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불협화음 수습 위해서라도 과감한 영입이 최우선, 황교안 영입 가능성 제기
  • ▲ 자유한국당 홍준표 신임대표가 당 대표 당선 직후 소감을 언급하고 있다. 그는 3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에 선출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신임대표가 당 대표 당선 직후 소감을 언급하고 있다. 그는 3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에 선출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비박계인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당 대표로 선출, 대선 패배 후 첫 쇄신에 돌입했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가 고비가 될 전망인 가운데 보수대통합을 위해 인적쇄신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홍준표 전 지사는 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5만1,891표를 득표해 사령탑에 올라섰다. 홍 신임대표는 "당 대표를 받기에 앞서 막강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당을 쇄신하고 혁신해서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들의 신뢰를 받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어 "해방 이후 이 땅을 건국·산업화하고 문민정부를 세운 이 당이 이렇게 몰락한 것은 저희들의 자만심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그간 친박계는 김무성 전 대표의 퇴임 이후 당의 주류를 장악해왔다.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대표가 당선된 것을 비롯, 중립 성향의 정진석 전 원내대표 역시 친박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같은 경향은 이후 정우택 원내대표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비박계인 홍 신임대표가 전당대회 내내 우위를 점하면서 당내 기류가 사뭇 달라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최고위원 득표율을 보면 이러한 기류를 더욱 정확히 알 수 있다. 최고위원 선거 결과 친박색이 옅은 이철우 의원과 친박계로 분류되지 않았던 류여해 후보가 1, 2위를 차지했다. 김태흠 후보와 이재만 후보는 3, 4위에 머물렀다.

    당의 주류를 장악했던 친박계는 탄핵 과정에서 정치적 타격을 크게 입었다. 반면 홍 신임대표는 19대 대선에서 보수대통합을 내세워 세를 결집, 24%의 득표를 보였다. 보수진영의 주류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 몰리자, 인지도가 높고 개혁성향이 강한 홍 신임대표가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해석이다.

    당선된 홍준표 신임대표의 당면과제는 그간 마찰을 빚어온 친박계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당내 불협화음을 잠재우는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계속된 갈등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홍 신임대표로서는 당장 1년이 채 남지 않은 오는 지방선거에 승리해 보수의 재건을 증명해야 한다. 만일 지방선거에 패배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비록 홍 신임대표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고는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원내에는 여전히 친박계가 비등하다. 홍 신임대표가 계속 친박계에 날을 세운다면, 계파갈등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 이날 농촌봉사활동에 나선 전당대회 후보들에게 농민들이 "싸우지 말라"고 거듭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제1야당의 입지를 굳혀야 하기에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촉박한 시일 내에 문재인 정권과 맞붙기 위해서는 약해진 주류 친박계와, 한 곳으로 뭉치지 못하는 비박계를 빠른 시간 내에 한 데 모으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 ▲ 자유한국당의 7·3 전당대회. 기호순으로 신상진·홍준표·원유철 후보가 출마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의 7·3 전당대회. 기호순으로 신상진·홍준표·원유철 후보가 출마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또한 바른정당과 보수정체성 경쟁도 해야 한다. 앞서 6.26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유승민계로 분류, 자유한국당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해서는 박근혜 정부와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당내 싱크탱크인 바른정책연구소가 주최하는 토론회에서는 "우리의 뿌리는 YS의 민주당"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홍 신임대표 역시 취임일성에서 "문민정부를 세운 이 당"이라고 밝혔듯, 두 정당은 정체성 경쟁이 불가피하다. 홍 신임대표가 말하는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바른정당을 끌어안으면서도 보수정체성 경쟁에서는 이겨야 한다.

    나아가 당의 주축이 될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모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참신한 인물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보수 재건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현재까지는 불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홍 신임대표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손을 맞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홍 신임대표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상대로 승리하려면 영남지역을 온전히 되찾아야 하는 것은 물론 수도권에서 승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당장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수도권의 핵심인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할 인사조차 마땅치 않다. 여기에 황 전 총리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전 총리는 당적이 있는게 아니기에 친박계 인사로 규정하기 어려우면서도 박근혜 정부를 계승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특히 비박에도 반감이 크지 않은 인물로 지목된다. 홍 신임대표가 보수통합을 노린다면 반드시 끌어안아야 할 인사라는 의미다.

    다만 실제로 홍 신임대표가 황교안 전 총리와 손을 잡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홍 신임대표는 지난 3월 30일 "안타깝지만 박근혜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말하는 등 과거 박근혜 정권에 날을 세운 바가 있다. 황 전 총리가 스스로 당에 합류하기 껄끄러워진 측면을 풀어가는 것이 과제라는 설명이다.

    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당권을 쥔 홍 신임대표에 향하는 최대 비판은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홍 신임대표가 인물 영입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지난 대선 처럼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급속도로 결집할 수도 않을까 한다"고 평했다.

    한편, 이날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남양주 조안면에서 후보자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가운데,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이원생중계를 하는 이색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총 16명의 전당대회 후보자들이 약 80분 간 봉사활동을 벌였고, 수확한 감자 400박스는 홍 신임대표의 이름으로 남부희망케어센터에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