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서 의원직 사퇴 안건 미처리… 與 지도부, '원내 1당 지위 잃을라' 급급
  • ▲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뉴데일리 DB
    ▲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뉴데일리 DB

    성추행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사퇴서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유보하자는 의견을 보인 탓에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앞서 미투 운동의 여파에 정봉주 전 의원의 복당을 불허했던 민주당의 엄격한 잣대가 민 의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지 않자 당리당략에 따라 오락가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민 의원에게 사실관계를 먼저 밝혀야 한다며 사퇴 철회를 요청한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피해자의 언론 인터뷰만 나왔을 뿐 이를 입증하는 증거가 없지 않나"라며 "지금 단계에서 의원직 사퇴는 과도하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최근 원외 인사인 정봉주 전 의원의 복당 심사 당시 만장일치로 보류를 결정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의석 수 121석인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한 명의 의원이라도 쉽게 사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유한국당과 의석 수가 5석 차이 밖에 안 나 민 의원까지 사퇴하면 원내 1당 사수가 위태롭게 될 우려 때문이다. 현재 한국당은 전면적으로 민 의원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과 원내 1당 경쟁이 거세질 경우, 사퇴 처리 압박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 의원은 지난 10일 한 여성 사업가가 10년 전 자신으로부터 노래주점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자, 곧바로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도 일단 사퇴하고 자연인 신분으로 진실을 밝히겠다며 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어 30일 본회의에 보고가 됐지만 표결되기 위한 선결 조건인 여야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병두 의원 사직의 건 처리는 민주당에서 국회의장께 협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보류된 사직 건은 이후 성추행 의혹 진상 규명의 향방에 따라, 민 의원이 사퇴를 철회하게 되면 자연히 묻히는 등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은 이날 KBS에서 열린 1차 공직선거정책토론회에서 "민병두 의원도 성추행 논란에 의원직 사퇴서를 냈는데 민주당 내부에서 '사퇴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며 "민주당은 앞으로는 미투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뒤는 다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미투 운동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음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 야당과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미투가 일시적인 여성들의 아픔과 고통을 우리 사회가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뒷받침해서 성폭력을 제도적, 근원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국회 차원의 '성폭력 근절대책특위'를 구성하려고 했지만 민주당은 오로지 정치 공작과 정치 공세만을 위해 3월 임시국회를 무력화 시켰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에 막혀 국회가 제 할 일을 못하는 사이 미투 운동에는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성폭력 근절대책특위 상설화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자유한국당은 4월 국회에서 철저히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