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축사… '평양 원정출산' 황선씨가 임원 맡은 '평화이음'이 주관 "한반도 분단은 미국-소련 탓" "통일 한국은 핵보유국"… 수상작 내용 부적절 논란
  • ▲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악수하고 있다. ⓒ 사진 공동취재단
    ▲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악수하고 있다. ⓒ 사진 공동취재단
    민간단체가 주도한 '4.27 판문점 선언 감상작 공모전' 수상작 가운데, '통일 한국은 핵 보유국가' 등의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일부 수상작에는 “우리 사회 대부분 모순과 역사 왜곡이 미국과 매국노들의 국정농단에서 비롯됐음을 알게 됐다”, “김정은 위원장이...하신 말씀은, 제가 생각한 통일의 모습” 등의 표현까지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상작들에 내재된 반대한민국-친북-반미적 시각도 문제지만, 이들 작품에 대한 수상식이 서울시청에서 열린 사실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영상메시지를 보내 공모전 개최를 축하했다.

    공모전을 추진한 민간단체는 평화이음,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민족재단 등 4곳이다.

    행사 내용을 보도한 13일자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공모전은 7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공모전 참여 대상은 만 13세 이상 30세 미만 일반 국민이며, '4.27 판문점선언'을 보고 느낀 심경을 영상과 수필 그림으로 표현토록 했다.

    조선일보는 “응모작 대부분이 10대와 20대였으며 영상 부분 최우수상 수상자는 두 명의 중학교 재학생”이라고 보도했다.

    중학생들이 만든 영상에는 '통일 한국은 핵 보유 국가'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북한이 핵을 가졌으니 '통일된 한국'은 자연스럽게 핵 보유 국가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마치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나 일본 조총련 기관지를 연상케 한다. 4.27 판문점 회담과 뒤 이은 미북 싱가폴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북한 비핵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남북·미북정상회담의 목적에 정면으로 반하는 수상작을 선정한 셈이다. 이 영상은, 6·25전쟁을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으로 보고, 이로 인해 한민족이 분리됐다는 주장도 담고 있다.

    박원순 시장 "뜻깊은 공모사업" 축사

    다른 수상작도 편향성 지적을 받고 있다. 수필 부분 우수상을 수상한 20대는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에 의문을 갖는 순간 종북 빨갱이가 됐다. 살아남기 위해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배웠다”고 썼다. 그는 “우리 사회 대부분 모순과 역사 왜곡이 미국과 매국노들의 국정농단에서 비롯됐음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사용된 어휘나 표현, 주장이 북한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을 빼다 박은 점도 문제지만, 균형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편향성은 더 심각하다.

    글쓴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하나의 핏줄, 하나의 언어, 하나의 역사, 하나의 문화를 가진 북과 남은 원래대로 하나가 되어'라고 하신 말씀은, 제가 생각했던 통일의 모습이었다”며, 김정은을 향해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공모전의 성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공간을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박원순 시장이 축하 영상메시지를 보낸 사실에 대해서도, “수상작의 내용을 알지 못했다. 공모전의 취지가 좋다고 판단돼 축사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박 시장은 “평화이음에서 뜻 깊은 공모 사업을 진행하고 많은 청춘의 참여가 이루어진 점, 특히 우리 서울시청에서 시상식과 발표회를 진행하게 돼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영상메지시를 주최 측에 보냈다.
  • ▲ 김정일 사망 직후인 2011년 12월 24일 황선 전 민주노동당 대변인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상복을 입고 나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와 한반도 전망’이라는 특집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 뉴데일리DB
    ▲ 김정일 사망 직후인 2011년 12월 24일 황선 전 민주노동당 대변인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상복을 입고 나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와 한반도 전망’이라는 특집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 뉴데일리DB

    '평양 원정출산' 황선 전 민노당 부대변인

    공모전을 준비한 평화이음 임원에는, 3년 전 '종북콘서트' 진행으로 사회적 논란을 초래한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이름이 올라있다. 평화이음 남북교류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씨는 2016년 2월 국가보안법 상 찬양 고무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 받았다.

    그녀는 2005년 10월 만삭의 몸으로 북한을 방문해, 이른바 ‘평양 원정출산’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황씨는 “계획된 출산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방북 당시 만삭의 몸이었다는 점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했다는 점 ▲출산일이 조선로동당 창건 60주년이라는 점 등에 비춰 황 씨가 의도적으로 '평양원정 출산'을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황씨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98년 한총련 대표로 북한을 방북, 통일대축전에 참가했으며 범청학련(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남측본부 대변인, ‘통일연대’ 대변인을 맡으면서, 좌파를 대표하는 ‘젊은 피’로 불렸다. 황씨가 대변인을 맡은 범청학련 남측본부는 북한 김정일을 “7천만 재결합 할 민족지도자”, “구국의 영웅” 등으로 호칭한 이적단체이며, 통일연대는 국보법 철폐,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특히 황씨는 김정일 사망 당시 상복(喪服)을 입고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조문을 하지 않는 우리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평화이음'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평화이음은 지난해 9월 서울시에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마쳤다. 관련 법에 따라 평화이음은 세금 감면, 공익활동 보조금 지원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공모전 공동 주최 단체 중 한 곳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미국 대사관 앞에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반미시위를 벌였다.
  • ▲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 뉴데일리DB
    ▲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 뉴데일리DB
    7일 시상자로 무대 위에 오린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과 박원순 시장 사이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임씨는 역사문제연구소 창립과 함께 부소장을 맡았으며, 초대 이사장이 바로 박원순 시장이었다. 임씨는 2003년 민족문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3대 소장에 취임했다.

    임헌영 씨는 수정주의적 민중사관의 산실 역할을 한 역사문제연구소와 민족문제연구소의  토대를 쌓은 인물이다. 역사문제연구소가 학술연구와 서적 발간을 통해 민중사학의 기틀을 다졌다면, 민족문제연구소는 그 토양 위에서 민중사관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동영상 '백년전쟁'은 민중사관의 실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동영상 백년전쟁은 이승만 대통령을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에 빗대는 방식으로, 대한민국 건국의 국부들을 파렴치한 친일파로 매도했다. 심지어 동영상 백년전쟁은 이승만 대통령을 20대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동료 독립운동가를 죽음으로 내몬 패륜아로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