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년… 주사파 출신들의 '착취·피착취 이분법'이 나라 망가뜨려"
  • ▲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 ⓒ정상윤 기자
    "오랫동안 경제를 공부했지만, 성장과 분배를 이 정도로 다 망치는 경우는 처음 본다. '경제문맹'이 경제를 운용하는 걸로 봐야 한다."

    자유한국당 내에서 경제통으로 꼽히는 김종석 의원 말이다. 김 의원은 20일 “주사파 전대협 출신의 원리주의자들이 나라를 이끌면서 경제를 망쳤다”며 “뿌리로 가면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착취/피착취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이 발견된다"고 단언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2주년. '경제에 대한 평가'를 화두로 삼은 만남이었다. 야당 의원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김 의원의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잔인할 만큼 노기등등했다.

    “현 집권층은 자본이 노동을,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수도권이 지방을 착취하는 걸로 보는 것 같다. 편의점 주인도 착취를 일삼는 고용주로 본다."

    김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를 두고 “마이너스 성장했고, 최상위 가계와 최하위 가계 간의 평균소득격차가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며 “그냥 망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경제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 한국경제연구원장, 홍익대 교수와 경영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경제학도들의 필독서인 <멘큐의 경제학>을 번역하기도 한 한국의 정통 경제학자다. 그에게 문재인 정권 2년, 경제 실정 2년에 대한 이아기를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보다 양호한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말도 안 된다. 우리나라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꼴찌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한국보다 높다. 중국만 해도 성장률이 6%다. 세계경제의 호황이 지난해 말을 지나며 둔화됐지만, 여전히 좋은 편이다. 한국만 역주행 중이다. 경제문맹의 진단이다." 

    -문 대통령은 어떤 지표를 보고 ‘한국 경제상황이 좋다’고 평가하는 것인가. 주변 참모들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건가. 

    "대통령 공개발언을 들어보면 본인이 강고하고 왜곡된 ‘관념적’ 신념을 가지고 있다. 주변 참모들이 올바른 조언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한다."

    -참모들의 실책인가.

    "주변 책임을 관리하는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는 말이다."

    -잘못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라면, 누구의 책임인가.

    "주사파 전대협 출신의 원리주의자들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비현실적이고 관념적이다. 자본은 노동을, 고용주는 피고용주를,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착취한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이 잘되면 지방은 쇠퇴한다는 식의 이중구조로 세상을 이해한다. 제로섬(어느 한 쪽이 이익을 보면 반드시 다른 한 쪽이 손해를 보는 상태)으로 본다. 편의점 주인도 알바생을 착취하는 고용주로 바라본다. 뿌리로 가면 마르크스-레닌 세계관과 연결돼 있다."

    -대통령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나. 

    "문 대통령도 원리주의 세계관에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또 대통령 입장에서는 좋은 이야기만 들려주는 참모들이 고마울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실을 마주하면 괴리감을 느끼는 인지부조화 상태에 이른 것 같다. 확증편향과 같은 심리학적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도저히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 

    ‘확증편향’이란 정신병리학적 현상으로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객관적 지표 대신 보고 싶은 정보만 취사선택하는 현상이다." 

    -동료 경제학자들은 한국경제를 어떻게 진단하나.

    "지금처럼 성장과 분배를 다 망치는 정부는 처음 봤다고들 한다. 경제이론으로는 현재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는 선택이다. 성장에 치중하면 분배가 악화되고, 분배가 좋아지면 성장이 둔화되는 원리다. 역사적으로도 그래왔다."  

    -너무 박한 평가 아닌가.

    "내가 편향된 경제학자라서가 아니라 통계청 자료에 그렇게 나온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했고, 최상위 가계와 최하위 가계 간의 평균소득격차가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그냥 망친 거다."
  • ▲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과 '문재인 정부 2주년 평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상윤 기자
    ▲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과 '문재인 정부 2주년 평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상윤 기자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실패인가.

    "‘소주성’은 뿌리가 없는 사이비 경제이론이다. 관념과 이념에 빠진 비현실적 현실인식에서 비현실적 처방이 나온 것으로 본다. 어떻게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리고 소득을 분배시키느냐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건 공부를 안 했다는 뜻이다. 아프면 의사에게 진단을 받듯 경제도 체계적으로 공부한 경제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주사파 운동권에게 물어보고 있다." 

    -이론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경제정책을 펴오고 있다는 것인가.

    "뿌리는 사회주의다. 굳이 학술적 뿌리를 찾는다면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계획경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급진적 케인스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좌파들이 들고나온 국제노동기구(ILO)의 임금주도성장 논문을 보더라도 전 세계 정부가 담합해 임금을 같이 올릴 때 실현가능한 이론으로 나온다. 이게 현실적인가?"

    -단순하게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득이 늘어나서 좋은 것 아닌가.

    "취직해서 임금을 받는 사람에게나 좋은 정책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으로 고용이 줄면서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전체임금의 총액은 오히려 줄었다. 임금이 올라도 임금을 받는 숫자가 줄면 소용없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혜택이 전혀 없는 정책 같다. 

    "그래서 답답하다. 청년들에게는 최악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똑같은 시기에 출범한 일본 아베 정부와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일자리가 넘쳐 사람을 수입한다. 일본은 완전고용을 달성하고도 모자라서 한국 청년을 뽑아가지 않나.

    젊은 청년들이 이력서를 100통 쓰고도 한 곳도 취업 못하는 이유는 정부의 나쁜 정책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를 가진 사람을 위한 정부다. 근로시간 단축이든, 정규직 전환이든 비정규직이라도 일자리를 가진 사람에게나 좋은 것이다.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전혀 중요한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정책이 청년의 취업기회를 줄였을 뿐이다."

    -여전히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정책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문재인 대통령의 말장난 때문이다. 친노동 정부인 것처럼 기가 막히게 국민을 속인다. 청년들이 왜 힘든가. 바로 현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대통령은 일자리가 늘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집계한다. 5~10시간 파트타임이라도 취업자로 분류된다. 일자리가 15만~20만 개 늘었다는 것도 이같은 불완전고용이 늘었다는 뜻이다. 소득으로 봐야 한다. 최하위 소득이 줄지 않았나."
  • ▲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20일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과 관련
    ▲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20일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과 관련 "소득과 분배 모두 망친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은 경제 대안이 있나?

    "지금 정부가 하는 정책 반대로만 하면 된다. 쉬운 고용과 쉬운 해고가 가능하도록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면 된다. 10년 농성해서 쌍용노동차에 복직하는 것보다 언제든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실을 외면하고 고용된 사람만 더 잘살게하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한국당이 집권해야 한다." 

    -한국당은 분배에는 관심이 없다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한국당에 경제를 맡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드문 것 같다.  

    "우파는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에게 국가가 보조해주는 형태의 근로장려금(EITC)을 지향한다. 저소득층 중심으로 국가가 소득의 일부분을 채워주는 정책이다. 한국당의 주요 공약이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지 않나?

    "한국당 제안을 받아들였다. 문제는 무차별적이고 비효율적인 보편적 복지를 줄이고 실행해야 하는데, 근로장려금 따로, 일자리 안정 추경 예산 따로 시행하고 있다. 재정중독 정부다. 완전히 포퓰리즘에 빠져버렸다."

    -소주성 지금 포기하면 한국경제가 살아날까.

    "한국경제는 골든타임을 놓쳤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장기침체 초입에 들어왔다. 일본의 10년 전 상황과 비슷하다. 경제성장이 없고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출산율이 저하되고, 산업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경제정책을 '유(U)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고집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한다고 선언하는 순간 정치적 패배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집권해야 경제가 산다." 

    -정책결정자라면 어떤 조치를 가장 먼저 취하겠나.

    "법인세 낮추고, 규제 풀고, 노동도 유연화하고, 구조조정하고, 노조 불법행위 방조하지 말고. 정말 놀랍게도 (이 정부) 반대로만 하면 성장한다. 그 증거가 아베·마크롱·트럼프 정부다.

    당의 세일즈 전략도 바꿔야 한다. 한국당은 경쟁업체(더불어민주당)에 비해 물건을 잘 만들지만 세일즈에 약하다. 세일즈가 좋으니까 소주성이라는 근본도 없는 엉터리 불량상품도 기가 막히게 파는 것이다. 약장수와 비슷하다. 우파의 정책과 가치를 잘 팔 수 있는 홍보전문가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

    이날 마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훨씬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홍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일종의 정부 쉴드(보호)”라며 “더 나빠질 것을 예상하고 미리 보호막을 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한국이 직면한 경제문제는 전적으로 현 정부에 있다”며 “경제를 마이너스 성장시키고, 한국 정부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려 투자를 감소시킨 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다시 물었다. ‘문재인 정부가 우리 경제에 기여한 공은 없는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칭찬 좀 해주려고 찾아봐도 전혀 없다. 손대는 것마다 망가졌다. 규제개혁도. 일자리 창출도. 부동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