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심판론' 들고 광주·전주 방문… "자유민주주의 지키고 경제 살리겠" 호소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전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를 마친 직후 경찰보호를 받으며 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성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전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를 마친 직후 경찰보호를 받으며 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성원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취임 후 처음으로 호남을 방문했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부당성을 알리는 전국 순회집회 가운데 여당세가 뚜렷한 호남지역에서도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호남의 반응은 매서웠다.

    이날 오전 10시30분 황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가 광주송정역 광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방에서 고함과 야유가 쏟아졌다. 전날 황 대표의 방문 소식이 언론을 통해 발표된 직후 지역 시민단체들은 '반황교안' 집회를 예고한 바 있다.

    5·18단체 황교안 광주 도착하자 ‘고성’

    황 대표가 도착하기 전 광장에는 광주지역 민중당과 광주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먼저 모였다. 곳곳에서는 ‘5·18 학살 전두환의 후예 자유한국당 해체하라’ ‘5·18 망언 종북몰이 황교안 사퇴!’라는 피켓을 든 시민단체 회원들이 보였다.

    이들은 황 대표가 도착하자 "황교안 물러가라"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며 고성과 야유를 보냈다. 한국당 집회에 맞서 이들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황 대표는 "우리의 말씀을 들어보세요"라고 외쳤지만, 반황교안 집회 참가자들의 함성에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조경태 최고위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나고 황 대표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황 대표는 “광주·전남 주민 마음은 우리나라가 자유롭고 평화로운 자유민주주의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것 아니었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광주·전남의 애국시민 여러분께서 피 흘려 헌신한 거 아니냐”며 “자유의 근간은 삼권분립"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어 "그런데 이 정부가 행정부를 장악하고 공무원의 말 한마디도 맘에 안 들면 처벌한다"며 "이젠 사법부·헌법재판소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를 장악한 정권이 이젠 의회까지 지배하려 한다. 그래서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을 개정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우리 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잘못된 입법부 장악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로 해서 되지 않으니 장외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독재국가를 만들려고 하는데 그래서 되겠냐. 안된다. 공수처는 우리 국민들에게 필요한 게 아니다"라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경제를 살리겠다. 자유한국당이 앞장설 테니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역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전주시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를 마친 뒤 전주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성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역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전주시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를 마친 뒤 전주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성원 기자
    호남서 물벼락 맞은 황 대표

    황 대표의 이런 호소에도 성난 호남지역 유권자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당 지도부는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역사 안까지 약 200m 정도의 거리를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해야 했다. 일부 과격 시민단체 회원들이 황 대표에게 물을 퍼부어 경찰이 우산을 펴 황 대표를 경호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전주역에서 진행한 규탄집회는 광주에서와 달리 매끄럽게 진행됐다. 집회 준비 중 "황교안이 뭘 했다고 전주를 오나"라고 항의하는 시민들이 있었지만, 광주 집회처럼 극한대치는 벌어지지 않았다.

    황 대표는 "국민은 경제 살려달라고 아우성인데, 이 급한 시국에 웬 선거법 타령이냐. 선거법 때문에 국회가 갈라져버렸다"며 "이 정부는 딴짓정부"라며 "우리가 여기에 나온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16%나 올렸는데, 이제 또 얼마를 올릴지 모르겠다. 자유한국당은 민생을 살리고 경제 살리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문재인 아웃’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황 대표는 전주 일정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사회 여러 영역에서 호남이 공헌한 부분을 잘 기억하겠다"며 "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시민단체들도 있었지만, 그분들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품어야 할 대상"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안에는 적이 없다. 적은 밖에 있다"며 "잘 풀어가도록 노력하겠다. 호남을 자주 방문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