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 美특파원 '드루킹 간담회'서 불편한 기색"... 유서공개-부검 않기로
  • ▲ 23일 오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투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사고 현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있다. 경찰은 노 의원이 해당 아파트 17층~18층 사이 창문을 통해 투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 23일 오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투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사고 현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있다. 경찰은 노 의원이 해당 아파트 17층~18층 사이 창문을 통해 투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 중인 '드루킹'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관할인 중부경찰서는 노 원내대표의 투신이 드루킹 사건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하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1. 유서는 계단에 두고? 美 귀국 다음날 투신

    노 원내대표의 시신은 23일 오전 9시 38분경, 서울 중구의 N 아파트 현관 앞에서 경비원이 발견했다. 이곳은 노 원내대표의 자택이 아니라, 동생이 모친을 모시고 사는 집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3일 오전 노 원내대표가 이 아파트 17층~18층 사이에 있는 창문을 통해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노 원내대표가 투신한 장소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외투를 발견, 외투에서 노 원내대표의 유서로 보이는 문서를 찾아냈다. 경찰은 "노 의원의 자필 유서"라고 밝혔고, 유족의 요구에 따라 유서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유서에는 "드루킹에게 금전은 받았지만, 청탁과는 관련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등의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 며칠전에도 "수사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했는데?

    앞서 18일 노 의원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각 당 원내대표들과 외교 통상 문제와 관련해 미국으로 출국했고 22일 귀국했다.

    노 의원은 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특파원 간담회에서 드루킹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강력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관영 원내대표는 "(미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고 귀국날(22일) 아침 식사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19일 당시 특파원 간담회는 노 의원만을 상대로 20여 분간 추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귀국날 아침 식사를 거른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간담회 이후 노 의원의 심경에 중대한 변화가 있지 않았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노 의원은 드루킹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사실 무근"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밝혀 왔다. 노 의원은 향후 특검 수사에 대해서도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도록 수사에 당당히 임하겠다" "소환 요구도 당연히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귀국 하루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노 의원의 소식이 알려지자 '자살이냐, 타살이냐'부터 시작해 인터넷상에는 온갖 의혹이 난무하는 모양새다.

    #3. 특검에 소환되지도 않았는데, 왜?

    일각에서는 설령 노 의원이 드루킹 자금 5천만원을 수수했다고 해도, 산전수전을 겪은 거물 정치인이 특검 수사가 진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목숨을 던질 정도였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진보 진영에서 '정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노 의원이 금품·청탁 논란에 연루돼 연일 매스컴에 불미스러운 일로 오르내리자 수치심을 참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 경찰이 "노 의원에 대한 타살 의혹이 없고 유족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신 부검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노 의원의 죽음을 둘러싼 세간의 시선은 더욱 뒤숭숭해지고 있다.

  • ▲ 노회찬 의원이 투신한 해당 아파트 단지와 같은 형태의 옆 동 17층~18층 계단. ⓒ뉴데일리 DB
    ▲ 노회찬 의원이 투신한 해당 아파트 단지와 같은 형태의 옆 동 17층~18층 계단. ⓒ뉴데일리 DB
    #4. 유서 공개하지 않고 부검도 안해

    노 의원이 투신한 아파트 단지는 총 42개동, 최대 18층으로 구성돼 있다. 19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옥상으로 연결된다. 경찰은 노 의원의 외투가 발견된 17~18층 사이의 창문을 통해 노 의원이 투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건물과 같은 모양인 옆 동의 17층~18층 층계는 생각보다 낮은 위치에 설치돼 있다. 평균 키의 성인 남성이 굳이 까치발을 들지 않아도 곧장 창문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높이다. 창문에는 어떠한 안전 설비도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뛰어내릴 수 있는 구조였다.

    일반 성인 남성이라면 즉시 창틀을 잡고 난간에 올라설 수 있으며, 청소년이라 해도 별도의 기구 없이 창문 아래 돌출된 비상등을 발판 삼아 난간에 서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해당 아파트 단지는 총 5,000여 세대가 살고 있다. 아파트 주민 A씨는 "낮은 층에 살아서 몰랐지만, 고층에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다니 섬뜩하다"고 했다.

    한편, 노 의원의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차려졌다. 빈소에는 정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