 백지발행했다. 

    27일자 서강학보는 1면에 "주간교수와 학교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전면 백지로 발행한다"는 문구만 담은 채 전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2~12면에도 광고만 게재했을 뿐 기사는 싣지 않았다.

    서강학보는 백지발행에 앞서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백지발행을 예고했다. 신문은 페이스북에 "(신문에) '재단 기획'을 실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간교수가 학교의 호출 이후 국장 및 담당기자를 개인적으로 불렀다. 학교 측 입장을 전달하며 해당 지면 발행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학교 및 주간교수의 개입을 편집권 침해로 간주하고 전면 백지발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강학보의 주간교수는 설문조사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고, 총장에 대한 질문지가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학보사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학보가 백지로 발행되자 서강대 학생언론 소속 기자들의 연합체인 언론인연합회는 △학생기자의 취재권 보호 △학내 언론사의 편집에 대한 독립적 의사결정권 △교내 언론의 특수성을 고려한 독립적 입지 명확화 등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서강학보 백지발행과 관련해 서강대는 ”편집권 침해는 아니었다”는 견해다.

    서강대 관계자는 "주간교수가 교내 언론을 담당하는데, 기사 준비 등에서 신뢰성이 떨어지면 안된다는 부분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다음 호에 다루자고 조언한 것이었다. 의견 일치가 안돼 벌어진 것으로, 편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서강학보는 백지발행으로 지면에 싣지 않았던 기사를 지난 25일 홈페이지에 '보다 나은 서강을 위해서'라는 제목으로 공개했다. 관련 기사는 애초 4건이었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1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설문조사는 서강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총장·이사회 등에 대한 신임 여부를 묻는 내용으로 이달 중순께 진행됐다고 한다.

    학보 측은 "총 4개의 기사로 구성된 '재단 기획'을 업로드할 계획이었다. 학교 측이 기사를 면밀히 검토해 문제가 있을 경우 법적·행적적 처벌을 감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기자 신변에 위협을 받을 여지가 크다고 판단해 1개 기사의 업로드를 지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3건의 기사에는 교수 임용 방식, 법인 이사회, 대학 예산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학 학보사… 백지발행, 회수 등 반발하기도

    대학가에서는 그동안 학보 발행과 관련해 편집권 침해 등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논란이 불거졌다. 

    2017년 3월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은 1면에 "전 주간교수와 학교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1면을 백지로 발행한다"는 문구만 담은 신문을 발행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청주대 학보인 <청대신문>이 발행 중단됐다. 청대신문이 전 총장의 재판 관련 기사를 싣자 학교 측이 신문을 회수했다는 것. 이에 청대신문은 이후 발행하는 신문 1면에 항의성명을 담으려 했지만, 주간교수 사퇴 등으로 발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청대신문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약 6개월이 소요됐다.

    충남대의 <충대신문>도 2017년 5월 1면 기사 배치를 두고 기자와 주간교수 간 충돌을 빚으면서 발행 승인 자체가 거부됐고, 1128호 신문 발행이 중단된 바 있다.

    2015년 5월에는 서울여자대학교의  <서울여대신문>이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학내 청소노동자들이 내건 노사 협상 관련 현수막을 총학생회가 철거했고, 신문이 이와 관련한 졸업생 등의 성명을 1면에 담으려 하자 주간교수가 반대해 결국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2017년 2월에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서울과기대신문>이 모 학과 학생회의 학생회비 횡령 관련 기사를 싣자 학생처에서 학보 2000부를 회수하면서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