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제고" 밝히며 '충분히 괜찮은 딜' 제시…美 입장과 달라
  • ▲ 청와대 전경.@청와대
    ▲ 청와대 전경.@청와대
    제2차 미‧북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대북 제재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청와대가 17일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노이 회담 직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며 '종전선언', '남북경협' 등을 성급히 언급했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한 청와대가 '중재안'을 내놓으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비핵화 일괄타결(빅딜)을 요구하는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자청해 기자들을 만나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목표 달성 방향과 동떨어진 단계적 방식, 살라미 전술은 경계해야 한다"며 "스몰딜, 빅딜이 아니라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히 괜찮은 합의)'로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과 완전하고 포괄적인 비핵화를 의미하는 '빅딜'을 요구하는 미국 사이에서 절충안을 제시하며 북한의 비핵화 궤도 이탈을 막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 15일 북한의 최선희 외무상 부상이 평양에서 외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북한이 포괄적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도록 견인해나가야 한다"며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선 한두 번의 조기 수확(early harvest)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한미간 인식 차이 없다지만...

    그러나 이런 청와대의 구상은 미국의 입장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모든 핵시설과 핵무기는 물론,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까지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현직 백악관 보좌관이 국제적으로 민감한 북한 관련 사안에 대해 거침없이 인터뷰를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사전 교감에 따라 인터뷰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비핵화 협상 중단"을 언급한 최 부상의 지난 15일 평양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도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그들이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에 대해 기꺼이 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17일(현지 시간) 방송된 뉴욕의 AM970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그들(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는 도움이 안 되는 언급을 했다. 이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올 오어 낫씽 전략이 재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백악관의 입장과 다른 것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미 간에는 긴밀한 대화를 유지하고 있다"며 "비핵화의 최종단계, 최종상태(end state)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에 대한 인식에는 한미 간 차이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