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예산 3억 들여 대형 서재 개장...박원순, 여성인권 그렇게 강조하더니
  • ▲ 고은 시인.ⓒ뉴시스
    ▲ 고은 시인.ⓒ뉴시스

    최근 문화계 좌파(左派) 인사들의 성추문 논란으로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해 고은과 협약을 맺고 서울도서관에 대형 서재를 조성했던 서울시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3억원의 예산을 들여 시인 고은(85)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상설 전시 공간 '만인의 방'을 서울도서관 3층에 마련했다.

    '만인의 방'은 서울시가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위해 추진한 기념사업 중 하나로, 고은이 자신의 대표작인 '만인보'에서 착안해 직접 이름을 붙인 곳이다. 고은이 25년간 만인보를 집필한 경기도 안성시 '안성서재'를 재현해 당시 화제를 모았었다. 기획 전시 공간도 마련됐다. 고은 본인이 직접 소장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개장 이후 하루 20여명이 꾸준히 방문했었다.

    하지만 최근 고은의 성추문 논란 이후 해당 공간에 대한 폐쇄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은이 과거 후배들을 대상으로 상습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고은의 성추행 논란은 최영미 시인이 쓴 한 편의 시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영미 시인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 '괴물'이라는 시를 통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이어 류근 시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난 모양"이라며 "공공연했던 고은 시인의 손버릇을 이제야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하는 문인들의 반응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문화계 관계자들의 폭로가 이어지자 '만인의 방'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만인의 방'을 조성한 서울시 측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는 상황이다. 다만 당장 철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해당 공간이 3·1운동을 기념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고은 개인의 문제 때문에 사업 취지 전체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당초 고은 시인의 '만인보'는 권력자 중심의 역사를 대신해 민의의 소리를 담았다는 평을 받았다. 서울시는 이를 3·1 운동 정신과 부합한다고 보고 '만인의 방'을 개설했다.

    현재 서울도서관 측에는 "개인과 문학작품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과 "고은이 문단에서 가지는 위상 등을 고려했을 때 철거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동시에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일부 항의성 문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철거라는 것은 굉장히 적극적인 대응"이라며 "이미 예산이 투입된 만큼 자칫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간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성인권 및 양성평등 등을 강조하는 행사를 주도적으로 개최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 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은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문학계 좌파 인사로 잘 알려져 있다. 안도현은 2012년 대선 당시 자신의 트위터에 "일전에 고은 선생님, 문재인 후보하고 소주 한 잔 얼큰하게 하시더니 일갈. '보통 정치하는 사람들 똥갈보 같은데 이 사람(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은 숫처녀 그대로다'라고 하셨다"라고 글을 남긴 바 있다.

    한편, 20일 본지 단독보도에 따르면, 고은은 설 연휴중에 자신이 석좌교수로 활동했던 단국대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단국대 문예창작과 석좌교수로 임용된 고은은 특강 등을 맡아왔으며 2010년에는 해당 대학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