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국당 합동연설회… 황교안 "문재인 적폐 청산", 오세훈 "박근혜 극복" 주장
  • 22일 경기도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후보자 마지막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박성원 기자
    ▲ 22일 경기도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후보자 마지막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박성원 기자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22일 막을 내렸다. 이날 경기도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도권.강원 합동연설회를 끝으로 사실상 당원 민심을 살펴볼 수 있는 공식 일정이 마무리됐다. 당권 경쟁 중인 오세훈·김진태·황교안 후보의 마지막 메시지에서 후보들의 확고한 정치적 이상향을 읽을 수 있었다. 

    다음 당대표는 2016년 말부터 시작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한국 보수 진영 전체가 궤멸 직전까지 몰린 상황에서 2020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맡게 된다. 보수 부활을 증명해야 하는 당대표 후보들은 각기 다른 '보수 중흥' 해법을 갖고 있었다. 

    오세훈 후보는 “박근혜를 뛰어넘어, 당심(黨心)도 민심을 따라가야 한다”며 중도층으로의 확장을 강조했다. 김진태 후보는 자신의 의원직 박탈 운동까지 일으킨 5.18 공청회 논란을 직접 언급하며 “더불어민주당 여론에 맞춰 우리가 사육될 필요가 없다. 정정당당하게 정면 돌파하자”며 시종일관 선명한 야당을 강조했다. 황교안 후보도 “문재인 정부의 신적폐와 이 정권의 국정 농단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며 강한 야당을 주장했다. 
  • 자유한국당 2.27전당대회 오세훈 당대표 후보자. ⓒ박성원 기자
    ▲ 자유한국당 2.27전당대회 오세훈 당대표 후보자. ⓒ박성원 기자
    "박근혜 극복하자" 말하자마자 '야유'

    이날 정견 발표는 오세훈 후보부터 시작했다. 본인이 수도권과 중도의 민심을 이끌 적임자라고 강조해오던 오 후보는 앞선 합동연설회 때보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오 후보는 “문재인 정부는 참 엉터리다”라며 입을 뗐다. 오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적폐몰이로 우리를 능욕하고 (정부여당은) 20년에서 이제는 100년 집권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반드시 저들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런데 분노만 갖고는 되지 않는다”며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눈앞에서 우리의 명함이 찢기는 굴욕을 당하며 궤멸적 패배를 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에서 누가 효자 간판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원들은 오세훈 후보 이름을 연호하고, 중간중간 박수도 치면서 그를 응원했다. 그러나 곧 이어 상황이 반전됐다. 오 후보가 “저 오세훈은 그동안 여러분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말씀을 드려왔습니다”라며, 그간 외쳐온 보수의 정치적 과제들을 언급할 때였다. 

    “박근혜 대통령을 극복하자”라는 말이 오세훈 후보의 입에서 나오자마자 당원들 사이에서 고성과 야유가 쏟아졌다. 

    대부분 김진태 후보 지지자가 몰려 있는 좌석에서 이런 비난이 나왔다. 연설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김 후보는 당안팎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이 극성스럽다는 비난이 나오자 ‘연설 도중 상대 후보에 대한 야유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지만 소용 없었다. 전날 부산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자제력을 보였던 지지자들이 오늘은 참지 못하고 일시에 분노를 터뜨렸다.

    오세훈 후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가 반성 없이 탄핵을 부정하고, 우리 따르라고 하면 국민은 우리를 심판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심판론이 돼어야 할 총선을 자유한국당 심판론으로 만드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또 "당원들 마음에 드는 소리만 골라하면 국민 마음을 멀어져 간다”고 말했다. 

    오 후보의 발언이 계속될수록 당원들의 고성은 커졌다. 당원들은 “내려가라” “나가라”라며 소리를 질렀다. 오세훈 지지층이 “오세훈”을 연호하면서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오 후보도 목소리를 키웠고, 핏대를 드러냈다. 그는 “당심은 민심을 따라야 한다. 더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연단을 내려왔다. 그는 수도권 연설회에서도 고성과 야유를 받고 퇴장했다. 
  • 자유한국당 2.27전당대회 황교안 당대표 후보자.ⓒ박성원 기자
    ▲ 자유한국당 2.27전당대회 황교안 당대표 후보자.ⓒ박성원 기자
    황교안 "문재인 정부의 신적폐 청산하겠다"

    다음으로 황교안 후보가 연설을 이어갔다. 황교안 후보는 당원들에게 큰절하고 연설을 시작했다. 황 후보는 지난 3번의 연설보다 한층 강도가 센 메시지를 들고 나왔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신적폐를 청산하겠다고 약속했다. 

    황 후보는 시작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를 포기했다. 북한에 돈 퍼줄 궁리만 하고 대한민국 대통령보다 김정은의 대리인 아니냐”며 “문재인 정권의 좌파 독재의 길로 쌓인 신적폐를 저지하겠다”고 했다. 

    황 후보는 이날 김경수 경남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댓글 조작의 최종 책임자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하고 “특검을 해서라도 이 정권의 국정 농단을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했다. 

    이어 “기필코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며 “승리의 필수조건은 대통합이다. 자유한국당 깃발 아래 청년, 중도층을 비롯해 자유우파를 하나로 모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를 압도적으로 밀어주십시오. 그래야 힘있게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울 수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사실상 압도적 표차이를 만들어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당권을 쥐어달라는 말이었다. 

  • 자유한국당 2.27전당대회 김진태 당대표 후보자.ⓒ박성원 기자
    ▲ 자유한국당 2.27전당대회 김진태 당대표 후보자.ⓒ박성원 기자

    김진태 "민주당에 사육돼서 되겠습니까" 포효

    마지막으로 김진태 후보가 연단에 섰다. 이미 오세훈·황교안 후보의 지지자들은 퇴장한 후였지만, 장내는 김진태 후보를 응원하는 함성으로 물샐 틈 없었다. 

    김진태 후보는 “제 이름 진태는 ‘진짜 태풍’이라는 뜻”이라며 “이미 판이 바뀌었고 태풍이 불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는 곳마다 김진태를 이야기한다. 이번에야 말로 판을 확실히 바꿔달라”며 수도권 표심을 요구했다. 

    김 후보는 이어 작성한 듯 국회에서 자신의 제명 논의까지 일으킨 ‘5.18 공청회 논란’을 전면에 꺼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한 것과 관련 김 후보의 '5.18공청회'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5.18 때문에 당 지지도가 떨어진 게 아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5.18 사건으로 아무런 반사이익을 거두지 못했다는 데이터가 나왔고, 오히려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이 5.18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좌파들은 이렇게 싸우지 않는다”며 “우리는 지지도가 떨어지니까, 총구를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내부로 돌리고 희생양을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론은 존중해야겠지만, 더불어민주당 여론을 우리가 따라갈 필요는 없다”며 “제1야당이 민주당에 사육당하고 이용당해서 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장내에서는 응원의 함성이 터졌다. 

    김 후보는 “정정당당하게 정면 돌파해야 한다”며 “당대표가 되면 김정숙(영부인)-문재인(대통령)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난세의 지도자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김진태는 바뀌지 않는다. 나는 바보다. 함께 끝까지 가보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의리의 아이콘을 미래의 아이콘으로 바꿔달라”고 외쳤다.

    합동연설이 끝나고 오세훈 후보와 김진태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이날 연설에 대해 짧은 소감을 전했다. 황교안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지 않고 다음 일정을 위해 바로 자리를 떴다.

    김진태 후보는 '오세훈 후보 연설 도중 김 후보의 지지자들이 야유를 보냈다는 지적'에 대해 “당원들 입장에서는 탄핵과 같은 뜨거운 쟁점에 대해 의견 표현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오 후보에 대한 예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당원들이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오히려 당원들이 오 후보의 정치적 지향점에 대해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봤다.

    그는 “오 후보가 말하는 내용을 좋아하는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으니 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예상 지지율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70%의 당심이 중요하기 때문에 판세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전당대회 당일 개표함을 열면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세훈 후보는 자신의 연설 도중 나온 야유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무능에 분노하기 때문에 더 강성 우파를 지지하게 되는 것 같다”며 “중도를 지향해야 총선에서 실리를 추구할 수 있다는 말씀이 성에 안차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저의 주장에 많은 분들이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그분들(야유를 보낸 당원)도 연설장에서는 구호를 외치지만, 마음 속으로는 누구의 방법론이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