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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참석자들의 거수경례를 받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이적행위', '불법적 일탈행위' 등 강도 높은 용어를 사용하며 군을 질책했다."국민이 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임해달라"며 국방개혁의 속도를 주문한 것이지만, 이날 보고된 국방개혁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10년 전 국방개혁 2020과 유사해 향후 정치적 논란의 여지도 클 것으로 보인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군 주요 지휘관으로부터 '국방개혁 2.0' 보고를 받은 후, 조용하면서도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작심한 듯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책임있는 군대의 출발은 전작권 전환"
문 대통령은 "국방개혁 2.0은 10년도 더 전에 우리 군이 마련했던 '국방개혁 2020'을 계승하고 있다"며 "2006년 당시 목표로 했던 정예화, 경량화, 3군 균형 발전이 목표 연도인 2020년을 2년 앞둔 지금에도 요원하다"고 말했다.
이어 "뼈아픈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군 스스로 조직의 명운을 걸고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이 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책임지는 국방태세를 구축해야 한다"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그 출발"이라고 못박았다. "전시전작통제권을 조기에 전환하고 한미연합방위 주도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시작전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되다가 보수 정권이 들어선 후 환수가 보류됐다.
또한 '기무사 문건'에 대해서도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감시와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규정했다.
수사결과 나오기도 전에 '불법' 규정
해당 사안은 문 대통령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해 독립적인 수사를 요청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불법적'인 것으로 규정한 셈이다.
군의 방산 비리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국민을 배신한 중대한 이적행위"라며 "군이 충성할 대상은 오직 국가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장병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과 인권이 보장되는 선진 민주 군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개혁 과제"라며 "국민들은 군대의 성비리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한다. 불미스러운 일로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특단의 노력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군인들로부터 거수 경례를 받았다. 그간 회의에서 대통령에게 거수 경례를 하지 않았던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때문에 참석한 군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에 '충성' 구호를 외치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합참의장이 연합군 사령관 겸직' 검토
이날 국방부가 문재인 대통령에 보고한 국방개혁 2.0의 주요 내용은 ▲지휘구조 개편 ▲육군 비중 줄이기 ▲장성 규모 축소 ▲사병들의 군 복무 축소 ▲불합리한 관행 및 부조리 척결 등이다.
먼저 지휘구조와 관련해서는 한국군 합참의장이 연합군사령관을 겸직하는 연합군사령부 개편방안을 검토하게 된다. 전작권 환수까지 염두에 둔 계획이다.
육군 복무기간 18개월, 해군 20개월로 축소
또 병 복무기간을 3개월 단축해 육군과 해병대는 21개월에서 18개월로 복무기간을 단축하고 해군은 23개월에서 20개월로 복무기간이 줄어들 예정이다.
육군 장성의 비중을 크게 줄이는 방안도 국방개혁안에 포함됐다. 국방부는 2022년까지 장군 정원을 436명에서 360명으로 76명 감축한다. 이중 육군이 66명으로 감축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고 해군과 공군은 각각 5명씩이다.
국방부 직할부대의 주요 결정권자를 육·해·공군 모두에 같은 비율로 균형 편성하고 같은 자리에 동일 군이 연속해 보직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우리 군은 그간 주적인 북한과의 대치 상황으로 인해 육군 중심으로 편성이 돼 있었고, 이에 따라 2018년 7월 기준 국직부대의 장성급 지휘관의 비율이 16:3:1에 이르는 등 육군 지휘관의 비중이 높았다. 합참은 필수직위를 제외한 모든 장군·대령에 대한 현 육해공 2:1:1의 비율을 1:1:1로 동일하게 균형 편성하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노무현 정부 '국방개혁 2020' 재탕되나
그러나 이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국방개혁 2020년' 개혁방안과 유사한 측면이 적지 않다.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국방개혁 2020은 국방부의 국방운영체계 선진화, 군 구조 전력체계 및 3군 균형 발전, 병영문화 발전 문민화 등을 추진하는 한편, 전작권환수도 함께 추진했었다.
이에 야당과 10년 이상 묵은 군 개혁안을 놓고 다시금 정치적으로 부딪치는 모양새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의 군 복무 축소 계획에 대해 "남북관계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방적 감군은 위험하다"며 반대했었다. 이같은 논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남북관계가 개선됐다고는 하나 북핵 등 안보 관련 위협은 오히려 증대됐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방개혁 2.0은 (북핵을 선제타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등 3축 체계 확립보다도) 3군 균형 발전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