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3개월 만에 문 닫아, 서울시 "공간 활용 검토 후 철거 시기 정할 것"
  • ▲ 서울도서관 3층에 설치된 '만인의 방'이 결국 철거 수순을 밟게 됐다. 만인의 방은 최근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고은 시인의 서재를 재현한 공간이다.ⓒ뉴시스
    ▲ 서울도서관 3층에 설치된 '만인의 방'이 결국 철거 수순을 밟게 됐다. 만인의 방은 최근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고은 시인의 서재를 재현한 공간이다.ⓒ뉴시스

    최근 문화계 좌파(左派) 인사들의 잇따른 성추문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서울도서관에 설치된 '만인의 방'이 끝내 철거 수순을 밟게 됐다. 개관 3개월 만이다.

    서울도서관은 28일 고은 시인의 안성서재를 재현한 '만인의 방'을 폐쇄조치했다. 현재 해당 공간에는 가림막이 쳐져 있는 상태다.

    '만인의 방'은 서울시가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위해 3억원 예산을 투입해 추진한 기념사업 중 하나다. 고은 시인은 자신의 대표작인 '만인보'에서 착안해 해당 공간에 직접 이름을 붙였다.

    80㎡ 규모의 공간인 만인의 방은 고은이 25년간 만인보를 집필한 경기도 안성시 '안성서재'를 재현해 당시 화제를 모았었다. 개장 이후 하루 20여명이 꾸준히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고은의 성추문 논란 이후 해당 공간에 대한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서울시는 철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서울도서관 관계자에 따르면 "개인의 논란과 문학 작품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과 "고은이 문단에서 갖는 위상 등을 고려했을 때 철거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동시에 제기됐으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부 검토에 따라 결국 철거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인의 방에는 고은 시인 본인이 직접 기증한 원고와 도서, 탁자 등이 전시된 상태다. 우선 철거가 완료되면 해당 물품들의 처리 여부를 고은 시인과 재차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고은 시인은 지난 20일 자신이 석좌교수로 활동했던 단국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2008년 단국대 문예창작과 석좌교수로 임용된 고은 시인은 특강 등을 맡아왔으며 2010년에는 해당 대학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만인의 방 구체적 철거 시기와 관련해 "해당 공간의 용도가 정해진 후 다시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