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인' 황교안 정치력에 기대… 탄핵총리 프레임 돌파, 탕평 인사로 '총선' 총력
  • ▲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이종현 기자
    ▲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이종현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황 대표가 한국당에 입당한 지 43일 만이다. 

    황 대표가 60% 이상 득표할 경우 당 운영에 상당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득표율은 50%(6만8713표)에 그쳤다. 그러나 일단 과반 득표를 통해 2020년 국회의원선거 공천권을 틀어쥐고 대권가도를 달리게 됐다. 

    황 대표는 '어당황(어차피 당대표는 황교안)'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대세론의 주인공이지만, 2020년 총선 결과에 따라평가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개선장군'이 될 수도 있고, '거품'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범보수진영 차기 대권주자 1순위에서 밀려나는 참사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우선 해결과제는 '정치력' 

    당장 황 대표는 당 안팎에서 '정치력'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 정치인의 현안 돌파능력은 정치력과 직결된다. 

    그러나 황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현안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내놓지 못해 ‘세모(△) 교안’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세모 교안'은 황 대표가 후보자 TV토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질문에 처음에는 "탄핵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문제가 되자 "원래 세모로 답하려고 했지만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하면서 얻은 별명이다. 

    황 대표는 또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 등 현안마다 지나치게 신중한 대답을 하다 오히려 결정력과 철학이 없는 정치인으로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로 인해 시시각각 현안이 바뀌는 정치판에서 황 대표가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왔다. 아울러 총선 전에 황 대표 체제가 무너지고 다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과 친여 성향의 야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문제와 관련, 황 대표에게 집요하고 강도 높은 검증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황 대표 입당 직후 "국정농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이라는 점에서 국민은 착잡하다”며 황 대표의 탄핵책임을 물었다. 

    공조가 절실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이미 "황 전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총리로서 탄핵 당시 대통령권한대행을 했고, 국정농단사태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 있다”고 공격한 바 있다. 

    여야가 힘을 합쳐 '황교안=탄핵 책임자' 라는 프레임을 덧씌워 공격하는 상황에서 황 대표는 손혜원 의원 목포 투기 의혹, 김경수 경남지사 드루킹 공모 혐의,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문제 등 대여투쟁을 이끌어가야 한다. 황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 ▲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자들이 정견발표 직후 포옹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자들이 정견발표 직후 포옹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보수 통합 물꼬 '탕평인사' 강조 

    당내 상황도 녹록치 않다. 한국당 의원들은 입을 모아 다음 당대표의 과제는 "통합"이라고 외쳤다. 보수가 분열돼서는 다음 선거도 가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대 기간 한국당에서는 “의전에 익숙한 황 전 총리가 국무총리실에서 일하는 사람만 써서 캠프가 공무원 조직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대표가 마음에 맞는 인물을 기용하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될까 싶지만, 당 소속 의원들은 "의전에 익숙한 사람들끼리 뭉쳐 있으면 살벌한 정치판에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황교안 후보 주변으로 공무원이 포진된 것도 문제"라면서 "정치현안에 밝은 의원들을 곁에 두고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황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 친박과 비박의 계파갈등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낙관적 반응이 나왔다. 황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 친박과 비박이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차기 총선의 전권을 쥔 황 대표를 중심으로 ‘친황'과 '비황’ 조직이 생기고, 이에 따라 당이 분열하지 않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당내에서는 계파논쟁을 끝낼 수 있는 방법으로 '탕평인사'를 강조했다. 계파에 구애받지 않는 인사를 통해 황 대표가 강조했던 '통합 메시지'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흠 전 최고위원은 "당이 분열이란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게 중요하다"며 "핵심은 적절한 인사"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 측도 통합을 염두에 둔 인사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황 대표 측이 비박계 김세연 의원을 사무총장에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 확장에 유리한 오세훈 전 시장과 태극기세력을 꽉 잡고 있는 김진태 의원도 총선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의 이념노선에 대한 논쟁을 끝내기 위해 김 의원이 선명야당을 요구하는 태극기세력을 지휘하고, 중도로의 확장성을 가진 오 전 시장을 통해 개혁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황 대표는 당선 직후 "마음을 먼저 정리하고, 혁신을 통해 당 밑바닥을 튼튼하게 만들고, 이걸 토대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며 "젊은이와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가 함께하는 통합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