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김문수 공천으로 '야권연대' 일축… 安, 여권과 '박빙 2위'시 향후 야권내 주도권 확보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후보 추대 결의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후보 추대 결의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이번 주중으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자유한국당의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공천된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이어 주중 선거대책본부를 발족할 예정이다. 바야흐로 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 유승민 대표 등 '대권 재수생' 셋 중 둘은 죽는 '전면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번 주중으로 김문수 전 지사의 서울시장 후보 추대 결의식을 한 뒤, 전략공천을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문수 전 지사 서울시장 후보 추대 연판장을 돌린 한국당 강동호 전 서울시당위원장은 "(서울 권역 당협위원장) 45명 정도가 서명했다"며 "거의 100%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후보 추대 결의식에는 이들 서울 권역 일부 당협위원장들도 배석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전 지사 공천은 정치권 일각에서 불씨가 살아있는 '야권연대'론을 일축하고 '독자완주'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문수 전 지사는 대선을 앞두고 대구·경북(TK) 연고를 부각하기 위해 비난을 무릅쓰고 대구 수성갑으로 낙향해 나섰던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에게 큰 격차로 패하면서 정치적 앞날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보수표를 결집해 유의미한 득표력을 보여줌으로써, 다시 2년 뒤에 열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 '양보'하거나, 중간에 선거를 접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닌 셈이다.

    김문수 전 지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차명진 전 의원이 본지와 통화에서 "단일화를 하려면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대표가 해야 한다"고 일갈한 것은, 안철수 전 대표를 '저쪽' 진영으로 밀어내고 보수 성향의 표는 김문수 전 지사 쪽으로 최대한 결집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그림'은 홍준표 대표의 의도와도 정확히 일치한다. 홍준표 대표 또한 안철수 전 대표가 지방선거 최대 '판돈'이 걸린 서울시장 선거에서 집권여당 후보와 1대1 구도를 만들어 대결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가 여당 후보와 1대1로 싸우다 행여나 당선이라도 되면, 문재인정권의 독주에 일격을 가한다는 큰 범주의 이득은 있겠지만 홍준표 대표 개인으로서는 이렇다할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대권 재수생 중에서 안철수 대표가 치고 나가면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발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서울과 수도권의 한국당 의원들과 조직이 동요할 가능성도 있다. 이 와중에 홍준표 대표가 공언했던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6곳 + α'라는 목표마저 달성되지 못한다면 지방선거 직후 대표직 사퇴가 불가피한데, 자신이 그려왔던 '조기 전당대회' 그림 대신 바른미래당과의 대통합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면서 정국이 럭비공 튀듯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어찌보면 지난 대선 때의 '데자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홍준표 대표는 보수층을 결집해서 최소 안철수 대표의 당선을 견제하고, 가능하다면 안철수 대표를 3위로 끌어내려 잠재적 대권주자 반열에서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김문수 지사 공천은 양자의 이해관계가 합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내다봤다.

    안철수 전 대표가 3위로 처지는 한편 홍준표 대표가 자신이 공언한 '6+α'를 달성하기라도 하게 된다면,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 이후 제2야당으로서의 존립의의를 잃고 붕괴될 수밖에 없으며, 야권은 홍준표 대표의 한국당 중심 체제로 재편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 와중에 당의 지방선거 출마 요구를 극력 피했던 유승민 대표 또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홍준표 대표가 지난 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서울시장 후보는) 김문수 지사로 결론이 났으며, 안철수는 나와봐야 3등"이라며, 바른미래당을 가리켜 "정리대상 정당"이라고 지칭한 것도 이같은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 ▲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3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출마선언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3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출마선언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이날 선거사무소를 개소한 뒤, 이번 주중으로 선거대책본부를 출범하는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도 김문수 전 지사가 대두될 때부터 이러한 계산은 당연히 읽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실 관계자는 "홍정욱·오세훈이라면 모를까 '태극기 세력'인 김문수 지사를 내세운다는 것은 야권연대는 하지 말자는 것 아니냐"며 "오른쪽 끝의 표만 결집하고 가겠다는 것인데, 그 표에 욕심내면 떨어져나갈 표가 더 많기 때문에 우리도 독자완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 전 대표 또한 지난 대선에서 구사했던 전략을 다시 꺼내들 모양새다. 서울 유권자들이 알아서 '될 야권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는, 이른바 '시민에 의한 단일화 전략'이다.

    '야권대표주자' 슬로건을 일찌감치 꺼내든 것이 반증이다. '여당 이외의 모든 당 후보' 중에서 '될 사람'을 찍어달라는 호소가 담겨 있다. 바른미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여당이 독주하는 상황에서 한국당이니, 무슨 당이니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며 "중요한 것은 변화·혁신을 바라는 계층"이라고 역설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러한 전략 끝에 서울시장으로 당선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야권표가 흩어진 끝에 2위를 하더라도 여당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이끌어내는 등 '유의미한 2등'을 한다면 향후 이를 정치적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복안이다.

    한국당 중진의원은 "우리 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3등을 할 수도 있다"는 전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내후년 총선에서 우리 당 간판으로 당선이 가능할지 서울과 수도권의 많은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불안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의 전신인 민자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정원식 전 국무총리가 3등에 그친 뒤, 민자당이 붕괴돼 신한국당으로 개편됐던 일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직전 지방선거에서 제3후보로 2위를 차지했던 박찬종 전 의원이 영입돼 신한국당 대권주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정두언 전 의원이 6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일단은) 크게 열세"라면서도 "선거에서는 꼭 이기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한 점은 바로 이같은 부분을 시사한 것이다. 정두언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맨날 지는 선거를 했다"며 "의미있게 지는 것도 사실은 본인한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암시했다.

    같은 당 유승민 대표가 거듭된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출마를 끝내 거부한 가운데, 선당후사(先黨後私)로 출마해 여당 후보와의 분투 끝에 유의미한 득표율로 2위를 한다면 바른미래당 내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확대하면서 향후 야권발 정계개편의 중심축으로 역할을 할 여지가 생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지금 사소한 당내 경선에 역량을 분산할 여유가 없는 셈이다. 본래 선거대책본부란 당의 공식 후보로 확정돼야 출범시킬 수 있는 것이지만,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장진영 전 최고위원과의 '당내 교통정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은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을 앞둔 초조함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5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현장 방문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전략공천·경선 여부에 대해 "당 지도부가 판단할 몫"이라고 미룬 것도, 공식 권한을 가진 지도부에서 전략공천이라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승민 대표의 천거로 정치와 인연을 맺게 된 것으로 알려진 바른미래당 목진휴 공천관리위원장은 "(안철수 전 대표도 절차를 다 밟아서) 그렇게 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 ▲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가 지난달 16일 국회본청에서 열린 청년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가 지난달 16일 국회본청에서 열린 청년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반면 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둘 다 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말그대로 '여당의 압승' 엔딩인데, 이 경우에는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에게 의외로 좋은 기회가 도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6 + α'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부산·울산·경남(PK)에서 민주당의 약진을 허용하면서 당세(黨勢)가 대구·경북으로 움츠러드는 상황이 그것이다. 동시에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마치 지난해 대선처럼 안철수 전 대표와 김문수 전 지사가 나란히 20% 내외의 득표를 올리면서 큰 차이로 여당 후보에게 완패하는 국면이 이런 상황에 해당한다.

    한국당 핵심당직 의원은 "문재인정권의 독주에 대해 현명한 우리 국민이 균형감각을 발휘해줄 것으로 믿지만, 국민이 우리 당을 버릴 수도 있다"며 "안철수 대표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잘될 리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야권은 권력진공 상태에 빠지면서 당분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국면에서는 홍준표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정치생명이 동시에 경각에 달리게 된다. '대권 재수생' 세 명 중 두 명이 무대에서 사라지면, 당장의 비난을 무릅쓰고 몸을 사렸던 유승민 대표에게 자연히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오랜 정치부 기자 생활을 했던 한 의원은 "어찌됐던 유승민 대표는 현직 의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승민 대표는 지난해 대선 때 경쟁 상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의원직을 내려놓는 배수진(背水陣)을 치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시장·경기지사·대구시장 출마론이 잇따라 분출됐지만, 철저히 일축하며 버텼다. 두 번의 '버티기' 전략이 정치적 자산을 보전한 성과로 돌아오는 셈이다.

    홍준표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동반 퇴진하게 되면, 가뜩이나 여당의 지방선거 압승으로 패닉 상태에 빠진 야권은 대혼란이 일게 된다. 유승민 대표 외에는 이렇다할 '대권주자'급 인물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헤쳐모여식 야권발 정계개편이 전개되면, 그 과정에서 유승민 대표가 중심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관측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계개편 구상의 중심에는 신당(新黨)이 있기 마련인데, 신당은 대권주자가 없으면 만들 수 없고, 만들더라도 민주평화당처럼 탄력을 받지 못한다"며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 홍준표 대표와 안철수 대표가 동반 퇴진하면, 폐허에 씨뿌리고 물을 줄 사람이 유승민 대표밖에 더 남겠느냐"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