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바른미래 소통 채널 확장… 양당 모두 전당대회 기점으로 '통합' 논의 불붙을 듯
  •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3일 오전 국회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실을 찾아 예방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3일 오전 국회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실을 찾아 예방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0대 국회가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야권 통합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권 개편에 대한 주목이 높아졌다. 

    이미 6·13 지방선거에서 크게 승리하고 독주 활로를 확보한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선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다만 양당 모두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을 위해 때를 기다리고 있다. 

    보수 빅텐트 물밑 작업 시작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야권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두 석을 차지하긴 했지만, 집토끼가 있는 TK(대구·경북)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사실상 한 석도 얻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바른미래당의 성적표는 더욱 참담하다.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했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사망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는 말도 나왔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인재영입위원장도 선거 패배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행 선거제도가 계속되는 한 다당제를 지키기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앞으로 정계개편의 흐름을 거역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시인했다. 다당제라는 실험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평가다. 

    바른미래당 한 원외인사도 "다당제 실험은 끝났다"라며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평가를 받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당은 정권 창출을 위해서 존재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영향력이 없다고 평가받은 당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당만으로는 힘에 부친다는 평가다. 야권이 힘을 합쳐야 다음 총선을 노려보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심재철 한국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보수 그라운드 제로 토론회'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선 해체-후 단계적 통합'의 단계를 거쳐 보수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황영철 한국당 의원도 16일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에 있는 바른정당 출신 의원은 이념적 지향성이나 국정운영의 방향 부분에서 저희와 동일한 만큼 다시 큰 틀에서 모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국민의당 출신 의원도)지난 대선 때 빅텐트론을 주장했던 것처럼 큰 틀에서 모였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 ▲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시장경제살리기연대' 출범을 발표했다. ⓒ뉴데일리 DB
    ▲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시장경제살리기연대' 출범을 발표했다. ⓒ뉴데일리 DB
    이런 상황을 방증하듯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 사이의 소통 채널이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 김용태ㆍ김종석ㆍ추경호 의원과 바른미래당 이언주·정운천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시장경제살리기연대'를 꾸렸다. 물밑에서 양당이 이미 소통 채널을 늘여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친분이 있는 의원들끼리 정계 개편을 염두에 두고 교류를 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치는 '때'가 있다 

    양당 모두 통합 시기를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당 모두 선거 참패 수습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정계 개편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기에는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양당 모두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통합을 논의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당 시각에서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당 수습에 나선만큼 어느정도 당 재건이 마무리된 후에 진행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다수다. 

    한국당의 수습 속도, 전당 대회 개최 시기에 맞춰 본격적인 개편 움직임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당대회 전후를 기점으로 보수 통합을 이끌 수 있다는 말이다. 지도부 구성이 갖춰져야 통합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당이 21대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내년 1~2월쯤엔 전당대회를 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통합도 이때쯤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오는 9월에 열리는 바른미래당 전당대회가 통합 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한국당 의원은 "바른 미래가 먼저 깨질 것 같다"고 관측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바른미래당 한 의원이 최근 당의 상황을 묻자 "이미 같이 갈 수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미 지방선거 직전에도 갈라진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진행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후보 공천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불협화음을 냈다. 

    서울 노원병 및 송파을 후보 공천에서 지도부가 서로 다른 후보를 밀어 갈등이 불거졌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가 박종진 후보를 밀고 이미 언론도 박 후보가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던 상황에서, 일부 지도부가 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카드로 거론한 것이다. 

    이처럼 전대 과정에서 지도부의 갈등 상황이 반복될 경우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