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합의안 추인…'공수처'로 사법, '연동형 선거제'로 입법부 장악 가능
  • ▲ 여야 4당(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원내대표들이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 개혁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해 잠정합의를 발표 후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여야 4당(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원내대표들이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 개혁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해 잠정합의를 발표 후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이종현 기자
    제1야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리는 방안에 전격 합의하면서 '여야 합의 없는 선거제 개편 길'이 열렸다. 역대 어느 국회에서도 없던 초유의 사태에 한국당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 선거법 날치기로,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범죄행위"라고 강력 반발했다.

    "야당이 사라졌다... 사실상 '4여 1야' 구도 재편"

    23일 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만장일치로 합의안을 추인했다. 최대 변수였던 바른미래당마저 이날 오후 1표 차이로 합의안을 추인하면서 선거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은 무난하게 패스트트랙에 올라타게 됐다.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은 오는 25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각각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방안으로 논의 중이다. 

    법안들이 패스트트랙에 올라타려면 각 18명인 특위에서 재적위원 5분의 3(11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합의한 각 특위 여야 4당 의원 수를 살펴보면, 정개특위는 12명(민주 8명, 바른미래 2명, 평화 1명, 정의 1명), 사개특위는 11명(민주 8명, 바른미래 2명, 평화 1명)이다. 각 특위 의결 과정에서 한국당이 저지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기는 역부족인 셈이다. 
  • ▲ 자유한국당 긴급의원총회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소속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는 선거제 개편안, 공수처 설치법 등의 패스트트랙 여야4당 합의 사항을 규탄하기 위해 열렸다.ⓒ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긴급의원총회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소속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는 선거제 개편안, 공수처 설치법 등의 패스트트랙 여야4당 합의 사항을 규탄하기 위해 열렸다.ⓒ이종현 기자
    '한국당 패싱=4여1야'... 끝내 입법부 무력화

    이번 합의안 추인은 여야 4당의 '한국당 패싱' 으로 불린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합의 없이 선거제 개편안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역대 어느 국회에서도 여야 정당 간 합의 없이 선거제 개편을 시도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한국당은 "반(反)민주주의적이자 사상 최악의 정치 야합"이라고 반발했다.

    선거법 개정안은 올 초 민주당이 꺼내든 개혁법안이다. 지난해 12월 임시국회 때까지만 해도 선거제 개혁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민주당의 기조가 두 달여 만에 급변한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숨은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기도 했다.

    야권 관계자들은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에 굳이 선거제 개혁을 올리려는 이유에 대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여당 2중대를 만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며 "또 당장 야 3당과의공조로 한국당을 고립시키는 효과도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수처법' 등으로 사법 틀어쥐게 된 文정권

    그러나 실제로 여야 4당이 추인한 이번 선거제 개혁은 법정시한을 넘겨버렸기 때문에 21대 총선에는 적용되지 못한다. 때문에 선거제 개혁으로 민주당이 곧바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미미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군소정당에 선거제를 내주고 공수처법 등 사법개혁을 취하려는 셈법을 가동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공수처법이란 고위공직자를 처벌할 수 있는 독립기관을 신설하기 위한 법안이다. 여당은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등을 이양해 검찰의 정치권력화를 막겠다"는 취지이나, 야권에서는 "2년간 적폐청산이란 명분으로 칼날을 휘둘러온 정부가 이제 반정부 인사를 멋대로 처벌할 발판을 만드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사실상 '검찰 불신'을 핑계로 만든 것이 공수처법이다. 야권 인사들은 "사법부 위의 사법부를 만들어 정권의 손아귀에 쥐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이미 대법원·헌법재판소 등은 대부분 친문 성향의 인사로 채워진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여야 4당이 수용한 합의안은 검사, 판사, 경무관급 이상의 경찰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가지는 '제한적 기소권' 형식을 취했다.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는 선거제 개편안, 공수처 설치법 등의 패스트트랙 여야4당 합의 사항을 규탄하기 위해 열렸다.ⓒ이종현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는 선거제 개편안, 공수처 설치법 등의 패스트트랙 여야4당 합의 사항을 규탄하기 위해 열렸다.ⓒ이종현 기자
    "선거제, 결국 좌파 장기독재 포석이 될 것"

    한국당은 이번 패스트트랙이 담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정안이 "좌파 장기독재를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내년 총선에는 적용되지 않더라도 끝내 야당의 '견제' 역할을 없애고 제2 들러리 정당을 만들어 장기집권을 꾀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나경원 힌국당 원내대표는 23일 긴급의총에서 "끝내 좌파정당 연합에 의한 선거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260석 운운 이야기가 현실화된 것이며 국회에서 개헌 저지선을 내준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4여1야가 됐다. 외국에서 우리를 본다면 과연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라고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연동형 비례다표제는 사표 방지와 정당지지율을 제대로 반영하자는 것이 명분이지만, 셈법이 복잡해 실제 유권자들이 자신이 행사하는 표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결국 유권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민주당 연합정당을 밀어주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번 여야 4당 패스트트랙 합의는 '선거'라는 게임 룰을 져버린 것으로 쿠데타다. 선거제와 공수처라는 전혀 다른 영역의 이슈를 같이 들고 와서 여야 간 '주고받기'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 의장도 "정부·국회·법원·헌법재판소·선거관리위원회 등 5개 권력기관 중 국회를 뺀 나머지 4개 권력기관이 완전 장악되지 않았나. 남은 국회만 장악하면 된다는 생각에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진행하는 것인데, 다음 목적은 개헌으로 인한 남북연방제가 될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