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력공단에선 노조가, 경총에선 직원들이 "사퇴" 요구… 송영중 "못 나간다" 버티기
  •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송영중 상근부회장의 별명은 '독일 병정'으로 알려졌다. 

    공직자 출신인 송 부회장이 과거 사무관 시절 독일의 한 대학에서 공부를 했고, 서기관 재직시 독일에 파견돼 근무하는 등 독일과 인연이 깊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의 평소 성격과 행실을 빗댄 별명이라는 것이 재계의 전언이다. 좋게 말하면 원칙주의자, 나쁘게 말하면 융통성 없는 쇠고집이란 평이다. 

    송 부회장에 대한 경총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무국 직원들이 집단으로 성명을 내고 송 부회장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 직원들은 직접 '연판장'까지 돌리고 나섰다. 무려 96.7%(91명 중 88명)의 직원이 '자진 사퇴'를 권고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벌어졌다. 경제단체 사무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모습이다. 

    ◆ 취임부터 논란… 회장단 '자진사퇴' 권고에 '버티기'

    고용노동부 공무원 출신으로 고용정책과장, 노사정책국장, 근로기준국장, 산업안전보건국장, 고용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송 부회장은 말 그대로 '친노동계' 인사다. 


  • ▲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 관련 의견 청취의 건으로 진행된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참석한 송영중 경총 상근부회장 ⓒ뉴시스
    ▲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 관련 의견 청취의 건으로 진행된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참석한 송영중 경총 상근부회장 ⓒ뉴시스
    그런 송 부회장이 지난 4월 경총의 상근부회장으로 선임됐을 때 이미 논란은 시작됐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고 세상이 뒤집혔다지만 어떻게 친노동계 성향의 공무원이, 경영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경제단체의 실질적 수장으로 올 수 있느냐"는 비판이었다. 

    사건은 오래지 않아 터졌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에 대해 홀로 반대 목소리를 내, 경총 사무국은 물론 회원사들과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택근무 논란까지 겹쳐 결국 송 부회장은 손경식 회장으로부터 '직무 정지' 결정을 받았다. 경총 회장단은 자진사퇴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송 부회장은 본인은 억울하다며 끝내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 직원 변호사비용 지급 불가 방침에 직원들 '부글부글'

    경총 사무국 직원들이 '부글거리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른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직원에 대한 변호사 비용을 경총 사무국 예산에서 지원하지 못하도록, 송 부회장이 지침을 내린 것이다. 

    개인적 차원이 아닌 회사 업무 범위 내에서 한 일과 관련해 수사를 받거나 소송에 휘말릴 경우, 보통 회사 차원에서 변호사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경총의 관례였다. 따라서 송 부회장의 이 같은 결정은 직원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경총 직원들은 결국 일종의 사내근로기금과 같은 형태의 예산으로 변호사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송 부회장은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송 부회장은 해당 업무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경우 소위 '사후 정산'을 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 "성향보다 인성의 문제"… 전에도 노조로부터 '불신임' 

    송 부회장이 이처럼 자신이 이끄는 조직의 직원들과 충돌을 빚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때는 2015년으로 거슬로 올라가 그가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다. 

    당시 공공연맹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산업인력공단지부는 송 부회장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574명 중 무려 510명이 불신임에 표를 던져, 노조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바 있다. 산업인력공단이 설립된 이후 이사장이 노조로부터 불신임을 당한 첫번째 사례다. 당시 노조는 송 부회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까지 했다. 친노동계 공직자인 그가 노동계로부터 '비토'를 당한 셈이다.

    그런 송 부회장이 이번에는 경총 사무국과 봉합하기 힘들 정도의 갈등을 빚는 것을 두고 한 경총 관계자는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치 송 부회장의 정치적 성향이나 노사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기존의 경총의 입장과 충돌해서 생긴 대립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 "송 부회장이 직원들의 출신과 성향을 파악해 소위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오는가 하면, "경총 자체를 '없어져야 할 경제단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회의 중 한 직원에 대해서는 "여기서(경총에서) 내던져야 되겠구먼"이라고 하는 등 폭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총 관계자는 "송 부회장은 기본적으로 조직을 이끌만한 자격 자체가 안 되는 사람"이라며 "성향이 소위 '좌파'이고 노동계에 우호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인품이 훌륭하고 소통이 되는 사람이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빚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 만의 원칙이 너무 강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며 "더 이상 송 부회장의 리더십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송 부회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송 부회장은 "경총 임원들은 내가 업무 파악하는 것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며 "14년 동안 전임 (김영배 상임)부회장 체제가 유지됐으니 그 체제가 지속되는 것을 강력하게 희망했던 직원들이 제게 조직적으로 반감을 갖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한편 송 부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경총은 다음달 3일 임시총회를 열어 해임 여부를 결론 지을 예정이다. 해임안이 가결될 시 송 부회장이 법적 대응까지 나설 조짐마저 보여, 송 부회장과 경총 회장단·사무국의 전면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