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미룰 경우 '행정업무중지' 상태 초래..방통위 식물부처로 전락하길 원하나


  • 조기 대선을 앞둔 시점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임명한 것을 두고 야권이 극렬한 반대 공세를 펼쳐 논란이 일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5일 오후 지난 달 임기를 마친 이기주 전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을 내정한 데 이어 6일 공식 임명했다. 대통령 추천 위원은 국회 청문회나 의결 없이 임명 절차만 거치면 된다.

    이와 관련, 황 대행 측은 3월 26일자로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중 2명(김재홍 부위원장, 이기주 상임위원)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방통위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권에선 "이번 인사는 헌법상 월권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알박기'"라며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 14명은 6일 성명을 내고 "차기 정부에서 후임 방통위 상임위원 선임이 이뤄져야한다"며 황 대행의 인사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의 공석으로 인해 정상적인 행정 절차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박기 인사'라는 표현은 본래 행사해야하는 '정당한 권리'에 대한 잘못된 비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임기 3년의 방통위 상임위원 5명 가운데 김재홍 부위원장(야당몫), 이기주 위원(대통령 지명) 등 2명의 임기가 지난 달 26일 종료됨에 따라, 연임된 김석진 위원(여당몫)과 6월 8일자로 임기가 종료되는 고삼석 위원(야당몫), 최성준 위원장 등 3명만이 남은 상태였다.

    그러나 최성준 위원장의 임기가 하루 뒤인 7일 끝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통위원 5명 중 3명이 공석이 돼 (사실상 2명만 남은 상태라)방통위의 정상적 의사 결정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방통위는 김재홍 부위원장, 이기주 위원 등 상임위원 2명이 퇴임하기 전, 종편 재승인 등 주요 안건들을 앞당겨 처리한 바 있다.

    당초 황 권한대행 측 역시 "오는 7일 최성준 위원장의 임기가 끝나면 5명 가운데 3명이 공석이 되므로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임자를 내정했다"고 배경을 전한 바 있으나, 이를 '월권 행위'라고 비난하는 야권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민주 고용진 대변인은 6일 오전 현안 브리핑을 통해 "파면된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인사권을 황 대행이 행사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열을 올렸다. 야당 몫 고삼석 위원 역시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친박 공무원을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한 것은 국민여론을 무시한 고집불통 인사에 염치없는 제식구 챙기기"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의결정족수 미달로 인한 방통위의 행정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사 내정을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것은 "방통위를 '식물부처'로 전락시키는 직무유기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월 31일부터 시작될 지상파 UHD 본방송 일정 역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또 조기대선으로 인해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알박기'라는 표현을 쓴 것은 차후 야당이 정권을 잡을 것으로 아예 기정사실화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만일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경우 곧 공석이 될 방통위원장과 공석이었던 야당 추천 몫 1명만 추가로 내정하면 기존의 여야 3대2 구조가 유지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야당이 김재홍 부위원장의 후임 임명을 하지 않은 상태로 대선을 맞이해 야당이 정권을 잡을 시엔 얘기가 달라진다.

    야당이 곧 여당으로 돌변, 기존의 여야 3대2 구조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로 인한 야권의 극심한 반발은, 황 대행의 임기 3년짜리 방통위원 임명결과로 인해 야당이 정권교체를 이뤄낸다 하더라도 기존의 3대2 구조가 아닌 2대3의 불리한 구조까지도 될 수 있다는 가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장관급인 위원장과 4명의 차관급 상임위원(부위원장 포함)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 중 1명은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 그리고 2명은 야당이 추천한다. 임기는 3년으로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한편, 황 권한대행측은 새롭게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김용수 실장에 대해 "공직생활 대부분을 정보통신 분야에서 근무해 정보통신 및 방송분야 정책경험이 풍부하고 넓은 업무시야와 추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용수 방통위 상임위원의 임기는 오는 2020년 4월 5일까지다.